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탈출,
주말농장의 매력에 빠지다


기자 한대의

일상의 탈출,
주말농장의 매력에 빠지다


기자 한대의

즐거워야 취미다. 취미는 꾸준할 필요가 없다. 꾸준하면 취미가 아닌 일이 된다. 따라서 내가 하는 모든 즐거움은 취미가 될 수 있다.


금빛 단풍이 내려앉은 강산에 유난히도 추운 초겨울 날씨가 연출된다. 이때면 늘 떠오르는 기억이 우리의 추억을 불러온다. 바로 남녀노소 할 것 없이 10월쯤이면 의무적으로 해야 했던 ‘농촌동원’ 말이다. 이곳에도 ‘농활’이라는 의미의 ‘농촌활동’이 있지만, 이는 의무도 아니고, 그냥 대학생들이 단체로 여름 방학을 이용해 노동의 의미와 농촌의 실정을 이해하는 단순 프로그램 정도다. 하지만 북한에서 태어난 우리에겐 선택의 영역이 아닌 의무 그 자체였다. 


물론 이런 경험이 나쁘다는 말은 아니다. 고된 노동으로 얻어진 식량이 얼마나 귀한가를 누구나 깨닫는 계기이기도 하다. 쌀 한 톨의 귀함은 남과 북, 동양과 서양을 개의치 않는다. 이는 인간이 살아가는 데에 필요한 필수영양소이자, 누구나 느껴야 하는 감사함 즉, 자연의 선물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정착한지 10년이 되오니 이런 경험들이 힘들었던 기억보다 즐거웠던 추억으로 남는 것 같다. 내가 긍정적인 사람이여서 그런 것만은 아닐 것이다. 우리 모두가 느끼는 감정이라 생각해본다. 


농촌동원이라 하면 북한은 함경도·양강도·자강도·강원도와 평안도·황해도로 나뉜다. 다름 아닌 어떤 종류의 곡식을 심는가가 이를 분별하는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전자는 대부분 고지대로 감자와 옥수수 등의 억센 식물이 잘 자라는 곳이다. 후자는 저지대로 벼와 밀, 보리 등 우리 식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주식을 재배하는 곡창지대다. 


고지대로 농촌동원을 가면 우리는 대부분 감자 가을걷이를 한다. 아마도 매일 감자 캐기를 60평 정도는 한 것 같다. 이렇게 보통 한 달을 중학교 3학년부터 6학년 졸업반까지 4번은 참여한다. 물론 대학에 가서도 4년 내내 봄·가을 농촌동원은 예외없다.


손에 물집이 잡힐 때까지 땅을 파다 보면 줄기 깊숙이 달린 감자 덩굴이 보인다. 보통 줄기채로 뽑혀 올라오는 경우도 있지만, 굳은 땅에 박혀있는 감자들은 일일이 호미로 파내야 한다. 줄기 끝에 달린 감자를 바구니에 툭툭 털어 넣을 땐 뽀얀 흙먼지가 온몸을 덮는다. 고되고도 힘에 부친 노동임이 분명하다. 친구들은 힘빠진 얼굴로 선생님에게 빨리 끝내자는 무언의 외침을 보낸다. 작업이 마무리되면 아이들 모두가 곤죽이 된 몸을 이끌고 농장마을로 내려간다. 

  

이런 추억이 누군가에겐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 고통일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도 농촌은 항상 돌아간다. 고된 노동은 여기도 이뤄진다. 강제인가 아닌가의 문제만 다를 뿐이다. 물론 나는 농사를 짓는 농사꾼은 아니다. 그냥 주말농장에 가끔 가는 회사원 정도다. 그렇다고 나이가 많은 것도 아닌, 그냥 MZ세대 끝자락에 태어난 애매한 사람일 뿐이다.


