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갖고 있을 첫사랑에 대하여
기자 오드리
누구나 갖고 있을 첫사랑에 대하여
기자 오드리
첫사랑 하면 떠오르는 사람이 있는가. 누구나 한 번쯤 가슴에 담았던 사람이 있을 것이다. “첫사랑이 있어?”라는 질문에 각자 떠올리는 방식은 다르다. 누구는 첫 연애 상대, 또 누구는 처음으로 제일 사랑했던 사람, 짝사랑 상대 등.
나 같은 경우에는 처음으로 제일 사랑했던 사람이 내 첫사랑이다. 그 사람은 내가 세 번째 만났던 연애 상대였다. 열렬히 사랑했으며, 많이 웃었고 많이 울었던, 아프고도 시린 첫사랑이었다. 인생을 살며 겪을 모든 감정을 압축했던 4년간의 기억이었다.
내 첫사랑을 조금 풀어보자면, 때는 바야흐로 2017년 2월 컴퓨터활용자격증 시험을 보러 간 날이었다. 시험실 입장 전 길게 서 있는 줄에 나도 섞여 있었다. 바로 앞에 그 사람이 있었는데, 청재킷에 블랙진을 입고 있었다. 스타일 좋은 사람이라 눈길이 가는 건 당연했다. 그렇게 한참을 기다린 뒤 시험장에 입장하였고, 우연히도 그 사람과 같은 라인에 앉게 되었다. 빔프로젝터로 그의 이름을 확인하고 이름도 멋있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나중에 들어보니 이름에 콤플렉스가 있다나. 그의 이름은 프린스였다. 아마도 사람들에게 많은 놀림을 받았겠지.
그렇게 시험을 치른 뒤 지하철을 타러 역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뒤에서 툭툭 치는 손길에 고개를 돌리자 프린스와 눈이 마주쳤다. 이 사람이 왜 내게 말을 걸었지 라는 생각과 동시에 그의 입에서 믿을 수 없는 이야기가 쏟아져나왔다.
“저 마음에 들어서요…. 번호 좀 주실 수 있을까요?”
이게 말로만 듣던 헌팅인가. 순간 어른들이 해줬던 충고가 떠올랐다. 길에서 번호를 묻는 사람들은 가벼운 마음이니까 절대 주면 안 된다는 말. 하긴 맞는 말이었고, 그 말에 동감이었다. 처음 보는 사람을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는데 번호를 물어보는 게 이상하지….
거절하려고 말을 꺼내려는 순간 나의 눈이 그의 핸드폰을 들고 내민 손으로 향했다. 긴장으로 인해 그의 손이 심하게 떨려 핸드폰이 떨어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그때 ‘아 이 사람 진심이구나. 그래, 인기가 많을 것 같은데 굳이 나에게 번호를 물어보는 이유가 있겠지’. 라는 생각에 번호를 드렸다.
그게 그와의 인연의 시작이었다. 그 먼 데서 집 방향이 같아 함께 가면서 그에 대해 알게 된 많은 것들. 가장 놀라웠던 게 그와는 같은 동네에 살았고, 알고 보니 같은 학교 선배였으며, 내 친구 오빠의 친구라는 점이었다. 또한, 같은 학원에 다녔다니…. 이런 게 운명인가 싶었다. 마음에 들었던 첫인상, 번호를 물었던 그의 진심, 우연이 겹쳐 만들어진 운명. 이 모든 것들이 그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1초도 아깝다는 듯이 모든 사랑을 쏟았고 나도 그의 사랑에 화답했다. 하지만 첫사랑은 독백과 같았다. 눈앞의 상대가 하는 말이 들리지 않고 상대와 내가 만든 허상을 앞에 두고 말하는 것과 같았다. 콩깍지는 벗겨졌다. 이상적인 그의 모습이 점점 거리가 멀어져만 갔다. 그도 마찬가지였는지 우리는 허구한 날 싸우며 서로의 상처를 끄집어냈다. 그렇게 4년간의 연애는 막을 내렸다.
누군가를 만나도 첫사랑의 기억은 항상 따라다닌다. 그렇게도 불완전했고, 미성숙했던 사랑이 왜 기억에 남는 것일까. 우리는 첫사랑을 못 잊는 이유가 무엇일까. 주관적이지만 객관적인 이유 4가지로 설명해 본다.
일단 첫 번째로, 아쉬움이다. 어렸을 때 했던 사랑은 미성숙하다. 어떻게 대처하고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사랑을 표현해야 하는지 잘 모른다. ‘왜 그때 난 이렇게 대처했을까?’, ‘그렇게 해서는 안 됐는데….’ 등과 같은 아쉬움과 후회가 남는다.
두 번째로, 순수함이다. 사실 상대방이 그립다기보다는 그때 그 시절 사랑에 열정적이고 순수했던 내 모습이 그리운 것이다. 처음으로 상대에게 마음을 다했고, 그때 그 시절이 풋풋한 풋사과와도 같을 것이다. 정말 좋아했던 사람과 함께 있는 다는 것만으로도 떨리고 설렜다. 처음 손을 잡고 처음 포옹을 하고 처음 키스를 나누던 그 모든 “처음”들…. 상대방을 알아가고 상대방의 가치관, 경제관념, 미래에 대한 계획 등 그리고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던 솔직하던 내 모습. 우리라는 “함께”를 배워갔고, 개인이 아닌 서로를 배려하고 이해하는 것을 배웠다.
세 번째로, 배울 수 있었던 사람이다. 그 사람을 통해 더 나은 사람을 볼 수 있는 눈을 길렀다. 내가 성장하기까지 그 사람의 영향이 컸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더 멋진 사람으로 남기 위해 성공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고 열심히 살았다.
마지막으로 네 번째는 소중함을 알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누구나 연애를 하고 마지막에는 이별이라는 마지막 단계를 거치게 된다. 정말 사랑했던 사람과의 이별은 아프고 많이 울었을 것이다. 그 사람이 떠나고 떠난 후에 그 사람의 소중함을 알게 된 것이다. “익숙함에 속아 소중한 것을 잊지 말자”라는 유명한 말이 떠오르게 된다.
그렇다면 첫사랑을 잊는 방법은 무엇일까. 내가 해주고 싶은 말은 “잊으려 하지 말고 받아들이자” 이다. 미성숙하고 불완전했던 우리가 자신의 감정에 솔직했고, 사랑을 배웠다. 그 사람이 있었기에 우리는 더 좋은 연애, 더 좋은 사람, 더 나은 미래를 그릴 수 있다. 우리는 첫사랑을 받아들이고 그 시절을 추억하며 사람을 만날 때 첫사랑의 교과서를 펼쳐서 보다 성숙한 연애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결혼을 하는 데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니 잊지 말고 받아들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