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탈주민, 우리를 부르는 이름


기자 노을, 요엘

북한이탈주민, 우리를 부르는 이름


기자 노을, 요엘

  북한이탈주민이라는 명칭이 법적인 공식 명칭으로 정해진 지 10년이 되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북한이탈주민을 부르는 이름은 하나로 정리되지 않은 채 다양하게 불리고 있다. 지금 잠깐 생각해 봐도 몇 가지 명칭들이 떠오를 것이다. 북한이탈주민, 새터민, 탈북민, 탈북자 등과 같은 명칭 말이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북한이탈주민을 부르는 용어가 혼재되어 있는 것일까? 가장 큰 이유는 북한이탈주민의 명칭을 정하는 과정을 정작 그 명칭으로 불리게 되는 북한이탈주민들이 주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명칭들은 주로 정책결정자나 소수의 이해관계자의 입장에서 결정되었고 북한이탈주민의 자기정체성을 제대로 반영하기는 어려웠다.


  현재 북한이탈주민을 부르는 명칭들의 또 다른 문제점은 그 명칭들로 인해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고착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탈’, ‘탈’과 같은 단어는 실제 그 단어에 담긴 의미가 어떻든 당당하고 긍정적인 인식보다는 뭔가 불안정하고 불쌍한 존재라는 인식을 줄 가능성이 높다. 북한이탈주민 스스로가 긍정적인 정체성을 세우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긍정적으로 인식되기 위해서는 명칭의 변화는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부분이다.


  지금까지 현재 북한이탈주민을 부르는 명칭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에 대해서 짧게 이야기해 보았다. 그렇다면 실제로 북한이탈주민들은 이 명칭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우리온은 지난 1월 탈북 청년(10~30대) 154명을 대상으로 언론이나 방송에서 ‘탈북자’라는 말을 들었을 때 어떤 기분인지 질문해 보았다. 이에 대해 응답자 중 71.1퍼센트가 ‘싫다고 답했으며, ‘좋다’고 답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하지만 여전히 주변이나 언론을 보면 ‘탈북자’라는 명칭을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사용하고 있다.


  

    우리온에서 진행하는 ‘탈북 청년 민주주의 리더십 교육 프로그램, DnL School 6기’의 학생들은 이러한 문제상황을 인식하고 북한이탈주민의 긍정적인 자기정체성 형성과 사회의 인식개선을 위해 지난 1월 ‘탈북 청년들이 직접 주도하는 북한이탈주민 이름 공모전’을 진행하였다.


  해당 공모전에는 탈북 청년(10~30대) 총 69명이 응모했다. 그중 1차로 탈북 청년 7명의 심사를 통해 10개의 이름을 최종 후보로 선정했고, 2차로 탈북 청년 154명이 투표하여 최우수 이름을 선정하였다.


  최종 선정된 이름은 바로 ‘북향민’ 이었다. 이 이름은 ‘북에 고향을 둔 사람’이라는 뜻으로 사실적이고, 중립적인 단어이며, 듣기에도 거부감이 덜 느껴진다는 의견들이 많았다.


  이 외에도 주요 후보로 선정된 명칭들을 몇 가지 소개하면, 우선 독재정권으로부터 벗어나 자유의 몸이 된 의미를 담고 있다는 ‘자유인’이라는 이름은 15.6%를 차지하였다. 또한 ‘통일민’은 14.3%, ‘통일주민’은 4.5%를 차지하였다. 이 두 명칭은 이미 남쪽에서 통일을 살아가고 있는 북한이탈주민을 통일의 개척자로 보자는 의견을 담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기존에 많이 사용하는 ‘탈북민’이라는 명칭은 9.1퍼센트를 차지하였다. 새로운 호칭으로 혼돈을 만들기 보다는 이미 존재하는 호칭 중에서 그나마 선호되는 호칭인 ‘탈북민’을 선택하였다는 의견이었다.