도시의 생활은 역동적이지만, 이를 부러워했던 과거와는 지금의 나 자신이 느끼는 감정은 조금 달라진 것 같다. 사회라는 혼돈 속에서 부대끼며 살아가는 일상은 가끔 나를 과거의 추억으로 소환하곤 한다. 그때가 그리워서가 아닌, 조용한 자연에서 휴식을 취하라고 말이다. 다른 말로 하면 취미생활이라 할까? 일단 도시를 벗어나면, 우리가 숨 쉬는 공기도 달라진다. 솔잎 향기가 나의 코를 정겹게 하고, 푸르른 산과 들이 새 생명을 불어넣어주는 것만 같다.

 사실 이런 취미도 코로나 팬데믹 동안에 생긴 것 같다. 3년 전만 하더라도 주말 취미는 보통 등산이나 골프 연습 정도였다. 하지만 상황이 바뀐 당시에는 별로 할 수 있는 꺼리가 없었다. 여러 사람이 모이는 등산도 갈 수 없었고, 골프 연습도 마음대로 할 수 없었다. ‘집-회사, 회사-집’을 반복했고, 넷플릭스로 영화를 보며 한동안은 달랬지만 끝내는 무기력해지고 말았다.


그러다 탈출구를 찾은 것이 주말농장이었다. 주말농장은 보통 수도권 주변에 있는 텃밭들을 임대하거나, 아니면 회원으로 참여해 고추, 옥수수, 배추, 가지 등 야채를 함께 가꾸며 가을이 오면 서로 나눠 먹거나 본인이 알아서 처분하는 형식의 농장이다.



소소하게 작물을 심어 주말마다 한 번씩 김을 매주고 나면 성취감이 등산 못지않다. 가벼운 노동으로 내가 직접 키우는 작물들의 성장 모습을 보다보면 마음이 평온해진다. 가끔 친구들과 함께 주말농장에 들릴 때도 있다. 물을 주고, 잡초를 뽑고, 조금만 정성을 기울어도 작물들은 푸르싱싱 잘도 자란다. 역시 사람이나 동물이나, 그리고 식물까지도 관심을 주는 만큼 성장하는 것 같다. 


지난 주말엔 고추와 가지 등을 수확했다. 대충 다섯 바구니 정도 나왔는데 이웃과 나눠 먹었다. 친구들과 가족들에게도 나눠 보냈다. 잠깐의 가을 걷이가 끝난 후에는 일상의 탈출을 만끽하며 작물을 잘 키우는 방법들이 기록된 서적들을 이것저것 읽는다. 그러곤 가을 단풍이 수려한 마장호수로 향한다. 파주에 있는 마장호수는 주말농장과 지근거리에 있다. 


가끔 주말마다 작물에 물을 주고는 마장호수로 곧장 향한다. 이것 또한 나의 취미생활 중 하나일 것이다. 그냥 넋 놓고 걷는 게 좋아지는 나이 때인 듯 하다. 호수에는 출렁다리가 하나 있는데 이곳의 명물이다. 잘 조성된 호수 주변의 산책길을 걷다보면, 물위에 떨어진 단풍잎들의 출렁임이 보인다. 물도 아닌 게 파도와 함께 유연하게 춤추는 잎사귀들이 나의 눈을 즐겁게 한다.


 

겨울이면 아마도 주말농장은 쉴 것 같다. 온실농장도 있지만, 또 다시 찾아올 봄과 함께 설렘을 느끼고 싶다. 취미생활도 늘 하면 일이 되고, 흥미가 떨어진다. 가끔 이것저것 하는 것이 살아가는데 더 효과적이다. 나는 그래도 다양한 취미를 가지고 있다. 한강에서 자전거를 탄다던가, 등산을 한다던가, 아니면 가끔 낚시를 할 때도 있다. 물론 요즘 누구나 하는 골프도 배우고 있는 ‘골린(골프+어린이를 합친 신조어, 골프를 막 입문한 초보 골퍼를 칭하는 말)’이다.


아마도 눈 덮힌 추운 겨울이 오면 또 다른 취미를 찾을 것 같다. 추위를 피해 스크린 골프에 매진하며, 다가올 또 다른 봄을 맞이할 준비를 할 것 같다. 물론 예상과 다르게 뭔가 매력적인 것에 끌려 취미를 바꿀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 또한 나의 미래를 위한, 건강한 몸과 정신력을 다스릴 기회일 것이라 나는 믿는다.


