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들이 남한에서 잘 사는 방법
탈북형제들을 만나기까지
안녕하십니까? 저는 여명학교의 조명숙 교장입니다.
저는 93년부터 한국에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돕다가 97년 4월 말 남편(국제 난민 지원 단체인 피난처의 이호택 대표)을 만나 결혼하여 신혼여행으로 중국에 갔다가 중국에서 탈북동포들을 만났습니다. 우리 부부는 한국에서 일하고 있는 중국 동포들을 도왔기 때문에 그들과 형제처럼 지냈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돕다가 충분히 돕지 못하거나 친한 중국 동포들을 신혼여행으로 만나고 싶었기 때문에 중국으로 신혼여행을 가기로 한 것이었습니다.
저희가 만난 탈북형제들은 제가 한국에서 4년여간 도왔던 그 어떤 외국인 노동자보다 더 어려움에 부닥쳐 있었고, 누군가 신고하여 북송되면 교화소에 갈지 모른다는 공포와 자신이 식량을 구하지 못하면 가족들이 죽을 것이라는 공포에 파묻혀 있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도 온몸으로 공포가 뚝뚝 흘러내리고 있었고, 특히 나와 같은 민족이었기에 보고 차마 외면할 수가 없었습니다.
제가 여행으로 돈 쓰러 간 곳으로 목숨을 걸고 탈북한 나와 같은 피를 나눈 동포들 앞에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을 돕기 시작했습니다. 우선 집에서 기쁜 마음으로 기다리던 부모님들 때문에 귀국하였다가 신혼집에 살림을 사라고 지인들이 부조해 준 돈들을 다 모았고, 가난한 어머니께서 매월 생활비에서 5만 원씩 모아서 해 주신 결혼반지도 팔아서 탈북 형제들의 구출 자금을 마련하여 다시 중국으로 떠났습니다.
다시 중국에서 만난 탈북형제들을 차마 산속에 놔두고 우리만 연변으로 갈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들과 함께 공안의 눈을 피해 백두산을 돌아 관광지인 이도백하까지 걸어서 갔습니다. 몸도 마음도 모두 지쳤지만 이젠 안전한 곳으로 가게 되어 너무 기뻤습니다. 그리고 특히 고생한 탈북청소년들에게 저는 무엇이든 다 해주고 싶었습니다.
남북한의 언어 차이로 오해를 경험하다
날마다 연변의 안가에서 밖에도 못 나가고 숨어 사는 아이들이 안쓰러워 잘해주려고 칭찬하려고 노력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기를 살려주려고 한 말들이 오히려 그들을 화나게 해도 하였습니다.
참 귀엽고 잘하고 있다고 칭찬하려고 “깜찍하다.”라고 말하였습니다. 그런데 제가 깜찍하다고 하면 탈북청소년들은 화를 벌컥 내며 “내가 뭐가 깜찍합니까?”라고 화를 내었습니다. 당황한 저는 “거울 봐봐 정말 깜찍해!”라고 얘기하면 더 갈등이 깊어지곤 하였습니다.
저는 영문을 몰라 당황하였으며, 아이들은 섭섭해서 토라져 며칠간 말도 안 하였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한국에서는 깜찍하다는 표현은 예쁘고 앙증맞고 귀엽다는 뜻인데 북한에서는 뒤통수를 치는, 자기 이익만 밝히고 남을 속이는 그런 의미였던 것입니다. 저는 좋은 의도로 한 말이었는데 아이들은 제가 주지 않은 상처를 받고 있었던 것입니다.
