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탈주민 지원정책의 방향,
‘배제’인가 ‘통합’인가?
김명철 연구원
북한이탈주민 지원정책의 방향,
‘배제’인가 ‘통합’인가?
김명철 연구원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정착 과정에서의 지원은 초기정착을 위해 주택과 기본생활비용이 제공되고는 있으나, 배정되는 주택은 공공기관이 지원하는 영구임대주택 등으로 주로 취약계층 주거지에 위치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북한이탈주민이 정착 시작 단계에 일반 지역사회에 참여하며 교류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또한 북한이탈주민에게 제공되는 정착 교육의 내용을 살펴보더라도 북한 문화를 청산해야 할 문화로 전제한 채로 서울말 쓰기, 영어 배우기, 자본주의 이해하기 등으로 남한사회의 평균 수준을 달성할 것을 목표로만 하고 있다. 이러한 지원정책 결과 북한이탈주민이 건강한 우리 사회 구성원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면서, 사회에 통합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오랫동안 지속되어온 북한이탈주민 지원정책에 대한 정책당국의 평가를 먼저 살펴보자. 2021년 5월 정부의 「제3차 북한이탈주민 정착지원 기본계획(2021-2023)」에서는 그동안의 북한이탈주민 지원정책에 대하여 평가하면서, 그간의 성과로는 ‘정착지원 관련 법ㆍ제도적 기반의 구축’, ‘의료, 취업, 교육 등 생활 밀착 서비스 확대’, ‘탈북민 생활 여건의 개선’, ‘탈북민 취약계층 대상 사회안전망 강화’, ‘사회적 인식개선 노력 지속’ 등을 꼽았다. 그러면서도 지원정책의 한계 및 향후 개선과제로 ‘일반 국민 수준에 미달하는 탈북민 생활 수준’, ‘고독사, 재입북, 성폭력 등 탈북민 위기 사례 지속’, ‘저학력 재북 경력 발전 기회 제한’, ‘자치단체 참여ㆍ역할 확대 등 정책 환경 변화’, ‘코로나19 상황의 지속, 새로운 관점의 지원 필요’가 나타났다.
그동안의 북한이탈주민 지원정책은 인도적 측면과 통일정책을 고려하여, ‘보호와 적응’에 초점을 두다가 2005년경부터 ‘자활과 자립’으로 전환하며 정착지원금을 축소하고 취업과 연계된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하며 변화했다. 이후 2009년 무렵 하나센터와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남북하나재단)을 설치·운영하면서 지역사회에서 북한이탈주민의 ‘취업과 정착’에 초점을 두었다. 이후 2016년부터는 북한이탈주민의 남한사회에 대한 소속감을 높이려는 목적으로 ‘사회통합’을 명시하고 있다(양옥경 외 4, 2017).
2020년 북한이탈주민 사회통합조사(2,462명 조사)를 보면, 북한이탈주민에게 차별 무시를 당한 경험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 18%의 응답자가 ‘차별/무시당한 경험이 있다’라고 답을 하였다. 차별당한 이유는 ‘문화적 소통 방식이 다르다는 점’이 74.9%로 가장 높았는데, ‘북한이탈주민의 존재에 대한 부정적 인식(44.3%)’과 ‘언론의 부정적 보도의 영향(19.3%)’이 그다음으로 높았다. 부정적 인식과 언론보도는 앞선 조사(2019)보다 그 비율이 높아졌다(남북하나재단, 2020). 북한이탈주민을 위한 정착지원에도 불구하고 북한이탈주민의 남한사회 정착과 적응, 통합은 쉽지 않음을 보여준다.
북한이탈주민 스스로는 사회통합에 관하여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2018년 연구(양옥경 외 4)에서 확인되는 정착 주기별 사회통합저해 요인을 보면 그 생각을 추측할 수 있다. 아래 표와 같이 응답자의 정착 기간과 관계없이 ‘취업의 어려움’, ‘경제적 어려움’, ‘고향 생각’ 등이 사회통합 저해요인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인구사회학적 특성으로 세분화하여 분석한 결과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나면서 동일한 요인과 함께 ‘직장에서의 편견과 차별’이 함께 사회통합 저해요인으로 조사되고 있다(양옥경 외, 2017).
