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 사회통합 시스템 진단


강동완 동아대학교 교수

탈북민 사회통합 시스템 진단


강동완 동아대학교 교수


Ⅰ. 들어가며



2022년 11월 현재, 남한에 정착한 탈북민의 수는 약 3만 5천 명에 이른다. ‘그들’이 아닌 ‘우리의 이웃’으로,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국민’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통일이 그저 먼 미래로만 보이지는 않는다. 북한이탈주민의 성공 정착 사례는 통일시대 남북한 출신 주민간 통합과정에서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바로미터’다. 한국에서의 정착 관련 소식은 그대로 북한에 전해지곤 한다. 경계 너머에 있는 북한 주민들에게 탈북민의 한국 생활은 언제인가 자신들이 경험할 미래가 된다. 국내에 입국한 탈북민들을 ‘먼저 온 통일’이라 부르는 이유다. 따라서 탈북민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한 사회적 여건과 인식이 마련되어 있는지 되돌아볼 때다. 법률과 제도로 탈북민의 정착을 지원하며, 남한 입국 시부터 주거지에서 정착할 때까지 여러 정착지원체계가 마련되어 있다. 그럼에도 사회적 통합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다소 한계가 드러난다. 


성공적인 정착 사례도 있지만 복지 사각지대에 내몰린 탈북민들의 가슴 아픈 사연을 접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지난 2019년 7월 고 한성옥 모자 아사 사건을 들 수 있다. 한 어머니와 아이가 수개월 동안이나 방치된 채 비극적인 죽음을 맞았다. 정부의 복지제도는 무용지물이었다. 자유를 찾아 사선을 넘어온 사람이 그것도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 서울 한복판에서 굶어 죽은 것이다. 굶어 죽었다는 것만큼 세상에서 가장 비참한 말이 또 있을까. 당시 참사는 복지 사각지대에 내몰린 탈북민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불과 얼마 전에도 서울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탈북 여성이 백골 상태의 시신으로 발견된 일이 있었다. 겨울옷을 입은 것으로 미뤄 보아 최소 1년 이상 방치되었다는 점에서 더욱 안타깝고 충격적이다. 탈북민 정착지원체계와 사회안전망이 구축되어 있었지만, 누군가 외로운 죽음을 맞이할 때 그 누구도 곁을 돌보지 못했다. 


일부 북한이탈주민의 경우 탈북과정에서 겪은 심리적 충격과 신체적 질병 등으로 인해 일정 기간 사회활동을 수행하기 어려운 예도 있다. 특히, 정착 과정에서 언어소통의 장애, 일상생활의 변화로 인한 극도의 긴장과 스트레스, 인간 관계형성 방법의 변화, 정서적 결핍, 경제생활의 어려움 등은 북한이탈주민들이 사회적 약자로 전락하게 되는 주요한 요인이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분단 반세기 동안 각기 다른 체제와 환경에서 고착된 문화의 이질성을 극복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북한이탈주민은 언어, 문화, 관습, 직업, 계층, 빈부 격차 등에서 차이를 보인다. 그런데도 북한이탈주민 정착지원에 대한 기존의 패러다임은 이들의 다양성을 고려하기보다, 이들이 이전에 가지고 있던 문화나 경험, 생활양식 등을 전면 배제하고 남한의 문화와 사고방식에 일방적으로 적응하기를 강요하는 ‘동화주의’의 성격이 강하였다고 볼 수 있다. 남한의 문화 우월성에 근거하여 이들이 하루빨리 ‘그곳’에서의 문화와 삶의 형식을 모두 폐기하고, ‘이곳’에 적응하기를 요구하는 수준이었다. 


이 글은 바로 이들의 문화적 다양성을 존중하고 우리 사회에서 함께 어우러져 살아갈 수 있는 구성원이 되기 위해서는 사회통합의 관점에서 북한이탈주민 정착지원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데서 출발한다. 즉, 북한이탈주민의 북한 및 제3국 체류과정에서 경험한 문화와 일상, 직업경험 등을 배제할 것이 아니라 인정하고 수용하자는 것이다. 북한이탈주민이 탈북과정과 제3국 체류 과정에서 받게 된 심리적·정신적 충격과 육체적 질병은 일반 외국인 이주자와 단순히 비교할 수 없는 특수한 상황이다. 따라서 이 글은 사회통합의 관점에서 기존의 탈북민 정착지원 체계의 성과와 문제점을 살펴보고 향후 개선방안을 모색한다. 이를 위해 국내 입국 북한이탈주민의 특징과 현재 정부의 지원체계 현황 등을 먼저 살펴본다. 이는 정확한 진단에서 올바른 처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Ⅱ. 국내 입국 북한이탈주민 특징 및 정부의 지원체계 현황


1. 탈북민의 최근 입국 동향과 특징

앞서 언급한 것처럼 2022년 11월 현재 국내 입국 북한이탈주민의 수는 약 3만 5천명이며, 2012년부터 매년 1,000여 명 정도 꾸준히 입국하는 추세를 보였다. 물론 지난 2020년 이후부터는 코로나19로 인해 국내 입국 탈북민 수 자체가 급감한 것이 사실이다. 북중국경이 전면 봉쇄되고 탈북의 주요 루트인 중국 내 이동이 제한되면서 사실상 탈북 브로커의 활동이 중단된 영향이 크다. 이는 일시적 현상이며 향후 탈북민의 국내 입국이 재개될 것이고, 현재 국내에 입국한 탈북민과의 사회 통합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탈북민 입국 동향 특성을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가. 여성 입국 비율의 지속적 증가   

지난 2005년경부터 여성 입국 비율은 70% 이상을 웃돌았으며 계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18년에는 85%, 2019년에는 80%로 입국자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 입국 탈북민 중 여성의 비율이 높은 것은 북한의 식량난 이후 여성이 주로 가정 경제활동을 하는데, 이 과정에서 탈북이나 인신매매 등이 많이 발생하는 것과 연관되어 있다. 북한 내에서 장사는 주로 여성의 몫인데 장사를 위한 목적의 이동이 활발해지면서 북중국경 지역을 통한 탈북이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용이 하다는 점도 들 수 있다. 


연령대별 입국현황을 보면 여성의 경우 20세에서 39세까지의 비율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여성의 국내 입국 증가율을 살펴볼 때 해당 여성의 탈북 시기와 국내 입국 시기에 대한 연관성을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 북한을 떠난 탈북시기와 국내 입국 시기가 차이가 나는 해당 기간만큼 중국을 비롯한 제3국에서 생활을 한 것인데 이러한 과정은 여성들이 인신매매의 주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탈북민의 안정적 정착을 위한 지원정책이 특히 여성에 초점을 맞추고 연령대별로 구분된 맞춤형 지원정책이 필요함을 말해준다.


나. 중국 장기 체류 탈북여성의 국내 입국 증가

국내 입국 북한이탈주민 중 여성이 증가한 이유는 중국에서 생활하던 탈북여성들이 집단으로 국내에 입국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최근에는 중국 내 한 지역에 여러 명의 탈북 여성들이 생활할 만큼 그 수가 많은데, 같은 지역에 거주하던 탈북여성 4-5명이 집단으로 국내에 입국한 사례도 있다. 


국내에 입국한 탈북여성 중에는 중국에서 최소 1년에서 길게는 20년까지 생활하다 입국한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중국에서 체류하는 과정에서 현지인과 결혼하여 자녀를 출산한 경우 자녀의 양육문제로 인해 한국행을 선택하지 않고 중국에서 장기적으로 머무는 경우가 많다. 국내에 입국한 탈북 여성들은 직행과 중국행을 서로 구분하는데 동일한 탈북여성이라는 정체성이 아닌 각기 다른 문화와 생활방식으로 살아왔기 때문에 서로 갈등을 겪는 예도 있다. 


예를 들어 중국 체류 여성의 경우 출산, 육아의 경험이 있으며 남한 정세 및 생활방식에 대한 이해도가 직행으로 온 탈북여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경향이 있다. 그러나 중국에 두고 온 자녀로 인해 정신적 스트레스 지수가 높으며, 자녀 양육비를 마련하기 위해 무리한 경제활동을 지속하면서 신체적 건강 역시 악화되는 경향도 있다. 