  탈북 청년들이 직접 주도한 이름 공모전의 결과를 보면 두 가지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첫 번째 사실은, 아직 북한이탈주민 모두의 공감대를 살만한 명칭은 없다는 것이다. ’북향민’이 1등을 하였지만 압도적으로 높은 지지를 받은 것은 아니었다. 최종 후보 10개의 명칭 대부분이 비슷한 득표율을 받았다. ‘현재 북한이탈주민을 지칭하는 다양한 이름 중 가장 선호하는 이름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도 ‘모두 싫다’는 응답이 26.1%로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다. 이 결과들은 북한이탈주민 대다수의 지지를 받을만한 명칭을 앞으로 계속 찾아나가야 한다는 필요성을 보여 준다.


  두 번째 사실은 적어도 ‘탈북자’라고 불리기는 싫다는 것이다. 위에서도 말한 것처럼 설문조사에 참여한 탈북 청년 154명 중  70%가 넘는 비율이 ‘탈북자’라는 호칭으로 불리는 것이 싫다고 응답했다. 앞으로 언론이나 방송 등에서 ‘탈북자’라는 명칭의 사용을 지양하도록 촉구할 필요가 있다.





  공모전 진행과 관련해서 한 가지 더 흥미로운 점은 북한이탈주민 중 이름 공모전 진행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분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분들의 주된 의견은 우리도 다 대한민국 국민인데 왜 우리에 대해서만 특별한 호칭을 만들어서 부르며, 다른 집단으로 구분되어야 하냐는 것이었다. 이처럼 명칭으로 구분 짓지 말고 똑같은 대한민국 국민으로 부르자는 의견은 일견 일리 있어 보이기도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북한이탈주민의 이름을 만들고 부르는 일을 그만두어야 하는 걸까?


  북한이탈주민을 위한 다양한 정책적인 혜택을 법과 제도로 만들기 위해 특정한 이름으로 정책 대상을 구분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일이다. 이러한 이유로 보면, 북한이탈주민과 같은 소수자들이 하나의 명칭으로 불리는 것은 불가피한 부분이다. 물론 위에서 많은 이들이 지적한 것처럼 특정한 부류의 소수자들을 하나의 명칭으로 부를 때, 낙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이용승. 2016). 그렇기에 더욱 ‘좋은 이름’이 필요한 것이다. 우리들은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일어나지 않도록 더욱 주의 깊게 중립적인 개념을 사용한 명칭을 만들어가야 한다. 물론 호칭을 바꾼다고 해서 모든 문제들이 해소되는 것은 아니지만 부정적인 이미지를 완화하고, 불리는 주체 또한 덜 위축될 것이다(이용승. 2016).


  또한 명칭은 정체성과 연결되어 있다. 한 사람이나 집단이 자신을 어떻게 부르고 타인에게 어떻게 불리는가 하는 문제는 자신의 정체성과 인식, 자부심 형성 등에 큰 영향을 미친다. 좋은 이름은 긍정적인 정체성과 자긍심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유대인’들은 자신들이 ‘유대인’이라고 구분되어 불리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도리어 자신이 ‘유대인’이라는 것을 자신만의 특별하고 긍정적인 정체성으로 삼는다. 북한이탈주민도 마찬가지이다. 북한이탈주민은 다른 한국 사람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많은 어려움을 이겨내고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 우리 사회의 ‘개척자’들이다. 그렇기에 북한이탈주민이 구분되어 불리는 것은 부끄럽거나 열등감을 느낄 일이 아니다. 오히려 자랑스럽고 자부심을 가진 만한 일이다. 그렇기에 북한이탈주민들이 스스로 더욱 그 자긍심을 키워가기 위해선 그 정체성에 걸맞은 좋은 이름이 필요하다.


  앞으로도 탈북 청년들이 스스로를 부를 명칭을 함께 고민하고 그 가운데에서 자신들만의 특별한 정체성을 키워 나감으로써, 북한이탈주민 커뮤니티가 한국과 국제사회에서 유대인 못지않은 특별한 공동체로 성장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본 공모전의 진행방식과 결과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탈북MZ세대가 정한 우리의 이름' 사이트에서 확인해주세요!



