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더 이상 ‘마약 청정국’ 아니다
세계는 지금 ‘제2의 아편전쟁’을 치르고 있다. 과거 ‘백년국치’(1839~1949년)라는 치욕을 겪었던 중국의 역사를 보더라도 마약은 한 개인만이 아닌, 가정과 사회 그리고 국가의 운명마저 몰락시킬 수 있는 사악한 중독성을 갖고 있다. 이제는 마약이라는 달콤함에 청소년들까지 빠져드는 형국이다. 이는 이미 인류를 위협하기에 충분한 ‘데드라인’을 넘은 것으로, 향후 이를 퇴치하기 위해서는 전 세계적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국립보건통계센터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 미국에서 약물 과다복용에 따른 사망자의 수는 10만 6,699명에 이른다. 이중 ‘좀비 마약’으로 통하는 펜타닐(Fentanly)을 포함해 아편류의 과다복용으로 사망한 사람은 7601명(남성 5만 1030・여성 1만 9571)이다. 이들 대다수는 펜타닐 과다복용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역시 현재까지 마약 중독자 수를 24만 명 정도로 집계하고 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2022년 붙잡힌 마약류 사범은 1만 8,395명으로 확인됐다. 해마다 일정 수치 이상의 마약 중독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증거다.
그러면 펜타닐은 어떤 마약일까?
펜타닐은 강력한 마약성 진통제로 1960년에 처음으로 개발됐고, 1968년 미국 식품의약청(FDA)으로부터 정맥마취제로 승인받았다. 의료계는 이런 펜타닐을 1990년부터 ‘피부 패치제’를 시작으로 점막과 피부를 통해 흡수될 수 있는 다양한 제형(구강점막투과제와 구강정, 구강 필름, 설하정, 비강 스프레이, 설하스프레이 등)으로 개발해 진통·마취제로 사용했다. 일반적으로 통증 치료에 사용되는 모르핀(morphine: 아편의 주요 성분으로 마약성 진통제의 일종)에 비해 약 100배 정도 강하다. 그러니 펜타닐에 노출되면 중독성이 강할 수밖에 없다.
이런 위험성 때문에 개발 초기부터 다수의 전문가들이 중독 위험성을 경고했다. 그러나 펜타닐의 뛰어난 약효와 의료적 효용성이 높다는 이유로 철저히 무시됐다. 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남용이라는 결과를 가져왔고, 결과적으로 현재는 인류를 위협하는 가장 강력한 중독 무기로 둔갑한 것이다.
△마약 유통 경로와 마약에 노출되는 과정
그렇다면 펜타닐은 어떤 경로로 접할까? 일반적으로 호기심에, 또는 고액 아르바이트를 위해 손을 댔다가 중독되는 경우가 많다.
구체적 사례로 인천지법 형사15부(류호중 부장판사)는 지난 3일 ‘고액 알바’로 마약 밀반입한 30대 남성에게 중형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이 남성은 인터넷에서 ‘고액 알바’를 검색해 알게 된 공범의 제안을 받고 지난 1월26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시가 1억 원 상당의 필로폰 1kg가량을 밀반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이 남성은 공범으로부터 마약을 운반하는 ‘지게꾼’ 역할을 제안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게꾼은 해외에서 마약을 몸이나 옷 속에 숨겨 한국으로 옮겨주는 운반책을 의미한다. 이 남성은 캄보디아에서 마약을 한국으로 몰래 갖고 들어온 뒤 지정된 장소 10곳에 하나씩 파묻으면 1,000만 원을 받기로 했지만, 미리 첩보를 입수한 수사당국에 의해 체포됐다. 이에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중형을 선고했다.
이같이 국내로 들어온 마약들은 소분 되어 일반인들에게 뿌려진다. 지난해 말에는 대치동 학원가에서 중국 국적의 총책을 중심으로 한 일당이 학원으로 등교하는 학생들에게 마약이 든 음료수를 나눠줬다가 덜미를 잡힌 바 있다. 이는 일반적인 마약 판매가 아닌, 국가 전복이라는 목적성이 뚜렷한 조직적 범죄라는데 그 위험성이 있다. 이 사건은 마약을 팔아야 돈을 버는 일반 마약상과 달리, 일반인들에게 돈을 받지 않고 뿌려 마약 중독에 걸리도록 유도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렇게 되면 시간이 지날수록 청소년 중독자들이 늘어나게 되고, 이는 곧 향후 충성 고객으로 만들 수 있다. 특히 단기적인 이익 측면에선 거대 조직이 아니면 이런 장기 프로젝트를 실행할 수 없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이를 일반 마약범죄가 아닌 대한민국을 겨냥한 엄중한 테러로 보는 것이다.
