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 D.C. 뷰티샵 오픈을 앞둔 예비사업가 정소연
“꿈을 크게 가지세요.
그래야만이 나에게 끊임없는 도전을 줄 수 있어요”
글 임지현 | 사진 최승대
Milk, Egg, Apple. 단어 몇 개와 알파벳만을 익힌 채 미국으로 간 15살의 소녀가 있다. 함경북도 청진에서 태어나 비교적 부유한 가정 환경 덕에 남부러울 것 없이 자란 정소연씨, 그녀는 원인 모를 보위부와의 마찰로 어머니와 함께 탈북을 감행해야만 했다. 중국에서 조용히 지내던 중, 강을 건넌 지 일 년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 어머니로부터 미국에 가보지 않겠느냐는 권유를 받는다.
"어머니가 무역을 하시면서 중국인 친구들을 몇 명 사귀셨는데, 그 친구분들이 어린 자녀들을 미국으로 유학 보내는 걸 많이 보셨어요. 친구들에게 미국 유학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으시고 제게 말씀하신 거죠. 미국에 가는 게 어떻겠냐구요. 어머니는 딸이 미국에 가서 더 좋은 삶을 살길 바라셨어요. 본인은 일 정리가 안 된 상태니까 중국에 있어야 하니 저만이라도 먼저 가라고 하셨어요."
그렇게 정소연씨는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에서 어머니 없이 홀로 난민 신분의 미국 생활을 시작했다. 불과 며칠 전까지 그저 머나먼 타국이었던 미국 정착은 결코 쉽지만은 않았다.
"미국인 양부모님을 처음 뵌 지 일주일 쯤 지나서부터 바로 학교에 다니게 됐어요. 등교 첫날 길을 참 많이 잃었죠. 교실도 잘못 찾아갔어요. 반에는 이민 온 친구들이 많았어요. 중국, 몽골, 콩고, 네팔까지 세계 각지에서 온 친구들이었죠. 그러다 보니 언어는 언어대로, 문화는 문화대로 더 안 맞았던 것 같아요. 학교에서 영어 기초부터 차근차근 배울 수 있어서 좋았는데, 맞지 않는 부분들이 꽤 많아서 전학을 자주 다녔어요."
몇 차례의 전학 끝에 고등학교를 무사히 졸업하고 평소 흥미가 있던 그래픽 디자인 전공으로 대학에 진학했다. 하지만 생활비 마련을 위한 아르바이트와 학업을 병행하다 보니 언젠가부터 일상이 벅차게 다가왔다. 잠시 숨을 고르고자 기존에 하던 카페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고 하고 싶은 일과 해야할 일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찾아 나섰다.
"졸업증만을 위해 대학을 다니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회의감이 들었어요. 내가 편하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 우선순위니까요. 내가 정말 무엇을 하고 싶은지 찾고 또 찾았어요. 그러다 아는 언니의 권유로 미용 쪽을 접하게 됐는데 관련 가게에서 일하면서 확신이 생겼습니다. 아, 언젠가 뷰티 샵을 차려야겠다. 조금이라도 어릴 때 도전해봐야겠다."
적성에 맞는 일을 찾은 그녀는 미용전문대학에 재입학했다. 그리고 평소 관심을 가졌던 유튜브에 채널을 개설해 대학생활과 미국 정착기 등 그녀만의 이야기를 영상에 담아 사람들과 공유하기 시작했다. 이전 대학 전공수업 때 배운 그래픽 디자인 관련 실무 경험을 이용해 정소연씨는 업로드하는 영상을 직접 편집한다. 본인을 '일단 도전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한 그녀는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자신의 긍정적인 에너지를 나눠주고자 한다.
"영상을 통해 제 자신을 있는 그대로를 보여드리고, 저만의 밝은 일상을 나누고 싶었어요. 그렇게 활동하는 게 재밌기도 하구요. 콘텐츠를 꾸준히 개발하다 보니 새로운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응원도 많이 받아요. 한번은 일본에 계신 팬분이 '하는 일 모두 잘 됐으면 좋겠고, 사랑합니다'라는 글귀가 적힌 손 편지랑 사탕, 아기자기한 것들을 포장해서 보내주시기도 했어요. 감사하게도 구독자분들이 보통 '예쁘다', '사랑한다'는 말씀을 많이 해주세요."
유튜브 채널 'Evelyn’s story 정소연'을 운영하는 그녀는 생기있는 목소리로 본인의 꿈을 소개했다. 먼저는 북한과 미국, 한국에서의 다양한 경험을 토대로 한 이야기를 담은 책을 내고자 한다. '생각을 곧장 실천에 옮긴다'는 그녀는 탈고 후 책 발간을 앞두고 있다. 또 다른 꿈은 '미용'이라는 전공을 살려 미국에 가게를 차리는 것이다. 한국에 정착한 어머니와 할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잠시 한국을 방문한 정소연씨는 이 짧은 기간 동안 미국 미용과는 또 다른 매력의 한국 미용을 익혔다. 미용과 관련된 모든 경험을 살려 미국 워싱턴 D.C에서 사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그녀의 꿈들은 이미 현재진행형이다.
"제 삶을 담아낸 책은 다 썼어요. 내년쯤에 나올 예정이구요. 샵을 오픈해야겠다는 계획은 미용을 시작한 지 1년 쯤 됐을 때부터 세웠어요. 정부 관계자들이나 전문직이 많이 사는 워싱턴 D.C가 오픈하기 딱 좋은 곳이라고 생각해서 아마 미국으로 돌아가면 그곳에 샵을 낼 것 같아요."
정소연씨는 사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이 많아 가게를 차려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진솔한 고백을 덧붙였다. 더불어 미래를 위한 저축도 계획 중인 그녀는 10년 후 즈음의 모습을 이렇게 그려냈다.
"누군가에게 맘껏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됐길 바라요. 그 도움이 물질이 될 수도 있고, 일이 될 수도 있고, 감정적인 부분이 될 수도 있겠죠. 십여 년의 경험치가 있을 테니까 제 지나온 시간을 통해 누군가를 도와줄 거예요."
평소 정소연씨는 '북한에서 왔는데 생각보다 밝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그녀는 이 말이 싫지 않다. 꿈과 확신이 있기에 항상 밝고 도전적인 정소연씨는 꿈을 찾아 헤매는 이들에게 당부한다. 꿈을 크게 가지라고. 꿈은 삶의 원동력이 되고, 원동력은 나를 달리게 한다. 모두에게 시간이라는 공평한 재료가 주어진다. 여기에 정소연씨의 '일단 하고보는 도전'을 더하면 분명 어제보다 더 나은 오늘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꿈을 향해 도전하는 모든 이들을 응원하면서 인터뷰를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