특히, 오랜 기간 중국에서 생활하면서 탈북 시기 때 이미 북한에서 영양불균형 및 열악한 보건의료 환경에 노출된 지병과 건강상태가 더욱 악화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북한에서 열악한 보건의료 환경으로 인해 정상적인 치료나 예방을 받지 못했다면 중국 체류 시에는 호구(신분증명서)를 받지 못하는 불법체류자의 신분으로 인해 병원을 이용할 수 없는 상황에 노출되었다. 이러한 보건의료 체계의 시스템을 이용하지 못한 중국 체류 여성의 경우 국내 입국 시 산부인과 질환이나 결핵, 간염 등의 질병을 안고 있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탈북 유형의 차이는 탈북여성에 대한 지원정책이 탈북시기와 국내입국 시기의 차이와 중국 생활 여부 등을 고려하여 세밀하게 구분되어야 한다는 점을 의미한다.


다. 단순 생계형에서 이주형 탈북 증가 

1990년대 말 극심한 식량난으로 인해 시작된 탈북은 2000년대 중반까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이 시기 탈북동기는 그야말로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목적이었으며 중국에 식량을 구하러 나왔다가 한국에 입국하는 여성들도 많았다. 그런데 최근에는 탈북의 양상이 단순 생계형이 아닌 더 나은 삶에 대한 동경에서 비롯된 이른바 이주형 탈북이 증가하고 있다. 국내에 입국한 북한이탈주민들 중 배고픔과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탈북했다는 응답은 매년 급격히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탈북동기를 자유동경과 정치체제에 대한 불만, 가족상봉 등으로 꼽고 있다. 


특히, 먼저 한국에 입국한 탈북민이 자신의 가족을 데려오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기존에 한국에 먼저 입국하여 생활하던 탈북민이 북한과 연계하는 브로커를 활용해 자신의 가족을 찾고 이를 국내까지 데리고 오는 방식이다. 가족단위 탈북의 증가와 함께 성인 자녀들이 부모를 데려오거나, 성인 부모가 청소년 자녀를 데리고 오는 경우 역시 증가하고 있어 단순 생계형 탈북이 아닌 탈북동기의 다양화에 대한 심층적인 정책 고려가 필요하다. 해외주재 엘리트 계층 뿐만 아니라 북한 일반 주민 중 자녀 교육을 위해 탈북한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또한 최근 북한 내 유입되고 있는 외부정보를 통해 북한체제에 대한 실상을 파악하고 남한에 대한 환상과 동경으로 탈북을 선택하는 요인도 늘어나고 있다. 기존에 북한 당국으로부터 교육받은 남한에 대한 실상에 대해 거짓임을 인지하고 더 나은 생활에 대한 동경이 탈북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라. 러시아 벌목공 출신 남성들의 증가  

앞서 국내 입국 탈북 여성과 달리 남성 입국자의 경우 북한에서 직행으로 오는 경우를 제외하고 주로 러시아 벌목공 출신 남성들의 입국이 증가하고 있다. 러시아에서 노동자로 생활하다 탈출하여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오랜 기간 생활하다 최근에 국내로 입국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탈북루트는 대부분 압록강과 두만강을 건너 중국에 이르게 되면 중국 대륙을 종단하여 베트남, 미얀마, 라오스 등을 거쳐 태국을 통해 국내에 입국하게 된다. 이러한 루트는 반드시 탈북 브로커라 불리는 조직책과 연계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러시아의 경우 이러한 탈북 브로커의 활동이 존재하지 않았고 한국까지 입국 루트가 없었기 때문에 러시아에서 한국으로 입국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무엇보다 기존에 러시아에서 한국 입국까지 경로를 탈북자들이 알 수 없었다는 점이다. 


그런데 최근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의 난민 지위를 활용하여 국내에 입국하는 탈북 남성의 수가 급증하고 있다. 대부분 현지 선교단체나 지원기관이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과 연계하여 러시아에 체류하고 있는 탈북남성을 국내로 난민지위를 통해 입국시키는 방식이다. 이들 탈북남성들은 주로 러시아에 벌목공으로 파견되었다가 조직을 이탈하여 러시아 각지에서 개별적으로 생활하다가 이러한 단체의 지원을 통해 국내 입국 과정을 거치게 된다. 또한 최근에는 러시아에 파견된 건설 노동자의 열악한 인권 상황이 국내외에 알려지면서 조직을 이탈하여 망명을 신청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러시아에서 입국한 탈북민 역시 앞서 중국에서 체류하다 국내에 입국한 탈북여성들과 동일하게 현지 체류 과정에서 영양불균형 및 보건의료 분야의 실질적인 혜택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신체적, 정신적 건강 상태가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탈북민 정착지원 정책은 제3국 체류 과정에서 경험한 정신적, 심리적 상태는 물론 신체적 영양상태에 대한 고려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2. 정부의 탈북민 정착지원체계 특징

정부의 탈북민 지원체계는 크게, 기초생활(정착금, 주택, 기초생계비 지원)·취업·교육지원, 의료지원 등이다. 지난 노무현 정부 시기 정부는 북한이탈주민을 생산적 기여인으로 육성한다는 목표 아래 북한이탈주민 정착지원 제도의 방향을 ‘보호’에서 ‘자립·자활’로 전환하였다. 정착금 지원의 경우 2007년 입국자부터 자립 유도를 위한 정착금 제도를 적용하여 정착기본금을 감액하고, 대신 취업장려금 및 주거지원금을 증액하였다. 또한 취업지원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써 북한이탈주민 채용 사업장의 인센티브를 강화하였다.


구체적으로 2022년 11월 현재, 북한이탈주민을 위한 정착지원은 정착기본금, 주거지원금, 지방거주장려금, 가산금(어린이, 고령, 한부모 가정 등일 경우 추가로 받는 지원금액), 정착장려금, 보로금(반국가 단체나 그 관련 구성원으로부터 금품을 취득하여 수사 기관이나 정보 기관에 제공하였을 경우 그 금품 중에서 지급하는 돈 [예 : 북한 무기를 들고 남한에 귀순할 경우]), 고용지원금, 미래행복통장, 교육지원금 등이다. 이 중에서 정착기본금은 1인 기준 800만원으로 초기 500만원을 지급하고 나머지 300만원 분할지급한다. 주거지원금은 1인 세대 1,600만원으로 만20세 도달 후 지원재단을 통해 주택 신청이 가능하다. 지방거주장려금의 경우 1인세대를 기준으로 광역시 160만원, 기타 지방은 320만원으로 사회편입 후 2년 동안 해당 지역에서 거주한 경우에만 지급하고 있다. 가산금의 경우 고령자와 한부모가정아동보호, 제3국출생자녀양육가산금 등으로 구분해서 지급하고 있다. 교육지원금은 사립대의 경우 입학금과 수업료 등을 반액 보조하고 국공립대 및 고교의 경우 입학금과 수업료 전액을 면제한다. 자격은 만34세 이하로 고졸 이상의 학력을 인정받은 날로부터 5년 이내 입학시에 해당한다. 전문대, 사이버대, 평생교육시설 등은 연령제한이 없으며, 역시 고졸 이상의 학력을 인정받은 날로부터 5년 이내 입학시에 해당한다.  


또한 북한이탈주민이 정착하게 될 지역의 지자체가 공급하는 공공임대주택 또는 대한주택공사가 공급하는 영구임대주택 중에서 입주를 주선 받을 수 있는 제도가 있다. 공공임대주택의 경우 입주자격은 북한이탈주민보호법의 보호 기간인 5년으로 한정, 5년 이후에는 일반으로 전환된다. 2005년 1월 1일 이후 입국세대의 주거지원금은 통일부에서 대한주택공사 또는 도시개발공사 등 주택 관리부서에 직접 지급하고 있다.