그렇다면 마약은 어떤 나라에서 들어오는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부분 동남아 국가들과 중국 등지에서 들어온다. 동남아 국가에서 들어오는 마약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그러나 이들 나라들도 최근엔 일부 생산 외 나머지는 중국산 마약을 유통시킨다. 가격 경쟁력이 그만큼 중국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즉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마약의 대부분은 중국산 마약과 동남아산 마약이라고 볼 수 있다. 이미 세계는 중국산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상태다.
▲세계는 이미 마약과의 전쟁 중…‘중국산 마약’에 비상
특히 미국의 경우, 모든 도시가 중국산 마약으로 비상이다. 미국에서 다섯 번째로 큰 필라델피아는 펜타닐 중독으로 허리를 굽히고 팔을 늘어뜨린 채 거리를 헤매는 마약중독자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들 대부분은 뇌가 손상된 상태로, 중독자들이 모여든 일부 지역을 ‘좀비 랜드’라고 부를 정도다. 오죽하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주석에게 중국의 마약 유통을 막아달라고 요청했을까. 지난 4월2일 바이든 대통령은 시 주석과 정상 통화를 가지고 펜타닐 근절에 협력해 줄 것을 촉구했다. 이는 미국이 대만 문제와 관세 등에 중국과의 상당한 이견을 가지면서도 마약 문제에 대해 협력을 요구한 것은, 그만큼 펜타닐 중독 사태가 위험 수위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연간 6만 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가는 펜타닐 중독에 대해 전쟁을 선언한 상태다. 펜타닐은 중국산 화학물질을 주원료로 멕시코에서 제조돼 미국으로 밀수되고 있다. 미국 마약단속국(DEA)은 지난해 5월 1년간의 집중 단속으로 거래상 3,300여 명을 체포하고 펜타닐 4,400만 정을 압수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앤 밀 그램 마약단속국 국장은 기자회견에서 헤로인의 50배에 이를 정도로 강력한 마약성 진통제인 펜타닐은 “오늘날 미국인들에게 가장 큰 위협”이라고 말했다.
이후 미국 법무부는 같은 해 6월 펜타닐 원료를 만들고 판매한 중국 기업 4곳과 중국인 8명을 기소했다. 미국에서 심각한 문제로 떠오른 펜타닐 중독과 관련해 중국인들이 체포·기소된 것은 당시가 처음이었다. 이들은 ‘후베이 아마블 바이오테크’ 기업 관계자로 펜타닐 원료인 화학물질을 제조해 멕시코 마약 카르텔에 판매한 혐의를 받았다. 이들이 거래한 마약상은 미국에서 종신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호아킨 구스만(일명 엘 차포)이 이끄는 멕시코의 대형 마약 거래 조직 ‘시날로아 카르텔’ 등으로 밝혀졌다. 미국과 같은 현상은 캐나다를 비롯한 남미 국가, 그리고 유럽에 이르기까지 확산되는 추세다.
▲펜타닐, 200년 전 ‘아편전쟁’ 설욕 위한 중국의 큰 그림인가
그렇다면 마약사범에 대해 사형이라는 중형까지 내리는 중국이 왜 세계를 상대로는 마약 수출을 통제하지 않는 것일까?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중국의 치욕적인 ‘아편전쟁’을 이유 중의 하나로 들었다. 18세기 중국은 아시아의 맹주였다. 하지만 1차, 2차 아편전쟁을 거치며 몰락하고 말았다. 당시 중국은 대항의 시대에 걸맞게 세계 여러 국가들과 무역 거래를 활발하게 했다. 중국에서 생산된 차와 도자기, 비단 등은 유럽 국가들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었다. 하지만 유럽은 중국에 팔 수 있는 변변한 물건이 없어 막대한 무역적자를 보는 상황이었다. 아무리 식민지 국가들에서 은 생산량을 늘려도 적자를 보존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영국은 당시 식민지였던 인도의 아편을 중국에 수출한 것이다.