북한이탈주민이 인식한 정착주기별 사회통합 저해요인
NO | 세부 요인 | 1년 이하 명(%) | 3년 이하 명(%) | 5년 이하 명(%) | 5년 초과 명(%) |
---|---|---|---|---|---|
1 | 외로움 | 13(86.7) | 14(70.0) | 16(64.0) | 93(67.9) |
2 | 북에 두고 온 가족 | 13(81.3) | 15(75.1) | 16(64.0) | 96(70.1) |
3 | 고향생각 | 15(100.0) | 16(80.0) | 17(68.0) | 93(67.9) |
4 | 생활방식, 관심사, 음악 등 문화차이 | 15(93.8) | 11(55.0) | 15(60.0) | 73(54.1) |
5 | 북한사투리, 억양 | 14(93.8) | 16(80.0) | 16(64.0) | 87(63.0) |
6 | 외래어 및 영어 이해 못함 | 15(93.8) | 14(70.0) | 17(68.0) | 91(65.9) |
7 | 직장에서의 편견과 차별 | 12(75.0) | 15(75.0) | 18(72.0) | 86(62.8) |
8 | 지역주민(남한주민)들의 배제(따돌림) | 9(60.0) | 11(57.9) | 10(40.0) | 70(51.5) |
9 | 남한주민과 어울릴 수 있는 기회의 부족 | 12(75.0) | 14(70.0) | 13(52.0) | 70(51.1) |
10 | 취업의 어려움 | 12(75.0) | 15(78.9) | 19(76.0) | 103(76.3) |
11 | 남한사회에 적응하려는 나의 의지 부족 | 5(31.3) | 9(47.4) | 9(36.0) | 51(37.2) |
12 | 북한식 사고방식대로 살려는 나의 태도 | 9(56.3) | 8(40.0) | 9(36.0) | 37(27.4) |
13 | 학연, 지연 등 대인관계망의 부족 | 13(81.3) | 15(78.9) | 11(44.0) | 74(54.0) |
14 | 경제적 어려움 | 14(87.5) | 15(75.0) | 20(80.0) | 113(82.5) |
15 | 자녀양육관련 어려움(학업, 학교 적응 등) | 9(56.3) | 15(75.0) | 22(88.0) | 88(64.2) |
그렇다면 남한출신 주민들은 정착지원제도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모든 인식을 대변하지는 않겠지만, 남북하나재단의 북한이탈주민 관련 갈등 사례연구에서 확인되는 남한출신 주민의 부정적 인식도 드러난다. 정착지원 제도를 남용하여 일부 북한이탈주민이 자립 자활을 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으로 복지지원을 악용하는 걸 목격한 남한출신 주민들은 박탈감을 느끼며, 북한이탈주민과 갈등을 겪거나 부정적 인식으로 대하는 게 확인되고 있다(남북하나재단, 2019).
이러한 양상은 지난 수십 년간 북한이탈주민 지원정책은 ‘먼저 온 통일’로 북한이탈주민을 통일을 준비하는 주체로서의 역할만을 강조한 채, 시민사회와는 거리를 둔 모습으로 나타난다. 북한이탈주민에 대하여 특별한 보호를 하고 있지만, 이로써 오히려 시민사회로부터 ‘배제’하거나 ‘통합의 대상’으로만 여기는 한계가 드러난다. 그러면서 북한이탈주민이 남한사회에 통합되고 온전한 사회 일원으로 녹아들어가기 위해 필요한 취업 지원활동이나 직업능력 개발은 형식적인 정책으로 이름만 걸어놓고 있고 실질적인 효과를 나타내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김화순 2019, 선우현 2019 등).