Ⅲ. 탈북민 사회통합의 성공적 사례


1. 남북생애나눔대화 프로그램
남북한 출신 사람들의 서로에 대한 공감적 이해

남북한 사회통합 프로그램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남북생애나눔대화를 들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은 오랜 시간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남북한 출신 주민이 만남과 대화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하나가 되는 남북소통의 장이다. 남북 출신 주민들의 가치관을 공유하고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목적으로 추진되었다. 통일 이후 동서독 출신 사람들의 일상사를 나누었던 동서포럼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독일이 통일 후 이런 만남을 가졌다면, 우리로서는 통일을 준비하는 차원에서 실시한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 남북한 출신 사람들의 일상사를 중심으로 한 생애나눔 대화로 서로의 편견을 극복하고 사회통합에 기여하는데, 남북 주민의 통합을 원하는 이들의 소통 기회를 부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대표적으로 이 사업은 사단법인 새조위(새롭고하나된조국을위한모임)가 통일부로부터 사업을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으며, 지난 2020년에 시작해 2022년 11월 현재까지 남북한 출신 500여명이 참가했다. 무엇보다 각자가 살아온 생애주기별에 맞춰 시대상을 이해함은 물론 남북한 출신 사람간 마음의 통합을 이루었다고 평가된다. 특히, 새조위에서 운영하는 남북생애나눔대화 프로그램의 경우 남북한 출신 사람간 비율을 정확히 동수로 구성하여 진행한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


2. 지역 탈북민 봉사단체
수혜자에서 공여자로

남북한 사회통합의 주요한 사례로 꼽을 수 있는 건, 바로 북한이탈주민들의 봉사활동이다. 북한이탈주민의 남한 사회정착 과정에서 정부의 정책지원이나 경제적 어려움보다 사회적 인식의 문제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더 높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일방적으로 도움을 받는 봉사의 대상이 아니라 북한이탈주민이 지역사회에서 봉사자로 활동하는 것은 매우 의미가 크다. 탈북민에 대한 이해도 제고를 위한 인식개선 사업이라는 점에서, 남한 출신 사람들의 탈북민에 대한 이미지 제고에도 효과가 있다. 더욱이 북한이탈주민들로만 구성된 봉사단체뿐만 아니라 남북한 출신 사람들이 함께 회원이 되어 지역에서 어울림 사업 등을 추진하는 건 더더욱 효과가 크다. 예를 들어, 부산지역은 현재 약 1000여 명의 탈북민이 이웃으로 살아간다. 지역사회에서 안정적인 정착은 물론 탈북민으로 받은 사랑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의미로 봉사활동에도 적극적이다. 탈북민으로 구성된 봉사단체만 해도 탈북의사 사랑봉사회(강유 단장) 통일희망봉사단(황현정 단장) 한마음봉사단(최광준 단장) 등 여러 곳이다.


탈북민의 안정적인 정착과 자립의 방해 요소는 어쩌면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그들을 바라보는 차별의 시선일지도 모른다. 지역사회에서 탈북민 봉사단체는 탈북민에 대한 우리의 관심을 높이는데 기여한다.


Ⅳ. 사회통합을 위한 탈북민 정착지원 개선방안


신정부 출범에 따라 지난 5년 동안 추진한 정책의 근본적인 변화가 불가피하다. 윤석렬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자유’라는 단어를 무려 35번이나 언급하며, 자유민주주의와 보편적 인권을 강조했다. 신정부의 국정과제 및 실천과제로 북한이탈주민의 안정적인 사회정착 등 ‘먼저 온 통일’에 대한 지원체계를 확충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구체적인 내용으로 정착금 등 초기지원 개선 및 취업지원(창업지원센터 등)확대를 추진하고, 위기가구 통합지원시스템 및 정신건강지원 지원 체계 구축, 법률조력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무엇보다 국정과제 및 실천과제에 ‘먼저 온 통일’이라는 단어가 담긴 것은 매우 의미가 크다. 그들은 자유를 찾아 대한민국에 온 우리의 이웃이다. 그들에 대한 정체성 확립과 인식이 곧 자존감이다. ‘통일의 마중물’로 우리 곁에 온 그들과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지금이 바로 통일의 연습인 것이다. ‘한 사람이 온다는 건 실로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함께 오기 때문이다’라는 어느 시인의 말처럼 그들은 북한에서의 과거와 남한에서의 현재 그리고 통일조국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 가야 할 사람들이다. 북한이탈주민의 안정적인 정착은 휴전선 너머 북한사람들에게 자유민주주의를 기본가치로 여기는 대한민국의 위상을 알리는 통로가 된다. 따라서 제도와 법률을 재정비하고 그들의 정착지원을 돕는 것이 바로 통일준비라 할 수 있다.


1. 주관 부처 및 탈북민 관계기관의 개편 및 보완

먼저 큰 틀에서 탈북민 정착지원의 주무부처인 통일부의 탈북민 정착지원 업무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 지역사회에서 사회복지는 보건복지부 소관 업무다. 복지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 동사무소를 비롯해 지역사회는 촘촘한 복지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탈북민의 복지와 지역정착은 보건복지부나 행정안전부가 아닌 통일부가 담당한다. 지역사회에서 사회복지는 복지부와 행안부 소관이다. 주민센터를 비롯해 촘촘한 복지체계를 갖추고 있다. 그런데 탈북민 복지와 지역정착은 통일부 소관인데, 그 운영방식은 복지부 시스템을 차용한다. 예를 들어, 하나센터 직원 채용 시 사회복지사 자격은 필수요건이며, ‘사례관리’ 프로그램을 사용한다. 하나센터 평가도 사회복지 관련 전문가들로 구성하여 하고 있고, 하나센터의 경우 대부분 지역종합복지관에 위탁한다. 굳이 통일부가 탈북민 지원과 관리를 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증거다. 자신들의 밥그릇 챙기기로 탈북민 관련 업무를 움켜쥔 결과, 탈북민들만 복지 사각지대로 내몰린다. 탈북민들도 우리와 똑같은 대한민국 국민이기에 일반 국민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탈북민 정착지원 업무는 복지부와 행안부로 이관하고, 통일부는 말 그대로 통일분야에 집중해야 한다. 탈북민 업무의 타부처 이관이 당장 어렵다면, 최소한 남북하나재단과 하나센터의 전면적인 개편만이라도 이루어져야 한다. 하나센터로 지정되면 3년마다 평가를 받지만, 요식행위에 불과하다. 재지정 연수의 제한이 없으니, 10년 이상 하나센터를 운영하는 위탁기관만 여러 곳이다. 역량 있는 신규 기관이 새로 진입할 구조 자체가 막혀있는 구조다.


2. 탈북-제3국 체류-남한 입국의 맥락적 이해

앞서 언급한 것처럼 최근 북한이탈주민의 남한 입국 양상이 바뀌고 있는데 이는 북한을 탈북한 이후 제3국 체류기간이 길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북한이탈주민은 출신국(북한)과 남한의 문화적 차이는 물론 제3국 체류과정에서 체득한 문화의 차이로 인해 문화적 갈등에서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 북한이탈주민이 북한이나 제3국에서 경험하였던 문화나 생활양식, 특히 직업경험 등이 남한에서 전혀 수용되지 않고 배제된다는 데 그 문제점이 있다. 따라서 다문화 수용 관점에서 볼 때, 북한이탈주민 지원정책의 일환으로 북한과 제3국 체류경험을 맥락적으로 파악하고 이에 대한 심층적인 상담 및 취업지도가 필요하다. 


최근 남한 입국 북한이탈주민 중 여성의 비율이 급증하며 이 가운데 중국에서의 장기체류가 늘어남에 따라 이에 대한 맥락적 이해가 매우 중요한 요인이다. 북한에서 중국으로 탈북하는 과정에서 겪게 된 인신매매로 인한 정신적 외상에 대한 상담이 필요하다. 탈북여성들이 중국에 두고 온 자녀로 인해 겪게 될 심리적 스트레스와 부담을 경감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되어야 한다. 중국에 송금할 돈을 마련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목돈을 빨리 마련하기 위한 일자리를 찾다보니 안정적인 정착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또한 북한이탈주민들은 북한과 제3국에서의 경험과 급격한 환경 변화 경험으로 인한 심신의 불안정, 자기효능감 저하, 대인관계의 어려움, 적극적이고 건전한 진로동기 확립의 어려움 등에 직면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결국 직업훈련에 몰입하지 못하고 취업 이후 이·전직을 거듭하는 주요 배경이 되고 있다.그러나 아직까지 북한이탈주민 직업능력개발훈련은 직업 기술 연마에만 주로 국한되어 있어 직업훈련과 직장생활에서 나타나는 현실적 문제에 대처가 미흡한 상황으로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북한이탈주민의 기본 역량을 제고하기 위한 직업능력훈련과 단기간의 생계지원이 병행되도록 하되 중장기적인 직업교육훈련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지역정착 기관과 지자체의 지원방안이 적극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남북하나재단이 중심이 되어 일정기간 제2하나원에서 집합교육 형식으로 추진하는 프로그램은 특정 직업역량강화라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이러한 교육방식은 거주 지역으로부터 일정기간 벗어나기 때문에 일상과 연계되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북한이탈주민이 거주하는 지자체에서 소관하는 직업훈련센터를 이용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지역 하나센터가 현재 직업역량강화를 위한 직접적 교육을 담당하기는 어렵기에 지역기관의 연계망을 통해 직업군을 확보하는 것도 필요하다. 해당 지자체에 특화된 산업군을 발굴하고 이에 특성화된 직업역량을 강화하도록 해야 한다.