일상의 탈출,
주말농장의 매력에 빠지다


기자 한대의

즐거워야 취미다. 취미는 꾸준할 필요가 없다. 꾸준하면 취미가 아닌 일이 된다. 따라서 내가 하는 모든 즐거움은 취미가 될 수 있다.


금빛 단풍이 내려앉은 강산에 유난히도 추운 초겨울 날씨가 연출된다. 이때면 늘 떠오르는 기억이 우리의 추억을 불러온다. 바로 남녀노소 할 것 없이 10월쯤이면 의무적으로 해야 했던 ‘농촌동원’ 말이다. 이곳에도 ‘농활’이라는 의미의 ‘농촌활동’이 있지만, 이는 의무도 아니고, 그냥 대학생들이 단체로 여름 방학을 이용해 노동의 의미와 농촌의 실정을 이해하는 단순 프로그램 정도다. 하지만 북한에서 태어난 우리에겐 선택의 영역이 아닌 의무 그 자체였다. 


물론 이런 경험이 나쁘다는 말은 아니다. 고된 노동으로 얻어진 식량이 얼마나 귀한가를 누구나 깨닫는 계기이기도 하다. 쌀 한 톨의 귀함은 남과 북, 동양과 서양을 개의치 않는다. 이는 인간이 살아가는 데에 필요한 필수영양소이자, 누구나 느껴야 하는 감사함 즉, 자연의 선물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정착한지 10년이 되오니 이런 경험들이 힘들었던 기억보다 즐거웠던 추억으로 남는 것 같다. 내가 긍정적인 사람이여서 그런 것만은 아닐 것이다. 우리 모두가 느끼는 감정이라 생각해본다. 


농촌동원이라 하면 북한은 함경도·양강도·자강도·강원도와 평안도·황해도로 나뉜다. 다름 아닌 어떤 종류의 곡식을 심는가가 이를 분별하는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전자는 대부분 고지대로 감자와 옥수수 등의 억센 식물이 잘 자라는 곳이다. 후자는 저지대로 벼와 밀, 보리 등 우리 식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주식을 재배하는 곡창지대다. 


고지대로 농촌동원을 가면 우리는 대부분 감자 가을걷이를 한다. 아마도 매일 감자 캐기를 60평 정도는 한 것 같다. 이렇게 보통 한 달을 중학교 3학년부터 6학년 졸업반까지 4번은 참여한다. 물론 대학에 가서도 4년 내내 봄·가을 농촌동원은 예외없다.


손에 물집이 잡힐 때까지 땅을 파다 보면 줄기 깊숙이 달린 감자 덩굴이 보인다. 보통 줄기채로 뽑혀 올라오는 경우도 있지만, 굳은 땅에 박혀있는 감자들은 일일이 호미로 파내야 한다. 줄기 끝에 달린 감자를 바구니에 툭툭 털어 넣을 땐 뽀얀 흙먼지가 온몸을 덮는다. 고되고도 힘에 부친 노동임이 분명하다. 친구들은 힘빠진 얼굴로 선생님에게 빨리 끝내자는 무언의 외침을 보낸다. 작업이 마무리되면 아이들 모두가 곤죽이 된 몸을 이끌고 농장마을로 내려간다. 

  

이런 추억이 누군가에겐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 고통일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도 농촌은 항상 돌아간다. 고된 노동은 여기도 이뤄진다. 강제인가 아닌가의 문제만 다를 뿐이다. 물론 나는 농사를 짓는 농사꾼은 아니다. 그냥 주말농장에 가끔 가는 회사원 정도다. 그렇다고 나이가 많은 것도 아닌, 그냥 MZ세대 끝자락에 태어난 애매한 사람일 뿐이다.


도시의 생활은 역동적이지만, 이를 부러워했던 과거와는 지금의 나 자신이 느끼는 감정은 조금 달라진 것 같다. 사회라는 혼돈 속에서 부대끼며 살아가는 일상은 가끔 나를 과거의 추억으로 소환하곤 한다. 그때가 그리워서가 아닌, 조용한 자연에서 휴식을 취하라고 말이다. 다른 말로 하면 취미생활이라 할까? 일단 도시를 벗어나면, 우리가 숨 쉬는 공기도 달라진다. 솔잎 향기가 나의 코를 정겹게 하고, 푸르른 산과 들이 새 생명을 불어넣어주는 것만 같다.