대한민국 정부는 북한이탈주민에게 수많은 혜택을 주고 있다고 선전하고 있으나, 실제 상당수의 북한이탈주민 근로자들은 신체적으로도 취약한데 저임금노동자로 일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수많은 탈북여성들이 배고픔을 피해 대한민국에 와서 다시 북한에 송금하기 위해 열악한 조건의 근로를 감내하면서, 성폭력 등의 위험 속에서 노출된 채 불이익과 차별을 감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북한이탈주민 누구나 특례입학 기회로 대학교육을 받을 수 있는 제도로 홍보되고 있는 대학의 특례입학제도도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실제 운영에서는 대학교 입학생 숫자에만 연연한 채, 실제 북한이탈주민 대학생이 학업 과정을 얼마나 이수하고 있는지, 졸업 후 양질의 취업시장으로 진입하고는 있는지에 대한 면밀한 검토나 실질적인 정착지원으로는 이어지고 있지 못하다.
이러한 모습은 정착지원 정책이 5년의 보호기간 동안 북한이탈주민을 남한사회의 건강한 일원으로 정착시키는 효과보다는 소수자로서 특별한 보호에 치중하고 안보와 체제경쟁의 선전도구로 정착지원정책이 활용된 이유가 크다고 생각된다. 그러면서 북한이탈주민을 이민자로서 우리 사회에 융화시키고 품어내는 과정보다는 통일이라는 명분으로 별도의 집단으로 구분되어 법률상 정해진 5년 보호기간을 넘어서 몇 년이 되도 ‘북한이탈주민’이라는 딱지를 떼지 못하는 배제적 정착지원정책이 지금까지의 지원정책의 모습이라 평가된다.
2019년 7월 탈북 모자 사망사건과 관련하여 정책당국과 전문가들은 북한이탈주민 정착지원 정책에서 규정하는 5년의 보호기간 이후에 탈북여성이 빈곤과 장애의 문제를 지역사회의 공공지원 및 일반적 사회복지체계로 연결되지 못한 점을 문제의식으로 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응으로 통일부가 북한이탈주민의 보호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하려던 대책은 이 문제의 실질적 해결이 되지 못한다. 보호기간 연장은 종전의 ‘배제적’ 지원정책을 더욱 공고하게 할 뿐, 북한이탈주민이 남한 시민사회에 실질적으로 통합되도록 하는 데에도 전혀 기여하지 못할뿐더러 ‘배제’적 취급으로 북한이탈주민을 더욱 고립시키는 결과만을 나을 것이다.
그나마 2021. 1. 5.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북한이탈주민 정착지원에 관한 의무가 기존의 국가의 책무로만 규정되던 것에 더 나아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로도 추가되었다. 이로써 안보와 통일을 목적으로 북한이탈주민 정착지원 정책을 다루던 통일부 중심의 지원정책에서 벗어나, 북한이탈주민이 속해있는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북한이탈주민이 지역 시민사회에 정착하는 정책적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제3차 북한이탈주민 정착지원 기본계획에서도 ‘사회적 통합지향적 정착지원 정책’을 강조하며, 지방자치단체와의 협업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이 의미 있는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각급 지방자치단체의 여건에 따라 북한이탈주민을 담당하는 행정조직과 예산이 추가되어야만 할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정책변화가 미사여구로 끝나는 정책이 아니라 남한사회의 일원으로 북한이탈주민이 실질적으로 통합되는 계기가 되도록 힘써야 할 때이다.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이 강조되면서 종전 통일부가 제공한 획일한 기준으로 강요적으로 제공되는 정착지원 정책이 아니라, 지역사회 구성원으로서 시민인 북한이탈주민의 역량과 장점이 발휘되며 지역사회와 관계를 맺어가는 방향으로 지원정책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김화순, 분단체제 탈북민 정책의 인식과 이행과제 : ‘배제적 통합’의 영속화에 대한 비판, 「이화젠더법학」, 제11권 제3호, 2019. 12.
남북하나재단, 「2020 북한이탈주민 사회통합조사」, 2020
남북하나재단, 「북한이탈주민 인식개선 및 사회통합을 위한 갈등사례 심층연구」, 2019
대한민국 정부, 「제3차 북한이탈주민 정착지원 기본계획(2021~2023)」, 2021
선우현, 통합적 배제 혹은 배제적 통합의 대상으로서 ‘탈북민 집단’, 「배제와 통합 : 탈북인의 삶」, 2019
양옥경 외, 「북한이탈주민 생활밀착형 지원 프로그램 개발」, 남북하나재단,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