3. 각종 지원금에 대한 재정비

앞서 살펴본 것처럼 현재 북한이탈주민 지원을 위한 다양한 제도가 마련되어 있다. 특히 일시적 지원이 아닌 취업을 장려하고 안정적인 정착을 목적으로 고용지원금, 미래행복통장, 취업장려금 등이 시행중이다. 고용지원금은 현재 취업보호대상 북한이탈주민을 고용한 사업주에게 취업일로부터 최대 4년까지 임금의 1/2을 지급하되 월 한도는 50만원으로 제한되어 있다. 연 600만원씩 최장 4년 동안 최고 2400만원을 지원한다. 취업보호대상자는 2014년 11월 29일 이전 입국자를 의미한다. 


고용지원금과 달리 미래행복통장은 2014년 11월 29일 이후 입국하여 보호결정 받은 자에 한해 만기 해지시 최대 4800만원을 돌려받을 수 있는 제도다. ‘미래행복통장’은 북한이탈주민이 근로소득을 저축하면 매월 동일 금액을 정부 지원금으로 적립해주는 자산 형성 지원제도로, 월 최대 50만 원씩 기본 2년, 1년씩 연장해서 최대 4년까지 저축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제도들이 당초 취지와 무색하게 문제점도 드러나고 있다. 고용지원금의 경우 사업주가 지원기간인 4년이 지나면 해고하는 형태로 오히려 장기근속을 저해하는 모순적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또한 미래행복통장 역시 지난 7년간 연도별 평균 가입 건수는 345명이며, 해당 제도가 처음 도입된 2015년부터 올해 8월까지 가입자 수는 2,764명에 불과하다. ‘미래행복통장’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3개월 이상 취업, 사업 등의 경제활동을 하고 있으며 신청 시점에 소득이 발생하고 있어야 가능한데, 현실적으로 2년의 가입 기간 내내 일정하게 저축할 수 있는 탈북민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결국 북한이탈주민들의 현실에 맞도록 가입·유지 조건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탈북민의 직업역량을 강화하고 적성에 맞는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하되, 직장 내 갈등으로 인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직장 내 북한이탈주민 이해 교육과 사업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


4. 방송매체를 통한 홍보방안

제도와 정책을 정비하고 준비하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북한사람과 남한사람이라는 마음의 경계를 허무는 일이 필요하다. 동서독 통일과정은 우리에게 사람간의 통합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를 새삼 일깨워 준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통일된 지 30여년이 지나고 있지만, 동서독 출신 사람간 보이지 않는 장벽은 여전하다. 내전이 없었던 동서독도 그러한데 전쟁을 겪은 남북한 출신 사람들간 마음의 벽은 더욱 더 견고할 수밖에 없다. 현재 우리 곁에 온 탈북민의 안정적 정착을 위한 다양한 제도와 정책을 통해 그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이에 대한 준비가 북한주민들에게 인지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과 선입견, 편견 등의 해소를 위해서는 국민들에게 이들의 진정성을 알리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 북한이탈주민에 대해 우리 사회에서는 왜곡되고 편향된 시선과 편견들이 존재한다. 즉, 일부 북한이탈주민으로부터 전해 들은 경험을 마치 모든 북한이탈주민의 문제로 그룹하는 소위 ‘부분의 전체화’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더욱 팽배해 지고 있다. 따라서 언론 홍보를 통해 북한이탈주민이 갖고 있는 진정성을 홍보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지역사회에서 안정적으로 정착한 북한이탈주민 가정을 소개하고, 정착에 성공한 사례를 소개하여 우리 생활 가까이에 있는 북한이탈주민의 진솔한 삶의 이야기를 함께 나누는 것이 필요하다. 즉, 북한이탈주민이 일상생활에서 겪는 문화적 차이와 그로 인한 갈등, 그리고 해결과정 등에 대한 프로그램을 통해 이들 역시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우리의 이웃이라는 점에서 ‘그들과 우리’라는 구별 짓기의 해소가 필요하다. 


현재 북한이탈주민을 소재로 한 방송프로그램은 전무한 실정이다. 종편 채널에서 북한이탈주민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이 있지만, 이는 대부분 북한의 현재 상황을 북한이탈주민이 소개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북한이탈주민의 탈북스토리를 흥미 위주로 다루었던 기존 내용에서 벗어나 남북한 주민들이 함께 공동체를 형성한 사례나 우리 일상의 생활을 소개하는 콘텐츠가 필요하다. 북한이탈주민이 남한 입국 이후 겪게 된 정착과정에서의 소소한 일상을 소개하면서 이러한 일이 발생하게 된 원인을 함께 고민하는 내용이다. 또한 북한이탈주민이 초기 정착과정에서 겪을 수 있는 어려움과 시행착오를 주제로 한 내용을 통해 남북한 출신 사람들이 함께 공감하는 콘텐츠가 필요하다.


5. 중앙정부-지자체-민간단체의 거버넌스 구축

현재 외국인 노동자 및 이주민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정책은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는 법무부를 중심으로 각 부처와 지자체, 그리고 민간단체가 협력체계를 형성하고 있다. 특히 중앙부처의 지원과 별도로 광역·기초 지자체별로 시행중인 이주민 지원프로그램 및 관련 시설은 급증하고 있다. 이에 반해 북한이탈주민 지원정책은 현재로서는 통일부가 전적으로 주관하고 있으며, 지자체의 역할은 큰 비중을 차지하지 못한 실정이다. 현재 북한이탈주민의 정착 지역이 주로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지자체의 역할 강화를 통한 지방 분산은 의미있는 정책방향이라 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 볼 때 북한이탈주민이 우리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지역주민과 어울려 차이와 차별을 극복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수준의 지자체의 자체 역량으로는 북한이탈주민의 정착을 지원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제도적·환경적 요건이 미흡하다. 상대적으로 북한이탈주민이 많이 거주하는 지자체와 그렇지 않은 지자체의 경우 지원정책이 현격히 차이가 있으며, 이 역시 북한이탈주민 지원정착에 관심을 가진 지자체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따라서 통일부나 행정안전부 중심의 컨트롤 타워 기관을 정하되, 중앙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민간분야가 서로 연계되는 네트워크를 형성해 나가야 한다.



Ⅴ. 나가며


북한이탈주민 문제는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바로 미래의 특정한 시점에 다가올 우리 모두의 문제다. 그들이 경험한 문화적 다양성을 전면 배제, 격리한 채 무조건 남한 사회에 동화되기만을 요구해서는 사회적 통합을 이루는데 분명한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 향후 남북한 통일과정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통합을 이루는 데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상대방에 대한 차이가 차별로 이어지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다문화 수용 관점의 정책방향은 현재 북한이탈주민의 정착지원에도 도움이 되지만, 향후 우리 사회의 통합을 견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남북한 출신 사람들의 인식개선을 확대하는 사회통합형 탈북민 지원정책은 지속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탈북민들이 원하는 건 물질적인 지원이 아니라 어쩌면 차별받지 않는 시선과 마음일지도 모른다. ‘북한사람’, ‘탈북민’이 아닌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 살고 싶은 것이다. 우리의 따스한 관심과 환대가 통일 조국을 만드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탈북민 사회통합
시스템 진단


강동완 동아대 교수


Ⅰ. 들어가며



2022년 11월 현재, 남한에 정착한 탈북민의 수는 약 3만 5천 명에 이른다. ‘그들’이 아닌 ‘우리의 이웃’으로,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국민’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통일이 그저 먼 미래로만 보이지는 않는다. 북한이탈주민의 성공 정착 사례는 통일시대 남북한 출신 주민간 통합과정에서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바로미터’다. 한국에서의 정착 관련 소식은 그대로 북한에 전해지곤 한다. 경계 너머에 있는 북한 주민들에게 탈북민의 한국 생활은 언제인가 자신들이 경험할 미래가 된다. 국내에 입국한 탈북민들을 ‘먼저 온 통일’이라 부르는 이유다. 따라서 탈북민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한 사회적 여건과 인식이 마련되어 있는지 되돌아볼 때다. 법률과 제도로 탈북민의 정착을 지원하며, 남한 입국 시부터 주거지에서 정착할 때까지 여러 정착지원체계가 마련되어 있다. 그럼에도 사회적 통합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다소 한계가 드러난다. 


