
교환학생
기자 김은경
교환학생
기자 김은경
유리는 다사다난한 대학교과정을 한걸음씩 헤쳐나갔다. 1학년 2학기가 거의 끝나갈 무렵 그녀는 2학년 1학기를 보내게 될 교환학생을 준비했다. 중국으로 교환학생을 갈 수 있다는 마음에 즐거운 것도 잠시… 그 즐거움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처음 준비하는 교환학생이어서 하나부터 열까지 아는 것이 없었다. 학과 사무실에 끊임없이 전화하면서 교환학생서류를 준비하기 시작한 그녀. 작성해야 하는 서류를 안내 받고 당황했다. 모든 서류를 영어로 작성해야 했던 것이다. 또 작성해야 하는 서류가 정말 많았다.
그녀는 12월 기말고사를 준비하면서, 한편으로는 교환학생 서류까지도 챙겨야 했다. 너무 스트레스를 받던 나머지 그녀는 기말고사 기간 때 편두통으로 목소리가 나갔다. 그녀는 그때 상황에 대해 “기말 고사 때 영어 스피킹으로 발표를 해야 했어요. 근데 목소리가 안 나오는 거에요. 너무 힘들었는데 그날따라 열도 엄청 많이 나서 오한까지 겹쳤어요. 시험은 연이어 두 개나 봐야 하는데 말이죠. 할 수 없이 교수님께 사정을 말씀 드리고 1번으로 발표를 아주 낮은 목소리로 겨우겨우 했어요. 그리고 바로 학교에 있는 응급실에 갔어요. 마침 학교에 그런 걸 대비해서 갖추어진 시설이 있었어요. 거기 가서 약을 처방 받아서 먹고 오후 시험에 임했어요. 결과는 뻔하죠. 시험을 망쳤어요.“라고 덤덤히 이야기했다. 얼마나 힘들었을지 상상이 안 된다. 그녀는 당시에 학교수업 7과목을 들었다. 그리고 교내활동과 교외활동을 5개 겸했다고 한다. 1학년 학교생활을 정말 알차게 보내고 싶었던 그녀는 자신이 그렇게 혹사하게 될 줄 몰랐다고 한다.
다음 해 2월 초 그녀의 학교에서는 교환학생 갈 학생들에게 공지사항과 함께 비행기 티켓, 보험 등 준비할 부분들에 대해 알려주었다. 또한 중국으로 가서 교내생활과 주의해야 할 점, 또한 대한민국과는 차원이 다른 외국의 시스템 등에 대해 세세하게 알려주었다. 심지어 학과 선배까지 나와 참고사항들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그런 후 드디어 2월 말 중국으로 가는 것이 확정됐다. 그녀는 정말 설렜던 시간이었다고 말한다. 그녀는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교환학생을 갈 준비를 했다. 한 학기 또는 2학기를 해외에서 보내야 한다는 것은 챙길 것 또한 많다는 것을 의미했다. 유리는 캐리어부터 구매하고, 그때까지 사보지 못한 온갖 소소한 것 하나하나까지 모두 구매해야 했다. “생각보다 비용이 많이 들었어요. 아직 시작도 못했는데…그러니까 한국을 떠나지도 않았는데 비용이 좀 많이 들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예상치 못한 비용이 발생할 것까지 예상해서 카드 두 장을 갖고 떠났어요. 카드 하나는 당연히 예산안에 있는 비용을 챙긴거구요, 다른 하나는 비상을 대비해서 예산카드만큼 돈을 넣어서 가지고 갔어요. “라고 그녀는 회상했다.