처음엔 소량으로 들어가던 아편이 시간이 지날수록 수요가 커져 대량으로 들어갔다. 아편의 중독성을 잘 알고 있던 영국이 중국인들을 중독시키면 결국 지속적으로 소비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한 것이다. 중국도 처음에는 아편 수입을 딱히 제한하지 않았지만 아편 중독으로 인한 사회 전반이 혼탁해지자 수입량을 제재하기 시작했다. 청나라는 1780년, 1796년, 1799년 3차례 걸쳐 아편 수입을 대대적으로 금지하는 포고문을 발표했지만, 영국은 이러한 제재 조치에도 밀수를 통해 유입을 멈추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1830년대에 이르러서는 매년 무려 1,400톤 정도의 아편이 중국으로 수출되었고, 청나라 성인 25% 이상이 중독에 걸렸다. 이에 청나라는 아편을 발견하는 즉시 모두 몰수하는 정책을 실시했는데, 이것이 아편전쟁의 서막이 된 것이다.
영국은 중국이 몰수한 아편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배상을 안하면 전쟁을 하겠다고 최후통첩을 보낸다. 당연히 청나라는 이를 거부했다. 이를 예상이라도 한 듯 영국은 바로 광저우 항을 점령한다. 영국과의 전쟁에서 패한 청나라 조정은 영국에 평화 조약을 체결할 것을 제안했고, 영국은
△무역 시 양국의 동등한 관계일 것
△영국에 홍콩을 할양할 것
△몰수된 아편을 전액 배상할 것을 요구한다.
그러나 무리한 요구라는 것을 간파한 청나라 황제 도광제는 분노하며 협상을 결렬시키고 영국과의 전쟁을 재개한다. 하지만 청나라는 계속 패했고, 영국은 광저우와 상하이까지 점령하고 난징으로 진군한다. 이에 청나라 조정은 다시 한번 평화조약을 구걸했고, 결국 1842년 8월 29일 난징 조약이 체결된다. 당시 난징조약으로 청나라는 광저우 항은 물론, 샤먼, 푸저우, 닝보, 상하이 등 4개의 항구를 추가 개항한다. 이외에도 청나라와 영국 무역 시 관세의 고정과 이전에 청나라가 영국 상인으로부터 압수한 아편에 대한 배상으로 은 600만 냥과 전쟁에 대한 보상으로 1,200만 냥의 은을 보상한다. 아울러 홍콩까지 영국에 할양하게 된다.
2차 아편전쟁은 1856년 10월 ‘애로호 사건’이 발단이 된다. 청나라가 광저우 해상에서 한 정체불명의 선박을 체포했는데 배를 소유자가 영국인이었다. 선원들은 모두 중국인이었고, 해당 배는 해적선으로 분류됐다. 이에 청나라가 해당 해적선을 단속하게 되는데 단속 중에 영국 깃발이 훼손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에 중국을 노리던 영국이 국기가 훼손됐다는 명분을 앞세워 다시 광저우 항을 공격하게 됐고, 이 전쟁에는 1차와 달리 프랑스까지 참여한다.
연패를 거듭하던 청나라는 또다시 이들 국가에 항복하고 만다. 당시 협상에는 프랑스, 미국, 러시아까지 참석했고, ‘톈진 조약’(1858년 6월)이 체결된다.
이 조약으로 인해 청나라는
△영국과 프랑스, 미국, 러시아 공사관의 중국 설치
△열 개의 항구 추가적인 개항
△외국 선박이 양쯔강을 자유로이 이용할 수 있는 권리
△외국인 중국 자유 여행
△영국과 프랑스에 전쟁배상금 400만 달러와 200만 달러의 은 배상 등을 하게 된다.
이후 또 한 번의 전쟁이 일어났지만, 결과적으로 청나라는 베이징을 함락당하면서 톈진조약보다 더 가혹한 ‘베이징 조약’을 맺게 된다. 이렇게 청나라는 1차, 2차 아편전쟁을 통해 몰락한다.