또 한 번은 제가 한창 뛰어놀아야 할 나이에 갇혀 있는 탈북청소년이 안쓰러워 “밖에도 못 나가고 힘들지? 우리 책 사서 공부할까?”라고 물어보았습니다. 그런데 탈북청소년이 제게 “일 없습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저는 대학교 때 한문 교사가 되는 교육을 받았으며 과외로 학비를 벌어서 다녔기 때문에 괜찮은 선생이었습니다. 탈북형제들과 함께 사느라 여러 가지 일을 감당해야 했지만, 아이들을 위해 시간을 쪼개어 가르쳐주려 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어린 탈북청소년이 제게 “일 없다.”라고 대답하니 정말 몹시 불쾌하고 기분이 상했습니다. 남한에서는 누군가 물었을 때 “일 없다.”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부정의 표현을 넘어 “너랑 얘기하기도 싫다. 보기도 싫다.”는 뜻이며 관계를 끊을 때 쓰는 말로서 절대로 윗사람에게 쓸 수 없는 말입니다. 친구 사이 나 아니면 아랫사람에게 화가 날 때나 싸울 때 쓰는 말입니다. 그런데 저보다 어린아이들은 저의 호의를 무시하며 이렇게 이야기를 하니 너무 마음이 상했었습니다. 내가 신혼의 가장 아름다운 시간을 그들과 함께 살고, 같이 무서움 속에 떨어야 했으며, 이리저리 도망 다니던 대가가 이런 것이라니 속이 엄청 상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속이 너무 상하고 본전 생각이 나서 힘들어 그 아이의 얼굴을 제대로 보기도 힘든데, 이 말을 한 아이는 전혀 민망해하지도 않고 오히려 더 친한 척을 했습니다. 저는 그게 더 마음이 아프고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북한에서 “일 없습니다.”라는 말은 “괜찮습니다. 걱정 마세요.”라는 겸양의 말이었던 것입니다. 저도 탈북민들이 주지도 않은 상처를 안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렇게 말이 달라서 남한 사람과 탈북형제들이 서로 주지 않는 상처들을 받곤 하였습니다.
그런데 비단 중국에서 남과 북이 처음 만날 때 뿐만 아니라 남한에서 적응하면서도 서로에게 상처들을 받을 것입니다. 우리 탈북 형제들은 소수이고 약자이기 때문에 의기소침해져 있어 상처받기가 쉽습니다. 그래서 더 아파하기도 합니다.
제가 25년 이상을 탈북 형제들을 도우면서 깨달은 것은, 어쩌면 탈북 형제들은 남한 사람들이 주지 않는 상처를 받고 아파하고 있을 수 있겠다는 것입니다. 사람은 그렇게 나쁜 사람이나 그렇게 좋은 사람이 없습니다. 또 개인적으로 다가가면 정이 있는 게 한국 사람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여러분들 옆에 계신 분들은 여러분들을 돕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만약 사람들로부터 어떤 말이나 행동으로 여러분들이 기분이 상했거나 상처를 받게 된다면 우선 상대방의 동기를 의심하지 마시고, 실수였거나 문화가 달라서 생긴 일이라고, 그가 나쁜 의도로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시기를 바랍니다. 만약 그 사람이 의도가 나쁘지 않았는데 내가 부정적으로 생각하여 그 사람을 오해하거나 결국 그 사람을 미워한다면 이것은 여러분의 죄가 될 수도 있고, 좋은 예비 동료를 잃게 되는 것입니다.
반대로 상대방이 나쁜 의도로 여러분들을 민망하게 하거나 힘들게 하려 해도 여러분들이 부정적으로 생각하거나 싸울 필요가 없습니다. 오히려 여러분들이 더 잘하시면 주변 사람들이 여러분은 인정하게 될 것이고, 여러분들에게 나쁜 행동을 한 사람도 결국은 마음이 돌아설 것입니다. 만약 이 사람이 끝까지 고치지 않는다고 해도 힘들어하지 마시기를 바랍니다. 주변 사람들이 다 판단할 것입니다. 그래서 이러한 과정들을 통해 여러분들이 더 성장하고 평가받을 것이니 남을 욕하거나 화내거나 상처받으면서 자신의 성장 기회를 놓치지 마시기를 바랍니다
사회생활 꿀팁!
