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 사회통합 시스템 진단
강동완 동아대학교 교수
탈북민 사회통합 시스템 진단
강동완 동아대학교 교수
Ⅰ. 들어가며
2022년 11월 현재, 남한에 정착한 탈북민의 수는 약 3만 5천 명에 이른다. ‘그들’이 아닌 ‘우리의 이웃’으로,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국민’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통일이 그저 먼 미래로만 보이지는 않는다. 북한이탈주민의 성공 정착 사례는 통일시대 남북한 출신 주민간 통합과정에서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바로미터’다. 한국에서의 정착 관련 소식은 그대로 북한에 전해지곤 한다. 경계 너머에 있는 북한 주민들에게 탈북민의 한국 생활은 언제인가 자신들이 경험할 미래가 된다. 국내에 입국한 탈북민들을 ‘먼저 온 통일’이라 부르는 이유다. 따라서 탈북민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한 사회적 여건과 인식이 마련되어 있는지 되돌아볼 때다. 법률과 제도로 탈북민의 정착을 지원하며, 남한 입국 시부터 주거지에서 정착할 때까지 여러 정착지원체계가 마련되어 있다. 그럼에도 사회적 통합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다소 한계가 드러난다.
성공적인 정착 사례도 있지만 복지 사각지대에 내몰린 탈북민들의 가슴 아픈 사연을 접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지난 2019년 7월 고 한성옥 모자 아사 사건을 들 수 있다. 한 어머니와 아이가 수개월 동안이나 방치된 채 비극적인 죽음을 맞았다. 정부의 복지제도는 무용지물이었다. 자유를 찾아 사선을 넘어온 사람이 그것도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 서울 한복판에서 굶어 죽은 것이다. 굶어 죽었다는 것만큼 세상에서 가장 비참한 말이 또 있을까. 당시 참사는 복지 사각지대에 내몰린 탈북민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불과 얼마 전에도 서울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탈북 여성이 백골 상태의 시신으로 발견된 일이 있었다. 겨울옷을 입은 것으로 미뤄 보아 최소 1년 이상 방치되었다는 점에서 더욱 안타깝고 충격적이다. 탈북민 정착지원체계와 사회안전망이 구축되어 있었지만, 누군가 외로운 죽음을 맞이할 때 그 누구도 곁을 돌보지 못했다.
일부 북한이탈주민의 경우 탈북과정에서 겪은 심리적 충격과 신체적 질병 등으로 인해 일정 기간 사회활동을 수행하기 어려운 예도 있다. 특히, 정착 과정에서 언어소통의 장애, 일상생활의 변화로 인한 극도의 긴장과 스트레스, 인간 관계형성 방법의 변화, 정서적 결핍, 경제생활의 어려움 등은 북한이탈주민들이 사회적 약자로 전락하게 되는 주요한 요인이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분단 반세기 동안 각기 다른 체제와 환경에서 고착된 문화의 이질성을 극복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북한이탈주민은 언어, 문화, 관습, 직업, 계층, 빈부 격차 등에서 차이를 보인다. 그런데도 북한이탈주민 정착지원에 대한 기존의 패러다임은 이들의 다양성을 고려하기보다, 이들이 이전에 가지고 있던 문화나 경험, 생활양식 등을 전면 배제하고 남한의 문화와 사고방식에 일방적으로 적응하기를 강요하는 ‘동화주의’의 성격이 강하였다고 볼 수 있다. 남한의 문화 우월성에 근거하여 이들이 하루빨리 ‘그곳’에서의 문화와 삶의 형식을 모두 폐기하고, ‘이곳’에 적응하기를 요구하는 수준이었다.
이 글은 바로 이들의 문화적 다양성을 존중하고 우리 사회에서 함께 어우러져 살아갈 수 있는 구성원이 되기 위해서는 사회통합의 관점에서 북한이탈주민 정착지원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데서 출발한다. 즉, 북한이탈주민의 북한 및 제3국 체류과정에서 경험한 문화와 일상, 직업경험 등을 배제할 것이 아니라 인정하고 수용하자는 것이다. 북한이탈주민이 탈북과정과 제3국 체류 과정에서 받게 된 심리적·정신적 충격과 육체적 질병은 일반 외국인 이주자와 단순히 비교할 수 없는 특수한 상황이다. 따라서 이 글은 사회통합의 관점에서 기존의 탈북민 정착지원 체계의 성과와 문제점을 살펴보고 향후 개선방안을 모색한다. 이를 위해 국내 입국 북한이탈주민의 특징과 현재 정부의 지원체계 현황 등을 먼저 살펴본다. 이는 정확한 진단에서 올바른 처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