이런 치욕스러운 역사적 사실에 중국이 2세기가 지난 오늘, 미국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을 대상으로 제2의 아편전쟁을 치르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이를 뒷받침이라도 하듯 시진핑 주석은 “아편전쟁 이후 서구 열강에 의해 침탈당했던 치욕스러운 역사를 절대 잊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따라서 중국의 변심이 없는 한 전 세계의 마약 문제 해결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기자 한대의
▲한국은 더 이상 ‘마약 청정국’ 아니다
세계는 지금 ‘제2의 아편전쟁’을 치르고 있다. 과거 ‘백년국치’(1839~1949년)라는 치욕을 겪었던 중국의 역사를 보더라도 마약은 한 개인만이 아닌, 가정과 사회 그리고 국가의 운명마저 몰락시킬 수 있는 사악한 중독성을 갖고 있다. 이제는 마약이라는 달콤함에 청소년들까지 빠져드는 형국이다. 이는 이미 인류를 위협하기에 충분한 ‘데드라인’을 넘은 것으로, 향후 이를 퇴치하기 위해서는 전 세계적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국립보건통계센터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 미국에서 약물 과다복용에 따른 사망자의 수는 10만 6,699명에 이른다. 이중 ‘좀비 마약’으로 통하는 펜타닐(Fentanly)을 포함해 아편류의 과다복용으로 사망한 사람은 7601명(남성 5만 1030・여성 1만 9571)이다. 이들 대다수는 펜타닐 과다복용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역시 현재까지 마약 중독자 수를 24만 명 정도로 집계하고 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2022년 붙잡힌 마약류 사범은 1만 8,395명으로 확인됐다. 해마다 일정 수치 이상의 마약 중독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증거다.
그러면 펜타닐은 어떤 마약일까?
펜타닐은 강력한 마약성 진통제로 1960년에 처음으로 개발됐고, 1968년 미국 식품의약청(FDA)으로부터 정맥마취제로 승인받았다. 의료계는 이런 펜타닐을 1990년부터 ‘피부 패치제’를 시작으로 점막과 피부를 통해 흡수될 수 있는 다양한 제형(구강점막투과제와 구강정, 구강 필름, 설하정, 비강 스프레이, 설하스프레이 등)으로 개발해 진통·마취제로 사용했다. 일반적으로 통증 치료에 사용되는 모르핀(morphine: 아편의 주요 성분으로 마약성 진통제의 일종)에 비해 약 100배 정도 강하다. 그러니 펜타닐에 노출되면 중독성이 강할 수밖에 없다.
이런 위험성 때문에 개발 초기부터 다수의 전문가들이 중독 위험성을 경고했다. 그러나 펜타닐의 뛰어난 약효와 의료적 효용성이 높다는 이유로 철저히 무시됐다. 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남용이라는 결과를 가져왔고, 결과적으로 현재는 인류를 위협하는 가장 강력한 중독 무기로 둔갑한 것이다.
△마약 유통 경로와 마약에 노출되는 과정
그렇다면 펜타닐은 어떤 경로로 접할까? 일반적으로 호기심에, 또는 고액 아르바이트를 위해 손을 댔다가 중독되는 경우가 많다.
구체적 사례로 인천지법 형사15부(류호중 부장판사)는 지난 3일 ‘고액 알바’로 마약 밀반입한 30대 남성에게 중형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이 남성은 인터넷에서 ‘고액 알바’를 검색해 알게 된 공범의 제안을 받고 지난 1월26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시가 1억 원 상당의 필로폰 1kg가량을 밀반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이 남성은 공범으로부터 마약을 운반하는 ‘지게꾼’ 역할을 제안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게꾼은 해외에서 마약을 몸이나 옷 속에 숨겨 한국으로 옮겨주는 운반책을 의미한다. 이 남성은 캄보디아에서 마약을 한국으로 몰래 갖고 들어온 뒤 지정된 장소 10곳에 하나씩 파묻으면 1,000만 원을 받기로 했지만, 미리 첩보를 입수한 수사당국에 의해 체포됐다. 이에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중형을 선고했다.
이같이 국내로 들어온 마약들은 소분 되어 일반인들에게 뿌려진다. 지난해 말에는 대치동 학원가에서 중국 국적의 총책을 중심으로 한 일당이 학원으로 등교하는 학생들에게 마약이 든 음료수를 나눠줬다가 덜미를 잡힌 바 있다. 이는 일반적인 마약 판매가 아닌, 국가 전복이라는 목적성이 뚜렷한 조직적 범죄라는데 그 위험성이 있다. 이 사건은 마약을 팔아야 돈을 버는 일반 마약상과 달리, 일반인들에게 돈을 받지 않고 뿌려 마약 중독에 걸리도록 유도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렇게 되면 시간이 지날수록 청소년 중독자들이 늘어나게 되고, 이는 곧 향후 충성 고객으로 만들 수 있다. 특히 단기적인 이익 측면에선 거대 조직이 아니면 이런 장기 프로젝트를 실행할 수 없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이를 일반 마약범죄가 아닌 대한민국을 겨냥한 엄중한 테러로 보는 것이다.