1. 이용승(2016).  북한이탈주민 통합, 어떻게 가능할 것인가?

북한이탈주민, 우리를 부르는 이름


기자 노을, 요엘

  북한이탈주민이라는 명칭이 법적인 공식 명칭으로 정해진 지 10년이 되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북한이탈주민을 부르는 이름은 하나로 정리되지 않은 채 다양하게 불리고 있다. 지금 잠깐 생각해 봐도 몇 가지 명칭들이 떠오를 것이다. 북한이탈주민, 새터민, 탈북민, 탈북자 등과 같은 명칭 말이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북한이탈주민을 부르는 용어가 혼재되어 있는 것일까? 가장 큰 이유는 북한이탈주민의 명칭을 정하는 과정을 정작 그 명칭으로 불리게 되는 북한이탈주민들이 주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명칭들은 주로 정책결정자나 소수의 이해관계자의 입장에서 결정되었고 북한이탈주민의 자기정체성을 제대로 반영하기는 어려웠다.


  현재 북한이탈주민을 부르는 명칭들의 또 다른 문제점은 그 명칭들로 인해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고착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탈’, ‘탈’과 같은 단어는 실제 그 단어에 담긴 의미가 어떻든 당당하고 긍정적인 인식보다는 뭔가 불안정하고 불쌍한 존재라는 인식을 줄 가능성이 높다. 북한이탈주민 스스로가 긍정적인 정체성을 세우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긍정적으로 인식되기 위해서는 명칭의 변화는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부분이다.


  지금까지 현재 북한이탈주민을 부르는 명칭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에 대해서 짧게 이야기해 보았다. 그렇다면 실제로 북한이탈주민들은 이 명칭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우리온은 지난 1월 탈북 청년(10~30대) 154명을 대상으로 언론이나 방송에서 ‘탈북자’라는 말을 들었을 때 어떤 기분인지 질문해 보았다. 이에 대해 응답자 중 71.1퍼센트가 ‘싫다’고 답했으며, ‘좋다’고 답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하지만 여전히 주변이나 언론을 보면 ‘탈북자’라는 명칭을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사용하고 있다.



  우리온에서 진행하는 ‘탈북 청년 민주주의 리더십 교육 프로그램, DnL School 6기’의 학생들은 이러한 문제상황을 인식하고 북한이탈주민의 긍정적인 자기정체성 형성과 사회의 인식개선을 위해 지난 1월 ‘탈북 청년들이 직접 주도하는 북한이탈주민 이름 공모전’을 진행하였다.


  해당 공모전에는 탈북 청년(10~30대) 총 69명이 응모했다. 그중 1차로 탈북 청년 7명의 심사를 통해 10개의 이름을 최종 후보로 선정했고, 2차로 탈북 청년 154명이 투표하여 최우수 이름을 선정하였다.


  최종 선정된 이름은 바로 ‘북향민’ 이었다. 이 이름은 ‘북에 고향을 둔 사람’이라는 뜻으로 사실적이고, 중립적인 단어이며, 듣기에도 거부감이 덜 느껴진다는 의견들이 많았다.


  이 외에도 주요 후보로 선정된 명칭들을 몇 가지 소개하면, 우선 독재정권으로부터 벗어나 자유의 몸이 된 의미를 담고 있다는 ‘자유인’이라는 이름은 15.6%를 차지하였다. 또한 ‘통일민’은 14.3%, ‘통일주민’은 4.5%를 차지하였다. 이 두 명칭은 이미 남쪽에서 통일을 살아가고 있는 북한이탈주민을 통일의 개척자로 보자는 의견을 담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기존에 많이 사용하는 ‘탈북민’이라는 명칭은 9.1퍼센트를 차지하였다. 새로운 호칭으로 혼돈을 만들기 보다는 이미 존재하는 호칭 중에서 그나마 선호되는 호칭인 ‘탈북민’을 선택하였다는 의견이었다.