 사실 이런 취미도 코로나 팬데믹 동안에 생긴 것 같다. 3년 전만 하더라도 주말 취미는 보통 등산이나 골프 연습 정도였다. 하지만 상황이 바뀐 당시에는 별로 할 수 있는 꺼리가 없었다. 여러 사람이 모이는 등산도 갈 수 없었고, 골프 연습도 마음대로 할 수 없었다. ‘집-회사, 회사-집’을 반복했고, 넷플릭스로 영화를 보며 한동안은 달랬지만 끝내는 무기력해지고 말았다.


그러다 탈출구를 찾은 것이 주말농장이었다. 주말농장은 보통 수도권 주변에 있는 텃밭들을 임대하거나, 아니면 회원으로 참여해 고추, 옥수수, 배추, 가지 등 야채를 함께 가꾸며 가을이 오면 서로 나눠 먹거나 본인이 알아서 처분하는 형식의 농장이다.



소소하게 작물을 심어 주말마다 한 번씩 김을 매주고 나면 성취감이 등산 못지않다. 가벼운 노동으로 내가 직접 키우는 작물들의 성장 모습을 보다보면 마음이 평온해진다. 가끔 친구들과 함께 주말농장에 들릴 때도 있다. 물을 주고, 잡초를 뽑고, 조금만 정성을 기울어도 작물들은 푸르싱싱 잘도 자란다. 역시 사람이나 동물이나, 그리고 식물까지도 관심을 주는 만큼 성장하는 것 같다. 


지난 주말엔 고추와 가지 등을 수확했다. 대충 다섯 바구니 정도 나왔는데 이웃과 나눠 먹었다. 친구들과 가족들에게도 나눠 보냈다. 잠깐의 가을 걷이가 끝난 후에는 일상의 탈출을 만끽하며 작물을 잘 키우는 방법들이 기록된 서적들을 이것저것 읽는다. 그러곤 가을 단풍이 수려한 마장호수로 향한다. 파주에 있는 마장호수는 주말농장과 지근거리에 있다. 


가끔 주말마다 작물에 물을 주고는 마장호수로 곧장 향한다. 이것 또한 나의 취미생활 중 하나일 것이다. 그냥 넋 놓고 걷는 게 좋아지는 나이 때인 듯 하다. 호수에는 출렁다리가 하나 있는데 이곳의 명물이다. 잘 조성된 호수 주변의 산책길을 걷다보면, 물위에 떨어진 단풍잎들의 출렁임이 보인다. 물도 아닌 게 파도와 함께 유연하게 춤추는 잎사귀들이 나의 눈을 즐겁게 한다.


 

겨울이면 아마도 주말농장은 쉴 것 같다. 온실농장도 있지만, 또 다시 찾아올 봄과 함께 설렘을 느끼고 싶다. 취미생활도 늘 하면 일이 되고, 흥미가 떨어진다. 가끔 이것저것 하는 것이 살아가는데 더 효과적이다. 나는 그래도 다양한 취미를 가지고 있다. 한강에서 자전거를 탄다던가, 등산을 한다던가, 아니면 가끔 낚시를 할 때도 있다. 물론 요즘 누구나 하는 골프도 배우고 있는 ‘골린(골프+어린이를 합친 신조어, 골프를 막 입문한 초보 골퍼를 칭하는 말)’이다.


아마도 눈 덮힌 추운 겨울이 오면 또 다른 취미를 찾을 것 같다. 추위를 피해 스크린 골프에 매진하며, 다가올 또 다른 봄을 맞이할 준비를 할 것 같다. 물론 예상과 다르게 뭔가 매력적인 것에 끌려 취미를 바꿀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 또한 나의 미래를 위한, 건강한 몸과 정신력을 다스릴 기회일 것이라 나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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