그렇다면 마약은 어떤 나라에서 들어오는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부분 동남아 국가들과 중국 등지에서 들어온다. 동남아 국가에서 들어오는 마약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그러나 이들 나라들도 최근엔 일부 생산 외 나머지는 중국산 마약을 유통시킨다. 가격 경쟁력이 그만큼 중국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즉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마약의 대부분은 중국산 마약과 동남아산 마약이라고 볼 수 있다. 이미 세계는 중국산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상태다.
▲세계는 이미 마약과의 전쟁 중…‘중국산 마약’에 비상
특히 미국의 경우, 모든 도시가 중국산 마약으로 비상이다. 미국에서 다섯 번째로 큰 필라델피아는 펜타닐 중독으로 허리를 굽히고 팔을 늘어뜨린 채 거리를 헤매는 마약중독자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들 대부분은 뇌가 손상된 상태로, 중독자들이 모여든 일부 지역을 ‘좀비 랜드’라고 부를 정도다. 오죽하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주석에게 중국의 마약 유통을 막아달라고 요청했을까. 지난 4월2일 바이든 대통령은 시 주석과 정상 통화를 가지고 펜타닐 근절에 협력해 줄 것을 촉구했다. 이는 미국이 대만 문제와 관세 등에 중국과의 상당한 이견을 가지면서도 마약 문제에 대해 협력을 요구한 것은, 그만큼 펜타닐 중독 사태가 위험 수위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연간 6만 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가는 펜타닐 중독에 대해 전쟁을 선언한 상태다. 펜타닐은 중국산 화학물질을 주원료로 멕시코에서 제조돼 미국으로 밀수되고 있다. 미국 마약단속국(DEA)은 지난해 5월 1년간의 집중 단속으로 거래상 3,300여 명을 체포하고 펜타닐 4,400만 정을 압수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앤 밀 그램 마약단속국 국장은 기자회견에서 헤로인의 50배에 이를 정도로 강력한 마약성 진통제인 펜타닐은 “오늘날 미국인들에게 가장 큰 위협”이라고 말했다.
이후 미국 법무부는 같은 해 6월 펜타닐 원료를 만들고 판매한 중국 기업 4곳과 중국인 8명을 기소했다. 미국에서 심각한 문제로 떠오른 펜타닐 중독과 관련해 중국인들이 체포·기소된 것은 당시가 처음이었다. 이들은 ‘후베이 아마블 바이오테크’ 기업 관계자로 펜타닐 원료인 화학물질을 제조해 멕시코 마약 카르텔에 판매한 혐의를 받았다. 이들이 거래한 마약상은 미국에서 종신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호아킨 구스만(일명 엘 차포)이 이끄는 멕시코의 대형 마약 거래 조직 ‘시날로아 카르텔’ 등으로 밝혀졌다. 미국과 같은 현상은 캐나다를 비롯한 남미 국가, 그리고 유럽에 이르기까지 확산되는 추세다.
▲펜타닐, 200년 전 ‘아편전쟁’ 설욕 위한 중국의 큰 그림인가
그렇다면 마약사범에 대해 사형이라는 중형까지 내리는 중국이 왜 세계를 상대로는 마약 수출을 통제하지 않는 것일까?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중국의 치욕적인 ‘아편전쟁’을 이유 중의 하나로 들었다. 18세기 중국은 아시아의 맹주였다. 하지만 1차, 2차 아편전쟁을 거치며 몰락하고 말았다. 당시 중국은 대항의 시대에 걸맞게 세계 여러 국가들과 무역 거래를 활발하게 했다. 중국에서 생산된 차와 도자기, 비단 등은 유럽 국가들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었다. 하지만 유럽은 중국에 팔 수 있는 변변한 물건이 없어 막대한 무역적자를 보는 상황이었다. 아무리 식민지 국가들에서 은 생산량을 늘려도 적자를 보존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영국은 당시 식민지였던 인도의 아편을 중국에 수출한 것이다.