 

  

  탈북 청년들이 직접 주도한 이름 공모전의 결과를 보면 두 가지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첫 번째 사실은, 아직 북한이탈주민 모두의 공감대를 살만한 명칭은 없다는 것이다. ’북향민’이 1등을 하였지만 압도적으로 높은 지지를 받은 것은 아니었다. 최종 후보 10개의 명칭 대부분이 비슷한 득표율을 받았다. ‘현재 북한이탈주민을 지칭하는 다양한 이름 중 가장 선호하는 이름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도 ‘모두 싫다’는 응답이 26.1%로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다. 이 결과들은 북한이탈주민 대다수의 지지를 받을만한 명칭을 앞으로 계속 찾아나가야 한다는 필요성을 보여 준다.


  두 번째 사실은 적어도 ‘탈북자’라고 불리기는 싫다는 것이다. 위에서도 말한 것처럼 설문조사에 참여한 탈북 청년 154명 중  70%가 넘는 비율이 ‘탈북자’라는 호칭으로 불리는 것이 싫다고 응답했다. 앞으로 언론이나 방송 등에서 ‘탈북자’라는 명칭의 사용을 지양하도록 촉구할 필요가 있다.



  공모전 진행과 관련해서 한 가지 더 흥미로운 점은 북한이탈주민 중 이름 공모전 진행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분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분들의 주된 의견은 우리도 다 대한민국 국민인데 왜 우리에 대해서만 특별한 호칭을 만들어서 부르며, 다른 집단으로 구분되어야 하냐는 것이었다. 이처럼 명칭으로 구분 짓지 말고 똑같은 대한민국 국민으로 부르자는 의견은 일견 일리 있어 보이기도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북한이탈주민의 이름을 만들고 부르는 일을 그만두어야 하는 걸까?


  북한이탈주민을 위한 다양한 정책적인 혜택을 법과 제도로 만들기 위해 특정한 이름으로 정책 대상을 구분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일이다. 이러한 이유로 보면, 북한이탈주민과 같은 소수자들이 하나의 명칭으로 불리는 것은 불가피한 부분이다. 물론 위에서 많은 이들이 지적한 것처럼 특정한 부류의 소수자들을 하나의 명칭으로 부를 때, 낙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이용승. 2016). 그렇기에 더욱 ‘좋은 이름’이 필요한 것이다. 우리들은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일어나지 않도록 더욱 주의 깊게 중립적인 개념을 사용한 명칭을 만들어가야 한다. 물론 호칭을 바꾼다고 해서 모든 문제들이 해소되는 것은 아니지만 부정적인 이미지를 완화하고, 불리는 주체 또한 덜 위축될 것이다(이용승. 2016).


  또한 명칭은 정체성과 연결되어 있다. 한 사람이나 집단이 자신을 어떻게 부르고 타인에게 어떻게 불리는가 하는 문제는 자신의 정체성과 인식, 자부심 형성 등에 큰 영향을 미친다. 좋은 이름은 긍정적인 정체성과 자긍심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유대인’들은 자신들이 ‘유대인’이라고 구분되어 불리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도리어 자신이 ‘유대인’이라는 것을 자신만의 특별하고 긍정적인 정체성으로 삼는다. 북한이탈주민도 마찬가지이다. 북한이탈주민은 다른 한국 사람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많은 어려움을 이겨내고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 우리 사회의 ‘개척자’들이다. 그렇기에 북한이탈주민이 구분되어 불리는 것은 부끄럽거나 열등감을 느낄 일이 아니다. 오히려 자랑스럽고 자부심을 가진 만한 일이다. 그렇기에 북한이탈주민들이 스스로 더욱 그 자긍심을 키워가기 위해선 그 정체성에 걸맞은 좋은 이름이 필요하다.


  앞으로도 탈북 청년들이 스스로를 부를 명칭을 함께 고민하고 그 가운데에서 자신들만의 특별한 정체성을 키워 나감으로써, 북한이탈주민 커뮤니티가 한국과 국제사회에서 유대인 못지않은 특별한 공동체로 성장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본 공모전의 진행방식과 결과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탈북MZ세대가 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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