드디어 그녀가 중국으로 가는 날이 왔다. 가장 큰 캐리어에 또 다른 짐까지 챙긴 유리는 공항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공항에 도착하니 미리 온 학생들이 몇 명 있었다. 처음 보는 학생들도 있었고, 알고 지내던 동기들도 있었다. 그녀에게 있어서 대학교 동기들과 공부하러 해외로 가는 것은 정말 소중한 추억이었다. 그렇게 중국으로 향한 유리는 설레는 마음으로 중국공항에 내렸다. 중국에 처음 내린 소감에 대해 유리는 이렇게 말했다. “중국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첫 번째로 보인 것은 빨간 글씨였어요. 그리고 미세먼지가 가득한 하늘이 보였구요. 정말 하늘과 주변이 온통 그레이 컬러같다고 할까요… 이런 생각을 갖고 저는 저희를 데리러 온 버스에 탔어요. 그리고 저희가 공부할 대학교로 갔죠. ”
유리는 대학교에 도착하자마자 기숙사를 신청하러 갔다. 한국에서 미리 기숙사 신청기간에 기숙사를 신청한 상태다. 이제 남은 건 서류 작성과 비용 지불이다. 모든 대화를 중국어로 해야 하는 환경에 유리는 익숙하지 않았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들이 무엇을 말하는지 다 이해가 됐다고 유리는 말한다. 당시 유리는 서류를 작성하고, 마지막으로 비용을 지불하면 끝나지만 문제가 발생했다. 그녀가 예산 카드의 비밀번호를 알지 못했다. 한국에서처럼 숫자 4개만 있는 줄 알았지만 그들은 숫자 6개 비밀번호를 알려달라고 했다. 유리는 알고 있는 모든 비밀번호를 다 불렀지만 결국 다 틀렸다고 그 카드를 사용하지 못하게 됐다. 다행히도 그녀는 챙겨 간 비상카드를 사용해서 비용을 지불했다. 대신 수수료를 많이 지불했다고 한다. 중국에서 사용하려고 중국전용카드를 만들어 왔지만 결국 그 카드를 사용하지 못했다. 그녀의 중국에서 첫 날은 이렇게 시작됐다.

키를 받아 기숙사로 들어 온 유리는 너무 좋았다고 한다. 이유는 기숙사에 다른 룸메 한 명이 이미 살고 있어서다. 유리의 자리만 비어 있었다. 심지어 룸메이트는 오래 산 사람처럼 필요한 모든 것을 갖춘 상태였다. 들뜬 마음에 유리는 자리를 정돈하고 나서 동기들과 함께 저녁을 먹으러 식당가로 나갔다. 중국은 그녀뿐만 아니라 동기 모두에게 낯선 곳이었다. 동기들 중에서 중국을 좀 아는 친구들이 있었다. 유리는 그 동기들을 따라 식당으로 갔다. 그러나 그 때는 이미 저녁 9시가 넘었다. 한국에서처럼 생각하고 12시가 넘어서도 식당을 운영할 것으로 생각한 그녀와 동기들은 또 다시 당황하기 시작했다. 거의 모든 식당들이 문을 닫은 상황이었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던 그녀와 동기들은 10시까지 운영하는 한 식당을 찾아냈다.
식당으로 들어 간 후 그녀는 메뉴를 선택하려고 보니 메뉴가 다 중국어였다고 한다. 더욱이 한국인이 좋아할 만한 음식도 없었다. 다른 선택권이 없었던 유리와 동기들은 면 요리를 모두 주문했다. 마실 물도 달라고 하자 가져 온 것은 끓는 물이었다. 또 당황했다. 중국어를 조금 할 수 있었던 유리는 찬 물이 있는지 물었지만 돌아 온 답은 “저희 식당에는 찬물이 없어요”였다. 유리는 이어서 얼음이 있으면 좀 달라고 하자 식당에서는 유리에게 얼음을 챙겨주었다. 그 녀 덕분에 동기들은 그나마 덜 뜨거운 물을 마셨다고 한다. 기숙사로 돌아 올 즈음 그녀는 편의점에서 라면과 일시적으로 먹을 간식들을 한가득 사서 돌아왔다. 기숙사로 돌아 온 그녀는 의아했다. 룸메가 저녁인데도 오지 않았다. 룸메는 다음 날에도, 그 다음 날에도 오지 않았다.
나중에 알았지만 룸메는 대학교 학부생이었고, 개학 바로 전날 학교에 왔다. 유리는 교환학생이어서 학부생들보다 한 주 정도 미리 온 것이었다. 3~4일 정도 지나서 학부생들이 대학교로 오기 시작했다. 교내 식당도 하나 둘씩 오픈하고, 조용하던 교내는 학생들로 붐비기 시작했다. 유리는 교내시스템이 활성화됨에 따라 핸드폰 개통, 보험가입, 어학시험, 생필품 구매 등 분주하게 뛰어다녔다. 학교가 너무 큰 나머지 어디가 시작이고, 어디가 끝인지 알 수 없었던 그녀는 학교생활하면서 정말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이 많았다고 웃으며 이야기 한다.

누구나 한 번쯤은 교환학생 생활을 꿈 꾼다고 생각한다. 낭만만이 존재하기 보다는 정말 당황스럽고, 해결할 수 없는 일들도 수없이 마주치게 된다. 각 국에서 온 외국인 학생들과 함께 어울리면서 정말 많이 다른 문화차이로 오해도 많았겠지만 유리의 이러한 경험은 미래의 삶에 있어서 풍부한 자양분이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