처음엔 소량으로 들어가던 아편이 시간이 지날수록 수요가 커져 대량으로 들어갔다. 아편의 중독성을 잘 알고 있던 영국이 중국인들을 중독시키면 결국 지속적으로 소비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한 것이다. 중국도 처음에는 아편 수입을 딱히 제한하지 않았지만 아편 중독으로 인한 사회 전반이 혼탁해지자 수입량을 제재하기 시작했다. 청나라는 1780년, 1796년, 1799년 3차례 걸쳐 아편 수입을 대대적으로 금지하는 포고문을 발표했지만, 영국은 이러한 제재 조치에도 밀수를 통해 유입을 멈추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1830년대에 이르러서는 매년 무려 1,400톤 정도의 아편이 중국으로 수출되었고, 청나라 성인 25% 이상이 중독에 걸렸다. 이에 청나라는 아편을 발견하는 즉시 모두 몰수하는 정책을 실시했는데, 이것이 아편전쟁의 서막이 된 것이다.
영국은 중국이 몰수한 아편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배상을 안하면 전쟁을 하겠다고 최후통첩을 보낸다. 당연히 청나라는 이를 거부했다. 이를 예상이라도 한 듯 영국은 바로 광저우 항을 점령한다. 영국과의 전쟁에서 패한 청나라 조정은 영국에 평화 조약을 체결할 것을 제안했고, 영국은
△무역 시 양국의 동등한 관계일 것
△영국에 홍콩을 할양할 것
△몰수된 아편을 전액 배상할 것을 요구한다.
그러나 무리한 요구라는 것을 간파한 청나라 황제 도광제는 분노하며 협상을 결렬시키고 영국과의 전쟁을 재개한다. 하지만 청나라는 계속 패했고, 영국은 광저우와 상하이까지 점령하고 난징으로 진군한다. 이에 청나라 조정은 다시 한번 평화조약을 구걸했고, 결국 1842년 8월 29일 난징 조약이 체결된다. 당시 난징조약으로 청나라는 광저우 항은 물론, 샤먼, 푸저우, 닝보, 상하이 등 4개의 항구를 추가 개항한다. 이외에도 청나라와 영국 무역 시 관세의 고정과 이전에 청나라가 영국 상인으로부터 압수한 아편에 대한 배상으로 은 600만 냥과 전쟁에 대한 보상으로 1,200만 냥의 은을 보상한다. 아울러 홍콩까지 영국에 할양하게 된다.
2차 아편전쟁은 1856년 10월 ‘애로호 사건’이 발단이 된다. 청나라가 광저우 해상에서 한 정체불명의 선박을 체포했는데 배를 소유자가 영국인이었다. 선원들은 모두 중국인이었고, 해당 배는 해적선으로 분류됐다. 이에 청나라가 해당 해적선을 단속하게 되는데 단속 중에 영국 깃발이 훼손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에 중국을 노리던 영국이 국기가 훼손됐다는 명분을 앞세워 다시 광저우 항을 공격하게 됐고, 이 전쟁에는 1차와 달리 프랑스까지 참여한다.
연패를 거듭하던 청나라는 또다시 이들 국가에 항복하고 만다. 당시 협상에는 프랑스, 미국, 러시아까지 참석했고, ‘톈진 조약’(1858년 6월)이 체결된다.
이 조약으로 인해 청나라는
△영국과 프랑스, 미국, 러시아 공사관의 중국 설치
△열 개의 항구 추가적인 개항
△외국 선박이 양쯔강을 자유로이 이용할 수 있는 권리
△외국인 중국 자유 여행
△영국과 프랑스에 전쟁배상금 400만 달러와 200만 달러의 은 배상 등을 하게 된다.
이후 또 한 번의 전쟁이 일어났지만, 결과적으로 청나라는 베이징을 함락당하면서 톈진조약보다 더 가혹한 ‘베이징 조약’을 맺게 된다. 이렇게 청나라는 1차, 2차 아편전쟁을 통해 몰락한다.
이런 치욕스러운 역사적 사실에 중국이 2세기가 지난 오늘, 미국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을 대상으로 제2의 아편전쟁을 치르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이를 뒷받침이라도 하듯 시진핑 주석은 “아편전쟁 이후 서구 열강에 의해 침탈당했던 치욕스러운 역사를 절대 잊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따라서 중국의 변심이 없는 한 전 세계의 마약 문제 해결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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