성공적인 정착 사례도 있지만 복지 사각지대에 내몰린 탈북민들의 가슴 아픈 사연을 접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지난 2019년 7월 고 한성옥 모자 아사 사건을 들 수 있다. 한 어머니와 아이가 수개월 동안이나 방치된 채 비극적인 죽음을 맞았다. 정부의 복지제도는 무용지물이었다. 자유를 찾아 사선을 넘어온 사람이 그것도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 서울 한복판에서 굶어 죽은 것이다. 굶어 죽었다는 것만큼 세상에서 가장 비참한 말이 또 있을까. 당시 참사는 복지 사각지대에 내몰린 탈북민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불과 얼마 전에도 서울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탈북 여성이 백골 상태의 시신으로 발견된 일이 있었다. 겨울옷을 입은 것으로 미뤄 보아 최소 1년 이상 방치되었다는 점에서 더욱 안타깝고 충격적이다. 탈북민 정착지원체계와 사회안전망이 구축되어 있었지만, 누군가 외로운 죽음을 맞이할 때 그 누구도 곁을 돌보지 못했다. 


일부 북한이탈주민의 경우 탈북과정에서 겪은 심리적 충격과 신체적 질병 등으로 인해 일정 기간 사회활동을 수행하기 어려운 예도 있다. 특히, 정착 과정에서 언어소통의 장애, 일상생활의 변화로 인한 극도의 긴장과 스트레스, 인간 관계형성 방법의 변화, 정서적 결핍, 경제생활의 어려움 등은 북한이탈주민들이 사회적 약자로 전락하게 되는 주요한 요인이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분단 반세기 동안 각기 다른 체제와 환경에서 고착된 문화의 이질성을 극복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북한이탈주민은 언어, 문화, 관습, 직업, 계층, 빈부 격차 등에서 차이를 보인다. 그런데도 북한이탈주민 정착지원에 대한 기존의 패러다임은 이들의 다양성을 고려하기보다, 이들이 이전에 가지고 있던 문화나 경험, 생활양식 등을 전면 배제하고 남한의 문화와 사고방식에 일방적으로 적응하기를 강요하는 ‘동화주의’의 성격이 강하였다고 볼 수 있다. 남한의 문화 우월성에 근거하여 이들이 하루빨리 ‘그곳’에서의 문화와 삶의 형식을 모두 폐기하고, ‘이곳’에 적응하기를 요구하는 수준이었다. 


이 글은 바로 이들의 문화적 다양성을 존중하고 우리 사회에서 함께 어우러져 살아갈 수 있는 구성원이 되기 위해서는 사회통합의 관점에서 북한이탈주민 정착지원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데서 출발한다. 즉, 북한이탈주민의 북한 및 제3국 체류과정에서 경험한 문화와 일상, 직업경험 등을 배제할 것이 아니라 인정하고 수용하자는 것이다. 북한이탈주민이 탈북과정과 제3국 체류 과정에서 받게 된 심리적·정신적 충격과 육체적 질병은 일반 외국인 이주자와 단순히 비교할 수 없는 특수한 상황이다. 따라서 이 글은 사회통합의 관점에서 기존의 탈북민 정착지원 체계의 성과와 문제점을 살펴보고 향후 개선방안을 모색한다. 이를 위해 국내 입국 북한이탈주민의 특징과 현재 정부의 지원체계 현황 등을 먼저 살펴본다. 이는 정확한 진단에서 올바른 처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Ⅱ. 국내 입국 북한이탈주민 특징 및 
정부의 지원체계 현황


1. 탈북민의 최근 입국 동향과 특징

앞서 언급한 것처럼 2022년 11월 현재 국내 입국 북한이탈주민의 수는 약 3만 5천명이며, 2012년부터 매년 1,000여 명 정도 꾸준히 입국하는 추세를 보였다. 물론 지난 2020년 이후부터는 코로나19로 인해 국내 입국 탈북민 수 자체가 급감한 것이 사실이다. 북중국경이 전면 봉쇄되고 탈북의 주요 루트인 중국 내 이동이 제한되면서 사실상 탈북 브로커의 활동이 중단된 영향이 크다. 이는 일시적 현상이며 향후 탈북민의 국내 입국이 재개될 것이고, 현재 국내에 입국한 탈북민과의 사회 통합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탈북민 입국 동향 특성을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가. 여성 입국 비율의 지속적 증가   

지난 2005년경부터 여성 입국 비율은 70% 이상을 웃돌았으며 계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18년에는 85%, 2019년에는 80%로 입국자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 입국 탈북민 중 여성의 비율이 높은 것은 북한의 식량난 이후 여성이 주로 가정 경제활동을 하는데, 이 과정에서 탈북이나 인신매매 등이 많이 발생하는 것과 연관되어 있다. 북한 내에서 장사는 주로 여성의 몫인데 장사를 위한 목적의 이동이 활발해지면서 북중국경 지역을 통한 탈북이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용이 하다는 점도 들 수 있다. 


연령대별 입국현황을 보면 여성의 경우 20세에서 39세까지의 비율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여성의 국내 입국 증가율을 살펴볼 때 해당 여성의 탈북 시기와 국내 입국 시기에 대한 연관성을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 북한을 떠난 탈북시기와 국내 입국 시기가 차이가 나는 해당 기간만큼 중국을 비롯한 제3국에서 생활을 한 것인데 이러한 과정은 여성들이 인신매매의 주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탈북민의 안정적 정착을 위한 지원정책이 특히 여성에 초점을 맞추고 연령대별로 구분된 맞춤형 지원정책이 필요함을 말해준다.


나. 중국 장기 체류 탈북여성의 국내 입국 증가

국내 입국 북한이탈주민 중 여성이 증가한 이유는 중국에서 생활하던 탈북여성들이 집단으로 국내에 입국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최근에는 중국 내 한 지역에 여러 명의 탈북 여성들이 생활할 만큼 그 수가 많은데, 같은 지역에 거주하던 탈북여성 4-5명이 집단으로 국내에 입국한 사례도 있다. 


국내에 입국한 탈북여성 중에는 중국에서 최소 1년에서 길게는 20년까지 생활하다 입국한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중국에서 체류하는 과정에서 현지인과 결혼하여 자녀를 출산한 경우 자녀의 양육문제로 인해 한국행을 선택하지 않고 중국에서 장기적으로 머무는 경우가 많다. 국내에 입국한 탈북 여성들은 직행과 중국행을 서로 구분하는데 동일한 탈북여성이라는 정체성이 아닌 각기 다른 문화와 생활방식으로 살아왔기 때문에 서로 갈등을 겪는 예도 있다. 


예를 들어 중국 체류 여성의 경우 출산, 육아의 경험이 있으며 남한 정세 및 생활방식에 대한 이해도가 직행으로 온 탈북여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경향이 있다. 그러나 중국에 두고 온 자녀로 인해 정신적 스트레스 지수가 높으며, 자녀 양육비를 마련하기 위해 무리한 경제활동을 지속하면서 신체적 건강 역시 악화되는 경향도 있다. 