끝으로 사회생활을 하면서 여러분들에게 가장 중요한 팁을 드리고 싶습니다. 여러분들이 남한 사회에서 적응하면서 선하게 사시기를 바랍니다. 남한 사람들이 북한에서 온 여러분들에게 기대하는 바는 뛰어난 실력보다는 어려운 중에도 고난을 헤쳐 나온 것에 대한 기대와 성실함, 그리고 선함일 것입니다. 여기서 나고 자란 사람들과 경쟁하여 모든 면에서 출중하고 뛰어난 실력을 갖추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 사회는 이미 개인의 뛰어남보다는 팀으로서 일하고 협력이 가능한 사람과 함께 일하는 사회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사회생활, 즉 사람들과의 관계를 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동서양의 성자(聖子)들이 사회생활에서 중요한 원칙을 똑같이 강조한 것이 있습니다. 먼저 동양의 스승이라고 일컬어지는 공자는 제자가 3000명이 넘었습니다. 요즘에도 제자가 3000명이 되기가 힘든데 인터넷도 없어서 홍보나 마케팅하지 못하였을 때임을 감안하면 대단한 사람이 아닐 수 없습니다. 공자의 사상을 한마디로 말하면 인(仁)입니다. 즉 사회생활을 할 때, 어질게 살라는 것입니다.
이 중요한 철학을 가난한 제자나 부자인 제자들에게 모두 자신들의 처지나 성향에 맞는 비유를 통하여 가르쳐 주었습니다. 논어 안연편에 천민 출신의 가난한 제자 중궁이 스승 공자에게 인(仁)이 무엇이냐고 물었습니다. 이에 공자는
“집밖에 나서서는 큰 손님을 만나는 것처럼 행동하고, 백성을 부릴 때는 큰 제사를 지내는 것처럼 하고, 내가 원하지 않는 바를 남에게 시키지 않으면(己所不欲勿施於人) 국가에서나 집에서도 원망이 없어질 것이다.”
라고 하였습니다.
또 논어 위령공편에선 부유한 제자 자공이 공자에게 “제가 평생 실천해야 하는 한 가지만 알려 주십시오.”라고 하니 공자는 “자신도 하기 싫은 일은 다른 사람에게도 하지 말아야 하느니라(己所不欲勿施於人)”고 하였습니다. 이처럼 공자는 己所不欲勿施於人(기소불욕물시어인)을 부유한 제자 자공이나 가난한 제자 중궁이 속한 두 집단 모두에게 통용되는 사회규범이라고 강조한 것입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에게 대우받고 싶은 대로 여러분들이 먼저 대우하십시오. 그러면 여러분들도 여러분들이 소망하는 대우를 받게 될 것입니다.
또한 살다가 보면 집이나, 학교, 회사에서 하기 싫은 일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남에게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하거나 허드렛일이나 뒷정리같이 귀찮은 일도 있고 또 어떤 일은 내가 원하는 대로 하면 남이 피해를 보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때 자신도 하기 싫은 일이니 남들도 같은 마음이라고 생각하여 자신이 감당한다면 주변에 사람들의 인정을 받아 사회생활이 오히려 편해질 수 있을 것입니다.
논어의 己所不欲勿施於人(기소불욕물시어인)과 일맥상통하는 기독교 윤리관으로는 신약 마태복음 7장 12절의“그러므로 무엇이든지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는 내용이다. 후대 사람들은 이를 황금처럼 고귀한 윤리의 지침이라고 하여 “황금률”이라고 부릅니다.
북한이탈주민들은 남한에 입국하여 사람들과 어떻게 어울려 살아야 할 지 몰라 조심스러울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사람 사는 곳은 모두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면 오히려 문제가 간단히 풀릴 수 있습니다. 나도 하기 싫은 일은 남에게 시키지 말고 내가 감당하며, 또 남에게 대접받고 싶은 대로 베풀면 사람들과의 관계도 좋아지고 도움도 받아 사회생활에서 성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이 불변의 진리이기에 동양의 공자와 서양의 예수가 함께 강조한 것입니다.
고난 앞에서 너무 힘들어 마시고 묵묵히 이겨 나가시기를 바라며, 관계 속에서 힘드실 때는 상대방의 의도를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마시고 혹시 남이 주지 않은 상처를 내가 받는지 한번 돌아보시며, 내가 바라는 대로 남에게 대하시면 남한 생활을 잘 헤쳐 나가실 수 있을 것입니다.
여명학교 홈페이지 바로가기 http://www.ymschool.org/
조명숙(여명학교 교장)
탈북민들이 남한에서 잘 사는 방법
탈북형제들을 만나기까지
안녕하십니까? 저는 여명학교의 조명숙 교장입니다.
