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이전 편에 이어서, 2000년대 이후 북한이탈주민의 사회통합관련 연구를 종합하여 분석한 두 연구(최현숙과 임세영, 2019; 이민영, 2015)를 중점으로, 북한이탈주민의 사회통합을 보는 관점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설명해보고자 한다.
전명희 한동대학교 상담심리사회복지학부 교수
이번에는 이전 편에 이어서, 2000년대 이후 북한이탈주민의 사회통합관련 연구를 종합하여 분석한 두 연구(최현숙과 임세영, 2019; 이민영, 2015)를 중점으로, 북한이탈주민의 사회통합을 보는 관점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설명해보고자 한다.
동화주의는 차별적 배제 유형처럼 단일문화주의의 한 형태이지만, 동화대상 집단이나 개인들이 주류집단의 문화와 가치관에 동일하게 변해갈 것이라고 기대하고 시행하는 흡수통합방식을 취하는 것이다. 이민자와 소수집단의 구성원들은 동화과정을 거치면서 그들이 가진 특성이나 관습, 문화 등을 융합 또는 융해하고 주류집단의 특성, 관습, 문화 등을 일방적으로 습득하는 과정을 통해 다수집단과 유사한 정체성을 가지게 된다.
이러한 의미에서 초기 북한이탈주민 적응・정착지원은 ‘민족의 동질성’에 의존한 동화주의 정책을 초점으로 진행되었다. 지난 10여 년간의 탈북이주민 정착정책은 ‘정착지원’에 너무 매몰된 나머지 탈북민 정착 자체가 정책의 중심이 되면서 ‘주는 자’와 ‘받는 자’의 이분화된 구도를 이루었으며, 1997년에 제정된 「북한이탈주민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이 ‘인종적 정체성’ 모델에 의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65년 분단으로 인해 발생한 양쪽 주민들 간의 정치・경제・사회・문화적 이질화를 과소평가했고, 민간참여 방식이 쌍방향적이라기보다 일방적인 문화 전수에 따르는 형태라는 점이 지적되었다(서유경, 2013). 한국 사회의 이러한 배타적이고 동화적인 다문화 정책은 비단 북한이탈주민과 관련된 정책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다문화 이주민 정책에서도 초기에는 동화주의 정책을 선호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공은숙, 2009).
다인종 국가인 미국에서도 문화통합에 있어서 이른바 하나의 용광로에 모두 섞이게 되는 동화주의적 멜팅 팟 이론을 받아들였었다. ‘멜팅 팟(Melting Pot)’ 이론은 1782년 프랑스에서 미국으로 이민 온 존 드 크레브코어가 미국의 인구학적 동질성을 "모든 국가의 개인들이… 그들의 노동과 후대가 언젠가 세계에 큰 변화를 일으킬 새로운 인종으로 녹아든다"라고 묘사한데서 시작하여, 1908년 장 윌의 브로드웨이 연극《멜팅 팟》에 의해 더욱 대중화되었다. 극중 인물인 데이비드는 "미국은 신의 도가니이며, 유럽의 모든 인종이 녹아들고 개혁하고 있는 위대한 용광로(melting pot)"라고 표현하므로 미국문화를 이해하는 하나의 이론으로 자리잡고 쓰여왔다(Berray, 2019: 14 2-143).
그 후 1960년대부터 ‘샐러드 볼(Salad Bowl)’ 이론이 등장했는데, 미국 다원주의의 새로운 비전이 샐러드 그릇이라는 은유적 표현으로 나타났다(Thornton, 2012). ‘멜팅 팟’에 비해 ‘샐러드 볼’ 이론은 각각의 동화에 의해 상실될 수 있는 개인의 고유한 정체성을 유지하며, 다문화 사회의 이산적인 정체성과 문화적 차이를 인정한다는 것이다. 즉, 미국사회는 다양한 민족과 인종으로 구성되면서 샐러드 볼(Salad Bowl) 혹은 모자이크 이론에 의한 다문화주의로 점차 전환되었다.
다문화주의 모형(multi-cultural model)은 광의의 의미에서 인간의 삶을 관찰하는 방식 내지는 전망으로, 특정 사회의 지배적인 문화의 억압으로 인하여 실현되지 못한 다양한 문화적 차이를 인식하고 인정하는 태도라고 볼 수 있다. 북한이탈주민을 향한 정책의 기조 또한 초기에는 정부 정책은 ‘조속한 자립·자활’을 목표로 하여왔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자립’의 개념을 북한이탈주민들의 ‘경제적 독립’에 두고 북한이탈주민들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회경제적으로 독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에 목적을 두었다고 볼 수 있다(이민영, 2015).