특히, 오랜 기간 중국에서 생활하면서 탈북 시기 때 이미 북한에서 영양불균형 및 열악한 보건의료 환경에 노출된 지병과 건강상태가 더욱 악화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북한에서 열악한 보건의료 환경으로 인해 정상적인 치료나 예방을 받지 못했다면 중국 체류 시에는 호구(신분증명서)를 받지 못하는 불법체류자의 신분으로 인해 병원을 이용할 수 없는 상황에 노출되었다. 이러한 보건의료 체계의 시스템을 이용하지 못한 중국 체류 여성의 경우 국내 입국 시 산부인과 질환이나 결핵, 간염 등의 질병을 안고 있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탈북 유형의 차이는 탈북여성에 대한 지원정책이 탈북시기와 국내입국 시기의 차이와 중국 생활 여부 등을 고려하여 세밀하게 구분되어야 한다는 점을 의미한다.


다. 단순 생계형에서 이주형 탈북 증가 

1990년대 말 극심한 식량난으로 인해 시작된 탈북은 2000년대 중반까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이 시기 탈북동기는 그야말로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목적이었으며 중국에 식량을 구하러 나왔다가 한국에 입국하는 여성들도 많았다. 그런데 최근에는 탈북의 양상이 단순 생계형이 아닌 더 나은 삶에 대한 동경에서 비롯된 이른바 이주형 탈북이 증가하고 있다. 국내에 입국한 북한이탈주민들 중 배고픔과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탈북했다는 응답은 매년 급격히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탈북동기를 자유동경과 정치체제에 대한 불만, 가족상봉 등으로 꼽고 있다. 


특히, 먼저 한국에 입국한 탈북민이 자신의 가족을 데려오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기존에 한국에 먼저 입국하여 생활하던 탈북민이 북한과 연계하는 브로커를 활용해 자신의 가족을 찾고 이를 국내까지 데리고 오는 방식이다. 가족단위 탈북의 증가와 함께 성인 자녀들이 부모를 데려오거나, 성인 부모가 청소년 자녀를 데리고 오는 경우 역시 증가하고 있어 단순 생계형 탈북이 아닌 탈북동기의 다양화에 대한 심층적인 정책 고려가 필요하다. 해외주재 엘리트 계층 뿐만 아니라 북한 일반 주민 중 자녀 교육을 위해 탈북한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또한 최근 북한 내 유입되고 있는 외부정보를 통해 북한체제에 대한 실상을 파악하고 남한에 대한 환상과 동경으로 탈북을 선택하는 요인도 늘어나고 있다. 기존에 북한 당국으로부터 교육받은 남한에 대한 실상에 대해 거짓임을 인지하고 더 나은 생활에 대한 동경이 탈북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라. 러시아 벌목공 출신 남성들의 증가  

앞서 국내 입국 탈북 여성과 달리 남성 입국자의 경우 북한에서 직행으로 오는 경우를 제외하고 주로 러시아 벌목공 출신 남성들의 입국이 증가하고 있다. 러시아에서 노동자로 생활하다 탈출하여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오랜 기간 생활하다 최근에 국내로 입국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탈북루트는 대부분 압록강과 두만강을 건너 중국에 이르게 되면 중국 대륙을 종단하여 베트남, 미얀마, 라오스 등을 거쳐 태국을 통해 국내에 입국하게 된다. 이러한 루트는 반드시 탈북 브로커라 불리는 조직책과 연계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러시아의 경우 이러한 탈북 브로커의 활동이 존재하지 않았고 한국까지 입국 루트가 없었기 때문에 러시아에서 한국으로 입국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무엇보다 기존에 러시아에서 한국 입국까지 경로를 탈북자들이 알 수 없었다는 점이다. 


그런데 최근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의 난민 지위를 활용하여 국내에 입국하는 탈북 남성의 수가 급증하고 있다. 대부분 현지 선교단체나 지원기관이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과 연계하여 러시아에 체류하고 있는 탈북남성을 국내로 난민지위를 통해 입국시키는 방식이다. 이들 탈북남성들은 주로 러시아에 벌목공으로 파견되었다가 조직을 이탈하여 러시아 각지에서 개별적으로 생활하다가 이러한 단체의 지원을 통해 국내 입국 과정을 거치게 된다. 또한 최근에는 러시아에 파견된 건설 노동자의 열악한 인권 상황이 국내외에 알려지면서 조직을 이탈하여 망명을 신청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러시아에서 입국한 탈북민 역시 앞서 중국에서 체류하다 국내에 입국한 탈북여성들과 동일하게 현지 체류 과정에서 영양불균형 및 보건의료 분야의 실질적인 혜택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신체적, 정신적 건강 상태가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탈북민 정착지원 정책은 제3국 체류 과정에서 경험한 정신적, 심리적 상태는 물론 신체적 영양상태에 대한 고려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2. 정부의 탈북민 정착지원체계 특징

정부의 탈북민 지원체계는 크게, 기초생활(정착금, 주택, 기초생계비 지원)·취업·교육지원, 의료지원 등이다. 지난 노무현 정부 시기 정부는 북한이탈주민을 생산적 기여인으로 육성한다는 목표 아래 북한이탈주민 정착지원 제도의 방향을 ‘보호’에서 ‘자립·자활’로 전환하였다. 정착금 지원의 경우 2007년 입국자부터 자립 유도를 위한 정착금 제도를 적용하여 정착기본금을 감액하고, 대신 취업장려금 및 주거지원금을 증액하였다. 또한 취업지원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써 북한이탈주민 채용 사업장의 인센티브를 강화하였다.


구체적으로 2022년 11월 현재, 북한이탈주민을 위한 정착지원은 정착기본금, 주거지원금, 지방거주장려금, 가산금(어린이, 고령, 한부모 가정 등일 경우 추가로 받는 지원금액), 정착장려금, 보로금(반국가 단체나 그 관련 구성원으로부터 금품을 취득하여 수사 기관이나 정보 기관에 제공하였을 경우 그 금품 중에서 지급하는 돈 [예 : 북한 무기를 들고 남한에 귀순할 경우]), 고용지원금, 미래행복통장, 교육지원금 등이다. 이 중에서 정착기본금은 1인 기준 800만원으로 초기 500만원을 지급하고 나머지 300만원 분할지급한다. 주거지원금은 1인 세대 1,600만원으로 만20세 도달 후 지원재단을 통해 주택 신청이 가능하다. 지방거주장려금의 경우 1인세대를 기준으로 광역시 160만원, 기타 지방은 320만원으로 사회편입 후 2년 동안 해당 지역에서 거주한 경우에만 지급하고 있다. 가산금의 경우 고령자와 한부모가정아동보호, 제3국출생자녀양육가산금 등으로 구분해서 지급하고 있다. 교육지원금은 사립대의 경우 입학금과 수업료 등을 반액 보조하고 국공립대 및 고교의 경우 입학금과 수업료 전액을 면제한다. 자격은 만34세 이하로 고졸 이상의 학력을 인정받은 날로부터 5년 이내 입학시에 해당한다. 전문대, 사이버대, 평생교육시설 등은 연령제한이 없으며, 역시 고졸 이상의 학력을 인정받은 날로부터 5년 이내 입학시에 해당한다.  


또한 북한이탈주민이 정착하게 될 지역의 지자체가 공급하는 공공임대주택 또는 대한주택공사가 공급하는 영구임대주택 중에서 입주를 주선 받을 수 있는 제도가 있다. 공공임대주택의 경우 입주자격은 북한이탈주민보호법의 보호 기간인 5년으로 한정, 5년 이후에는 일반으로 전환된다. 2005년 1월 1일 이후 입국세대의 주거지원금은 통일부에서 대한주택공사 또는 도시개발공사 등 주택 관리부서에 직접 지급하고 있다.