저는 93년부터 한국에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돕다가 97년 4월 말 남편(국제 난민 지원 단체인 피난처의 이호택 대표)을 만나 결혼하여 신혼여행으로 중국에 갔다가 중국에서 탈북동포들을 만났습니다. 우리 부부는 한국에서 일하고 있는 중국 동포들을 도왔기 때문에 그들과 형제처럼 지냈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돕다가 충분히 돕지 못하거나 친한 중국 동포들을 신혼여행으로 만나고 싶었기 때문에 중국으로 신혼여행을 가기로 한 것이었습니다.
저희가 만난 탈북형제들은 제가 한국에서 4년여간 도왔던 그 어떤 외국인 노동자보다 더 어려움에 부닥쳐 있었고, 누군가 신고하여 북송되면 교화소에 갈지 모른다는 공포와 자신이 식량을 구하지 못하면 가족들이 죽을 것이라는 공포에 파묻혀 있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도 온몸으로 공포가 뚝뚝 흘러내리고 있었고, 특히 나와 같은 민족이었기에 보고 차마 외면할 수가 없었습니다.
제가 여행으로 돈 쓰러 간 곳으로 목숨을 걸고 탈북한 나와 같은 피를 나눈 동포들 앞에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을 돕기 시작했습니다. 우선 집에서 기쁜 마음으로 기다리던 부모님들 때문에 귀국하였다가 신혼집에 살림을 사라고 지인들이 부조해 준 돈들을 다 모았고, 가난한 어머니께서 매월 생활비에서 5만 원씩 모아서 해 주신 결혼반지도 팔아서 탈북 형제들의 구출 자금을 마련하여 다시 중국으로 떠났습니다.
다시 중국에서 만난 탈북형제들을 차마 산속에 놔두고 우리만 연변으로 갈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들과 함께 공안의 눈을 피해 백두산을 돌아 관광지인 이도백하까지 걸어서 갔습니다. 몸도 마음도 모두 지쳤지만 이젠 안전한 곳으로 가게 되어 너무 기뻤습니다. 그리고 특히 고생한 탈북청소년들에게 저는 무엇이든 다 해주고 싶었습니다.
남북한의 언어 차이로 오해를 경험하다
날마다 연변의 안가에서 밖에도 못 나가고 숨어 사는 아이들이 안쓰러워 잘해주려고 칭찬하려고 노력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기를 살려주려고 한 말들이 오히려 그들을 화나게 해도 하였습니다.
참 귀엽고 잘하고 있다고 칭찬하려고 “깜찍하다.”라고 말하였습니다. 그런데 제가 깜찍하다고 하면 탈북청소년들은 화를 벌컥 내며 “내가 뭐가 깜찍합니까?”라고 화를 내었습니다. 당황한 저는 “거울 봐봐 정말 깜찍해!”라고 얘기하면 더 갈등이 깊어지곤 하였습니다.
저는 영문을 몰라 당황하였으며, 아이들은 섭섭해서 토라져 며칠간 말도 안 하였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한국에서는 깜찍하다는 표현은 예쁘고 앙증맞고 귀엽다는 뜻인데 북한에서는 뒤통수를 치는, 자기 이익만 밝히고 남을 속이는 그런 의미였던 것입니다. 저는 좋은 의도로 한 말이었는데 아이들은 제가 주지 않은 상처를 받고 있었던 것입니다.
