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으로 남北을 연결하는 남북한걸음 대표 정서윤
“남북을 연결하는 데 선두에 서고 싶었습니다.
열려있는 자세로요. 상호 간의 차이를 우와 열의
문제로 봐서는 안 된다는 것을 기억해야겠죠.”
글 임지현 | 사진 최승대
'우리는 모두 연결돼 있다.' 시대가 거듭할수록 타당성이 지속적으로 부여되는 명제다. 물리적인 관계를 뛰어넘어 온라인으로 이어진 영역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고 있다. 그 영역 중 하나가 남과 북이다. 분단의 아픔으로, 국제사회 내 한반도라는 이름 아래, 오가는 날 선 말속에, 더 좁게는 한국 사회에서 이미 어우러져 생활하는 남북한 출신 이들의 생활 영역까지. 오늘은 그 연결을 더욱 두텁게 만들어 나가고자 하는 정서윤 씨의 이야기를 나누어 보고자 한다.
1998년도에 탈북한 정서윤 씨는 비교적 일찍 한국에 온 본인의 경험을 살려 북에서 온 이들의 정착을 돕고 싶었다. 그 소망은 곧 '남북한 출신의 모든 사람이 함께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드는 일, '남북을 연결'하는 일에 대한 소명으로 확장되었다. 그 첫 시작은 대학생 때였다.
"학생 때 '남북 청년이 함께하는'이라는 이름 아래 토론대회, 여행, 캠페인, 책 발간이나 강연 활동을 많이 참여했어요. 활동의 영향력이 분명 있었지만, 모두 일회성이더라고요. 지속적으로 만나는 자리가 없었고, 대개 쌍방향 소통이 아닌 한 방향 소통이었죠. 그게 참 아쉬웠어요. 그래서 사람 대 사람으로의 지속적인 만남이 이루어지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어떤 방법이 있을까, 생각하다가 '책'을 선택했습니다. 독서 모임을 만들게 된 거죠."
책을 통해 사람 대 사람으로서 이해하는 커뮤니티 '남북한걸음'은 그렇게 세상에 나온 지 8년째다. 모임은 격주로 이루어진다. 참여자는 각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읽어낸 책을 매개로 서로를 더 알아가며, 각자의 이야기를 풀어 나눈다. 자신만의 경험을 바탕으로 책을 읽어내어 ‘남한’과 ‘북한’이 특별히 강조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서로를 이해하고자 한다. 그렇게 그들은 책을 통해 하나가 된다.
‘남북한걸음’에는 청년의 마음을 가진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지금까지 남북한 출신 학생이나 직장인은 물론, 80대의 어르신, 은퇴한 교수님, 외국인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해 왔다. 단순 독서 모임으로 시작한 '남북한걸음'은 문화 활동이나 등산 등의 야외활동도 이어오고 있다.
"남북한 사람들은 직접 만나보지 않으면 서로를 알 수가 없어요. 두려울 수 있고, 조심스럽기도 하죠. 실제로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나와 다르지 않구나'하는 생각이 들면서 아우러지게 되는 거죠."
이러한 구상은 모두 정서윤 씨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것이다.
"북한에서 처음 한국 사회로 건너왔을 때, 저를 향한 편견들을 마주할 때면, 너무 괴로웠어요. 언젠가부터 내 뒤에 오는 사람들, 북에서 오는 사람들이 이런 일을 덜 겪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것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겠다는 결심으로 이어졌고요. 한국 사회에 녹아있는 분단을 극복하고 남북을 연결하는 데 선두에 서고 싶었습니다. 언젠가 남북 왕래가 가능해진다면, 그때도 남북을 잇는 데 기여하고 싶어요."
정서윤 씨는 한반도 내에서 일어나는 정체성으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학업에도 열중하고 있다. 북한학 석·박사 과정을 밟으면서 분단체제를 극복하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탈북'이 갖는 프레임의 변화를 위해 그녀는 오늘도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남북한걸음'이 언젠가 한반도 분단체제를 극복하는 새 패러다임을 만드는 그날을 꿈꾼다. 그녀는 그를 실현할 통일의 모습을 일부러라도 그려두지 않는다.
"저 스스로가 굳어지지 않는 길이 '정답을 갖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마찬가지로, 통일의 모습을 정해놓으면 안 돼요. 우린 항상 열려있어야 해요. 언제 될지, 어떻게 될지 모르잖아요. 어쩌면 제가 사는 이 세대가 주체가 아닐 수도 있고요. 그저 문화적으로 서로를 수용하고 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상호 간의 차이를 우와 열의 문제로 봐서는 안 된다는 것을 기억해야겠죠."
남북한걸음은 오늘도 수용과 포용을 통해 통일을 만들어 나간다. 그리고 남북 청년 서로를, 나아가 이들과 세상을 연결하여 긍정적인 변화를 꿈꾸는 정서윤 씨의 열정 어린 행보는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