Ⅲ. 탈북민 사회통합의 성공적 사례


1. 남북생애나눔대화 프로그램
남북한 출신 사람들의 서로에 대한 공감적 이해


남북한 사회통합 프로그램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남북생애나눔대화를 들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은 오랜 시간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남북한 출신 주민이 만남과 대화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하나가 되는 남북소통의 장이다. 남북 출신 주민들의 가치관을 공유하고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목적으로 추진되었다. 통일 이후 동서독 출신 사람들의 일상사를 나누었던 동서포럼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독일이 통일 후 이런 만남을 가졌다면, 우리로서는 통일을 준비하는 차원에서 실시한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 남북한 출신 사람들의 일상사를 중심으로 한 생애나눔 대화로 서로의 편견을 극복하고 사회통합에 기여하는데, 남북 주민의 통합을 원하는 이들의 소통 기회를 부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대표적으로 이 사업은 사단법인 새조위(새롭고하나된조국을위한모임)가 통일부로부터 사업을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으며, 지난 2020년에 시작해 2022년 11월 현재까지 남북한 출신 500여명이 참가했다. 무엇보다 각자가 살아온 생애주기별에 맞춰 시대상을 이해함은 물론 남북한 출신 사람간 마음의 통합을 이루었다고 평가된다. 특히, 새조위에서 운영하는 남북생애나눔대화 프로그램의 경우 남북한 출신 사람간 비율을 정확히 동수로 구성하여 진행한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


2. 지역 탈북민 봉사단체
수혜자에서 공여자로

남북한 사회통합의 주요한 사례로 꼽을 수 있는 건, 바로 북한이탈주민들의 봉사활동이다. 북한이탈주민의 남한 사회정착 과정에서 정부의 정책지원이나 경제적 어려움보다 사회적 인식의 문제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더 높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일방적으로 도움을 받는 봉사의 대상이 아니라 북한이탈주민이 지역사회에서 봉사자로 활동하는 것은 매우 의미가 크다. 탈북민에 대한 이해도 제고를 위한 인식개선 사업이라는 점에서, 남한 출신 사람들의 탈북민에 대한 이미지 제고에도 효과가 있다. 더욱이 북한이탈주민들로만 구성된 봉사단체뿐만 아니라 남북한 출신 사람들이 함께 회원이 되어 지역에서 어울림 사업 등을 추진하는 건 더더욱 효과가 크다. 예를 들어, 부산지역은 현재 약 1000여 명의 탈북민이 이웃으로 살아간다. 지역사회에서 안정적인 정착은 물론 탈북민으로 받은 사랑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의미로 봉사활동에도 적극적이다. 탈북민으로 구성된 봉사단체만 해도 탈북의사 사랑봉사회(강유 단장) 통일희망봉사단(황현정 단장) 한마음봉사단(최광준 단장) 등 여러 곳이다.


탈북민의 안정적인 정착과 자립의 방해 요소는 어쩌면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그들을 바라보는 차별의 시선일지도 모른다. 지역사회에서 탈북민 봉사단체는 탈북민에 대한 우리의 관심을 높이는데 기여한다.



Ⅳ. 사회통합을 위한
탈북민 정착지원 개선방안


신정부 출범에 따라 지난 5년 동안 추진한 정책의 근본적인 변화가 불가피하다. 윤석렬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자유’라는 단어를 무려 35번이나 언급하며, 자유민주주의와 보편적 인권을 강조했다. 신정부의 국정과제 및 실천과제로 북한이탈주민의 안정적인 사회정착 등 ‘먼저 온 통일’에 대한 지원체계를 확충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구체적인 내용으로 정착금 등 초기지원 개선 및 취업지원(창업지원센터 등)확대를 추진하고, 위기가구 통합지원시스템 및 정신건강지원 지원 체계 구축, 법률조력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무엇보다 국정과제 및 실천과제에 ‘먼저 온 통일’이라는 단어가 담긴 것은 매우 의미가 크다. 그들은 자유를 찾아 대한민국에 온 우리의 이웃이다. 그들에 대한 정체성 확립과 인식이 곧 자존감이다. ‘통일의 마중물’로 우리 곁에 온 그들과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지금이 바로 통일의 연습인 것이다. ‘한 사람이 온다는 건 실로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함께 오기 때문이다’라는 어느 시인의 말처럼 그들은 북한에서의 과거와 남한에서의 현재 그리고 통일조국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 가야 할 사람들이다. 북한이탈주민의 안정적인 정착은 휴전선 너머 북한사람들에게 자유민주주의를 기본가치로 여기는 대한민국의 위상을 알리는 통로가 된다. 따라서 제도와 법률을 재정비하고 그들의 정착지원을 돕는 것이 바로 통일준비라 할 수 있다.


1. 주관 부처 및 탈북민 관계기관의 개편 및 보완

먼저 큰 틀에서 탈북민 정착지원의 주무부처인 통일부의 탈북민 정착지원 업무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 지역사회에서 사회복지는 보건복지부 소관 업무다. 복지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 동사무소를 비롯해 지역사회는 촘촘한 복지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탈북민의 복지와 지역정착은 보건복지부나 행정안전부가 아닌 통일부가 담당한다. 지역사회에서 사회복지는 복지부와 행안부 소관이다. 주민센터를 비롯해 촘촘한 복지체계를 갖추고 있다. 그런데 탈북민 복지와 지역정착은 통일부 소관인데, 그 운영방식은 복지부 시스템을 차용한다. 예를 들어, 하나센터 직원 채용 시 사회복지사 자격은 필수요건이며, ‘사례관리’ 프로그램을 사용한다. 하나센터 평가도 사회복지 관련 전문가들로 구성하여 하고 있고, 하나센터의 경우 대부분 지역종합복지관에 위탁한다. 굳이 통일부가 탈북민 지원과 관리를 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증거다. 자신들의 밥그릇 챙기기로 탈북민 관련 업무를 움켜쥔 결과, 탈북민들만 복지 사각지대로 내몰린다. 탈북민들도 우리와 똑같은 대한민국 국민이기에 일반 국민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탈북민 정착지원 업무는 복지부와 행안부로 이관하고, 통일부는 말 그대로 통일분야에 집중해야 한다. 탈북민 업무의 타부처 이관이 당장 어렵다면, 최소한 남북하나재단과 하나센터의 전면적인 개편만이라도 이루어져야 한다. 하나센터로 지정되면 3년마다 평가를 받지만, 요식행위에 불과하다. 재지정 연수의 제한이 없으니, 10년 이상 하나센터를 운영하는 위탁기관만 여러 곳이다. 역량 있는 신규 기관이 새로 진입할 구조 자체가 막혀있는 구조다.


2. 탈북-제3국 체류-남한 입국의 맥락적 이해

앞서 언급한 것처럼 최근 북한이탈주민의 남한 입국 양상이 바뀌고 있는데 이는 북한을 탈북한 이후 제3국 체류기간이 길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북한이탈주민은 출신국(북한)과 남한의 문화적 차이는 물론 제3국 체류과정에서 체득한 문화의 차이로 인해 문화적 갈등에서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 북한이탈주민이 북한이나 제3국에서 경험하였던 문화나 생활양식, 특히 직업경험 등이 남한에서 전혀 수용되지 않고 배제된다는 데 그 문제점이 있다. 따라서 다문화 수용 관점에서 볼 때, 북한이탈주민 지원정책의 일환으로 북한과 제3국 체류경험을 맥락적으로 파악하고 이에 대한 심층적인 상담 및 취업지도가 필요하다. 


최근 남한 입국 북한이탈주민 중 여성의 비율이 급증하며 이 가운데 중국에서의 장기체류가 늘어남에 따라 이에 대한 맥락적 이해가 매우 중요한 요인이다. 북한에서 중국으로 탈북하는 과정에서 겪게 된 인신매매로 인한 정신적 외상에 대한 상담이 필요하다. 탈북여성들이 중국에 두고 온 자녀로 인해 겪게 될 심리적 스트레스와 부담을 경감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되어야 한다. 중국에 송금할 돈을 마련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목돈을 빨리 마련하기 위한 일자리를 찾다보니 안정적인 정착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또한 북한이탈주민들은 북한과 제3국에서의 경험과 급격한 환경 변화 경험으로 인한 심신의 불안정, 자기효능감 저하, 대인관계의 어려움, 적극적이고 건전한 진로동기 확립의 어려움 등에 직면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결국 직업훈련에 몰입하지 못하고 취업 이후 이·전직을 거듭하는 주요 배경이 되고 있다.그러나 아직까지 북한이탈주민 직업능력개발훈련은 직업 기술 연마에만 주로 국한되어 있어 직업훈련과 직장생활에서 나타나는 현실적 문제에 대처가 미흡한 상황으로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북한이탈주민의 기본 역량을 제고하기 위한 직업능력훈련과 단기간의 생계지원이 병행되도록 하되 중장기적인 직업교육훈련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지역정착 기관과 지자체의 지원방안이 적극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남북하나재단이 중심이 되어 일정기간 제2하나원에서 집합교육 형식으로 추진하는 프로그램은 특정 직업역량강화라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이러한 교육방식은 거주 지역으로부터 일정기간 벗어나기 때문에 일상과 연계되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북한이탈주민이 거주하는 지자체에서 소관하는 직업훈련센터를 이용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지역 하나센터가 현재 직업역량강화를 위한 직접적 교육을 담당하기는 어렵기에 지역기관의 연계망을 통해 직업군을 확보하는 것도 필요하다. 해당 지자체에 특화된 산업군을 발굴하고 이에 특성화된 직업역량을 강화하도록 해야 한다.