또 한 번은 제가 한창 뛰어놀아야 할 나이에 갇혀 있는 탈북청소년이 안쓰러워 “밖에도 못 나가고 힘들지? 우리 책 사서 공부할까?”라고 물어보았습니다. 그런데 탈북청소년이 제게 “일 없습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저는 대학교 때 한문 교사가 되는 교육을 받았으며 과외로 학비를 벌어서 다녔기 때문에 괜찮은 선생이었습니다. 탈북형제들과 함께 사느라 여러 가지 일을 감당해야 했지만, 아이들을 위해 시간을 쪼개어 가르쳐주려 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어린 탈북청소년이 제게 “일 없다.”라고 대답하니 정말 몹시 불쾌하고 기분이 상했습니다. 남한에서는 누군가 물었을 때 “일 없다.”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부정의 표현을 넘어 “너랑 얘기하기도 싫다. 보기도 싫다.”는 뜻이며 관계를 끊을 때 쓰는 말로서 절대로 윗사람에게 쓸 수 없는 말입니다. 친구 사이 나 아니면 아랫사람에게 화가 날 때나 싸울 때 쓰는 말입니다. 그런데 저보다 어린아이들은 저의 호의를 무시하며 이렇게 이야기를 하니 너무 마음이 상했었습니다. 내가 신혼의 가장 아름다운 시간을 그들과 함께 살고, 같이 무서움 속에 떨어야 했으며, 이리저리 도망 다니던 대가가 이런 것이라니 속이 엄청 상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속이 너무 상하고 본전 생각이 나서 힘들어 그 아이의 얼굴을 제대로 보기도 힘든데, 이 말을 한 아이는 전혀 민망해하지도 않고 오히려 더 친한 척을 했습니다. 저는 그게 더 마음이 아프고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북한에서 “일 없습니다.”라는 말은 “괜찮습니다. 걱정 마세요.”라는 겸양의 말이었던 것입니다. 저도 탈북민들이 주지도 않은 상처를 안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렇게 말이 달라서 남한 사람과 탈북형제들이 서로 주지 않는 상처들을 받곤 하였습니다.
그런데 비단 중국에서 남과 북이 처음 만날 때 뿐만 아니라 남한에서 적응하면서도 서로에게 상처들을 받을 것입니다. 우리 탈북 형제들은 소수이고 약자이기 때문에 의기소침해져 있어 상처받기가 쉽습니다. 그래서 더 아파하기도 합니다.
제가 25년 이상을 탈북 형제들을 도우면서 깨달은 것은, 어쩌면 탈북 형제들은 남한 사람들이 주지 않는 상처를 받고 아파하고 있을 수 있겠다는 것입니다. 사람은 그렇게 나쁜 사람이나 그렇게 좋은 사람이 없습니다. 또 개인적으로 다가가면 정이 있는 게 한국 사람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여러분들 옆에 계신 분들은 여러분들을 돕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만약 사람들로부터 어떤 말이나 행동으로 여러분들이 기분이 상했거나 상처를 받게 된다면 우선 상대방의 동기를 의심하지 마시고, 실수였거나 문화가 달라서 생긴 일이라고, 그가 나쁜 의도로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시기를 바랍니다. 만약 그 사람이 의도가 나쁘지 않았는데 내가 부정적으로 생각하여 그 사람을 오해하거나 결국 그 사람을 미워한다면 이것은 여러분의 죄가 될 수도 있고, 좋은 예비 동료를 잃게 되는 것입니다.
반대로 상대방이 나쁜 의도로 여러분들을 민망하게 하거나 힘들게 하려 해도 여러분들이 부정적으로 생각하거나 싸울 필요가 없습니다. 오히려 여러분들이 더 잘하시면 주변 사람들이 여러분은 인정하게 될 것이고, 여러분들에게 나쁜 행동을 한 사람도 결국은 마음이 돌아설 것입니다. 만약 이 사람이 끝까지 고치지 않는다고 해도 힘들어하지 마시기를 바랍니다. 주변 사람들이 다 판단할 것입니다. 그래서 이러한 과정들을 통해 여러분들이 더 성장하고 평가받을 것이니 남을 욕하거나 화내거나 상처받으면서 자신의 성장 기회를 놓치지 마시기를 바랍니다
사회생활 꿀팁!
끝으로 사회생활을 하면서 여러분들에게 가장 중요한 팁을 드리고 싶습니다. 여러분들이 남한 사회에서 적응하면서 선하게 사시기를 바랍니다. 남한 사람들이 북한에서 온 여러분들에게 기대하는 바는 뛰어난 실력보다는 어려운 중에도 고난을 헤쳐 나온 것에 대한 기대와 성실함, 그리고 선함일 것입니다. 여기서 나고 자란 사람들과 경쟁하여 모든 면에서 출중하고 뛰어난 실력을 갖추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 사회는 이미 개인의 뛰어남보다는 팀으로서 일하고 협력이 가능한 사람과 함께 일하는 사회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사회생활, 즉 사람들과의 관계를 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동서양의 성자(聖子)들이 사회생활에서 중요한 원칙을 똑같이 강조한 것이 있습니다. 먼저 동양의 스승이라고 일컬어지는 공자는 제자가 3000명이 넘었습니다. 요즘에도 제자가 3000명이 되기가 힘든데 인터넷도 없어서 홍보나 마케팅하지 못하였을 때임을 감안하면 대단한 사람이 아닐 수 없습니다. 공자의 사상을 한마디로 말하면 인(仁)입니다. 즉 사회생활을 할 때, 어질게 살라는 것입니다.
이 중요한 철학을 가난한 제자나 부자인 제자들에게 모두 자신들의 처지나 성향에 맞는 비유를 통하여 가르쳐 주었습니다. 논어 안연편에 천민 출신의 가난한 제자 중궁이 스승 공자에게 인(仁)이 무엇이냐고 물었습니다. 이에 공자는
“집밖에 나서서는 큰 손님을 만나는 것처럼 행동하고, 백성을 부릴 때는 큰 제사를 지내는 것처럼 하고, 내가 원하지 않는 바를 남에게 시키지 않으면(己所不欲勿施於人) 국가에서나 집에서도 원망이 없어질 것이다.”
라고 하였습니다.
또 논어 위령공편에선 부유한 제자 자공이 공자에게 “제가 평생 실천해야 하는 한 가지만 알려 주십시오.”라고 하니 공자는 “자신도 하기 싫은 일은 다른 사람에게도 하지 말아야 하느니라(己所不欲勿施於人)”고 하였습니다. 이처럼 공자는 己所不欲勿施於人(기소불욕물시어인)을 부유한 제자 자공이나 가난한 제자 중궁이 속한 두 집단 모두에게 통용되는 사회규범이라고 강조한 것입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에게 대우받고 싶은 대로 여러분들이 먼저 대우하십시오. 그러면 여러분들도 여러분들이 소망하는 대우를 받게 될 것입니다.
또한 살다가 보면 집이나, 학교, 회사에서 하기 싫은 일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남에게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하거나 허드렛일이나 뒷정리같이 귀찮은 일도 있고 또 어떤 일은 내가 원하는 대로 하면 남이 피해를 보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때 자신도 하기 싫은 일이니 남들도 같은 마음이라고 생각하여 자신이 감당한다면 주변에 사람들의 인정을 받아 사회생활이 오히려 편해질 수 있을 것입니다.
논어의 己所不欲勿施於人(기소불욕물시어인)과 일맥상통하는 기독교 윤리관으로는 신약 마태복음 7장 12절의“그러므로 무엇이든지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는 내용이다. 후대 사람들은 이를 황금처럼 고귀한 윤리의 지침이라고 하여 “황금률”이라고 부릅니다.
북한이탈주민들은 남한에 입국하여 사람들과 어떻게 어울려 살아야 할 지 몰라 조심스러울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사람 사는 곳은 모두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면 오히려 문제가 간단히 풀릴 수 있습니다. 나도 하기 싫은 일은 남에게 시키지 말고 내가 감당하며, 또 남에게 대접받고 싶은 대로 베풀면 사람들과의 관계도 좋아지고 도움도 받아 사회생활에서 성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이 불변의 진리이기에 동양의 공자와 서양의 예수가 함께 강조한 것입니다.
고난 앞에서 너무 힘들어 마시고 묵묵히 이겨 나가시기를 바라며, 관계 속에서 힘드실 때는 상대방의 의도를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마시고 혹시 남이 주지 않은 상처를 내가 받는지 한번 돌아보시며, 내가 바라는 대로 남에게 대하시면 남한 생활을 잘 헤쳐 나가실 수 있을 것입니다.
여명학교 홈페이지 바로가기 http://www.ymschool.org/
※ 본 칼럼 내용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로 우리온 NoKo Insight 웹진 및 후원처 (재)통일과나눔의 견해와 꼭 일치하지는 않을 수 있다는 점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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