3. 각종 지원금에 대한 재정비

앞서 살펴본 것처럼 현재 북한이탈주민 지원을 위한 다양한 제도가 마련되어 있다. 특히 일시적 지원이 아닌 취업을 장려하고 안정적인 정착을 목적으로 고용지원금, 미래행복통장, 취업장려금 등이 시행중이다. 고용지원금은 현재 취업보호대상 북한이탈주민을 고용한 사업주에게 취업일로부터 최대 4년까지 임금의 1/2을 지급하되 월 한도는 50만원으로 제한되어 있다. 연 600만원씩 최장 4년 동안 최고 2400만원을 지원한다. 취업보호대상자는 2014년 11월 29일 이전 입국자를 의미한다. 


고용지원금과 달리 미래행복통장은 2014년 11월 29일 이후 입국하여 보호결정 받은 자에 한해 만기 해지시 최대 4800만원을 돌려받을 수 있는 제도다. ‘미래행복통장’은 북한이탈주민이 근로소득을 저축하면 매월 동일 금액을 정부 지원금으로 적립해주는 자산 형성 지원제도로, 월 최대 50만 원씩 기본 2년, 1년씩 연장해서 최대 4년까지 저축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제도들이 당초 취지와 무색하게 문제점도 드러나고 있다. 고용지원금의 경우 사업주가 지원기간인 4년이 지나면 해고하는 형태로 오히려 장기근속을 저해하는 모순적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또한 미래행복통장 역시 지난 7년간 연도별 평균 가입 건수는 345명이며, 해당 제도가 처음 도입된 2015년부터 올해 8월까지 가입자 수는 2,764명에 불과하다. ‘미래행복통장’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3개월 이상 취업, 사업 등의 경제활동을 하고 있으며 신청 시점에 소득이 발생하고 있어야 가능한데, 현실적으로 2년의 가입 기간 내내 일정하게 저축할 수 있는 탈북민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결국 북한이탈주민들의 현실에 맞도록 가입·유지 조건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탈북민의 직업역량을 강화하고 적성에 맞는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하되, 직장 내 갈등으로 인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직장 내 북한이탈주민 이해 교육과 사업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


4. 방송매체를 통한 홍보방안

제도와 정책을 정비하고 준비하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북한사람과 남한사람이라는 마음의 경계를 허무는 일이 필요하다. 동서독 통일과정은 우리에게 사람간의 통합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를 새삼 일깨워 준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통일된 지 30여년이 지나고 있지만, 동서독 출신 사람간 보이지 않는 장벽은 여전하다. 내전이 없었던 동서독도 그러한데 전쟁을 겪은 남북한 출신 사람들간 마음의 벽은 더욱 더 견고할 수밖에 없다. 현재 우리 곁에 온 탈북민의 안정적 정착을 위한 다양한 제도와 정책을 통해 그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이에 대한 준비가 북한주민들에게 인지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과 선입견, 편견 등의 해소를 위해서는 국민들에게 이들의 진정성을 알리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 북한이탈주민에 대해 우리 사회에서는 왜곡되고 편향된 시선과 편견들이 존재한다. 즉, 일부 북한이탈주민으로부터 전해 들은 경험을 마치 모든 북한이탈주민의 문제로 그룹하는 소위 ‘부분의 전체화’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더욱 팽배해 지고 있다. 따라서 언론 홍보를 통해 북한이탈주민이 갖고 있는 진정성을 홍보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지역사회에서 안정적으로 정착한 북한이탈주민 가정을 소개하고, 정착에 성공한 사례를 소개하여 우리 생활 가까이에 있는 북한이탈주민의 진솔한 삶의 이야기를 함께 나누는 것이 필요하다. 즉, 북한이탈주민이 일상생활에서 겪는 문화적 차이와 그로 인한 갈등, 그리고 해결과정 등에 대한 프로그램을 통해 이들 역시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우리의 이웃이라는 점에서 ‘그들과 우리’라는 구별 짓기의 해소가 필요하다. 


현재 북한이탈주민을 소재로 한 방송프로그램은 전무한 실정이다. 종편 채널에서 북한이탈주민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이 있지만, 이는 대부분 북한의 현재 상황을 북한이탈주민이 소개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북한이탈주민의 탈북스토리를 흥미 위주로 다루었던 기존 내용에서 벗어나 남북한 주민들이 함께 공동체를 형성한 사례나 우리 일상의 생활을 소개하는 콘텐츠가 필요하다. 북한이탈주민이 남한 입국 이후 겪게 된 정착과정에서의 소소한 일상을 소개하면서 이러한 일이 발생하게 된 원인을 함께 고민하는 내용이다. 또한 북한이탈주민이 초기 정착과정에서 겪을 수 있는 어려움과 시행착오를 주제로 한 내용을 통해 남북한 출신 사람들이 함께 공감하는 콘텐츠가 필요하다.


5. 중앙정부-지자체-민간단체의 거버넌스 구축

현재 외국인 노동자 및 이주민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정책은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는 법무부를 중심으로 각 부처와 지자체, 그리고 민간단체가 협력체계를 형성하고 있다. 특히 중앙부처의 지원과 별도로 광역·기초 지자체별로 시행중인 이주민 지원프로그램 및 관련 시설은 급증하고 있다. 이에 반해 북한이탈주민 지원정책은 현재로서는 통일부가 전적으로 주관하고 있으며, 지자체의 역할은 큰 비중을 차지하지 못한 실정이다. 현재 북한이탈주민의 정착 지역이 주로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지자체의 역할 강화를 통한 지방 분산은 의미있는 정책방향이라 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 볼 때 북한이탈주민이 우리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지역주민과 어울려 차이와 차별을 극복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수준의 지자체의 자체 역량으로는 북한이탈주민의 정착을 지원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제도적·환경적 요건이 미흡하다. 상대적으로 북한이탈주민이 많이 거주하는 지자체와 그렇지 않은 지자체의 경우 지원정책이 현격히 차이가 있으며, 이 역시 북한이탈주민 지원정착에 관심을 가진 지자체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따라서 통일부나 행정안전부 중심의 컨트롤 타워 기관을 정하되, 중앙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민간분야가 서로 연계되는 네트워크를 형성해 나가야 한다.


※ 본 칼럼 내용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로 우리온 NoKo Insight 웹진 및 후원처 (재)통일과나눔의 견해와 꼭 일치하지는 않을 수 있다는 점을 밝힙니다.


Ⅴ. 나가며


북한이탈주민 문제는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바로 미래의 특정한 시점에 다가올 우리 모두의 문제다. 그들이 경험한 문화적 다양성을 전면 배제, 격리한 채 무조건 남한 사회에 동화되기만을 요구해서는 사회적 통합을 이루는데 분명한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 향후 남북한 통일과정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통합을 이루는 데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상대방에 대한 차이가 차별로 이어지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다문화 수용 관점의 정책방향은 현재 북한이탈주민의 정착지원에도 도움이 되지만, 향후 우리 사회의 통합을 견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남북한 출신 사람들의 인식개선을 확대하는 사회통합형 탈북민 지원정책은 지속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탈북민들이 원하는 건 물질적인 지원이 아니라 어쩌면 차별받지 않는 시선과 마음일지도 모른다. ‘북한사람’, ‘탈북민’이 아닌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 살고 싶은 것이다. 우리의 따스한 관심과 환대가 통일 조국을 만드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 본 칼럼 내용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로 우리온 NoKo Insight 웹진 및 후원처 (재)통일과나눔의 견해와 꼭 일치하지는 않을 수 있다는 점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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