그러나, 북한이탈주민이 사회통합이 된다는 개념은 단지 경제적으로 자립하여 이 사회에 적응을 원만하게 하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북한이탈주민의 사회통합을 위한 정착지원 접근을 어떻게 보여주고 있는가?’라는 주제로 2004년부터 2014년 8월 22일까지의 학문적인 문헌들을 통합분석한 이민영(2015)의 연구에서 사회통합의 주요한 키워드는 ‘소속감’, ‘배제되지 않음’, ‘통일준비’ 세 가지였다. 즉, 조속한 적응을 위한 지원도 필요하지만 문화적으로 사회적으로 소속감을 누리고, 차별과 편견을 경험하지 않으며, 개별화된 삶을 영위해 가면서도 통일준비라는 공동의 목표에 뜻을 같이하는 모습을 통합된 상태로 볼 수 있겠다.
종합하여 볼 때, 2000년 이후 사회통합 연구들을 분석하여 북한이탈주민 사회통합도를 그림으로 제시해본다면 다음과 같다(최현숙과 임세영, 2019). 즉, 보호 정착에서 소통 및 인식개선으로, 민족 담론(동질성에 바탕을 둔)에서 시민 담론(이질성을 인정하는)으로의 이향, 그리고 동화모형에서 다문화모형으로의 전환이 뚜렷이 보여지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정책적 기조의 변화가 사회 현상으로 충분히 반영되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우리의 과제라 볼 수 있다.
<그림 1> 북한이탈주민 사회통합 개념도
한편, 북한이탈주민들이 사회통합과 자립의 과정으로 나아갈 때 경험하는 문화적응 과정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사회통합이 주류사회가 가지고 있는 ‘통합에 대한 입장’을 보여주는 것이라면, 이주민으로서의 한 개인이 거쳐 가는 과정으로서의 문화적응은 ‘통합으로 나아가는 길’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Berry(1997)는 ‘이민자들이 자신의 민족적, 문화적 정체성이나 특성을 지키는 것을 중요시하는가?’와 ‘이들이 주류사회와의 관계를 유지하는 것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가?’라는 두 가지 질문을 제기하고 동화(assimilation), 분리(separation), 주변화(marginalization) 및 통합(integration)의 4가지 문화적응 유형을 제시하였다.
<그림 2 > Berry의 문화적응 단계
(확대해서 보세요)
Berry에 의하면, 첫째, 동화란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이기 위해 본인의 원래 문화를 포기하는 것으로 주류 사회와의 관계를 중요시하는 태도로 정의된다. 분리는 주류사회와 상호작용을 하지 않고 자신의 문화나 민족 정체성을 계속 유지하고자 하는 열망이 강할 때 일어나는 태도이다. 주변화는 주류사회 구성원과의 상호작용도 하지 않고, 자문화의 정체성도 지키려고 하지 않을 때 일어나는 태도이다. 마지막으로, 통합이란 새로운 문화와 상호작용 하는 동시에 자신의 문화에 가치를 두고 주류사회와의 상호작용에도 관심을 보이며 융합하려는 태도이다.
현재까지 국내에 소개된 탈북민의 문화적응에 관한 연구 결과 탈북민 청소년의 정체성 변화 과정에 대하여 '동화’ 과정에 4개월, ‘분리’ 과정에 4개월~1년, ‘주변화’에 1년~2년, 그리고 '통합'이 되는 데에는 적어도 3년 정도 걸린다고 제시하였다. 이들은 전반적으로 U자형의 적응 정체감 변화과정을 겪게 되며 통상적으로 한국에 와서 3년 정도의 시간이 걸려야 문화적응에 있어서 통합적인 상태가 될 수 있다. 청소년들이 적응 유연성이 훨씬 높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더 고통스러운 현실 속에 처해있는 탈북민들이 문화적응을 통해 정체감을 형성하며 정착 이후의 삶을 통합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함을 알 수 있다.
<그림 3> 탈북민 청소년의 정체성 변화 과정
(확대해서 보세요)
자립 생활(自立生活, Independent living)은 홀로 일어섬, 즉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것을 의미하며, 자활(自活)은 단어 뜻 그대로 '스스로 생활한다'는 의미로 일반적으로 사회적, 경제적 자립을 의미한다. 보편적으로 자활사업은 주민 스스로 자신의 삶을 설계하고 행동하는, 자율적인 삶을 추구하며 나아가 자율성과 책임성을 바탕으로 건강한 노동을 실현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한국자활센터협회, 2022).
남한에 입국한 지 7년이 넘는 장기 정착자들과 남한 사회의 빈곤층과의 비교 연구(김연희, 백학영, 2011)에 의하면 탈북민의 가구 소득은 남한주민의 약 70% 정도로 낮았고, 절대 빈곤선 미만은 남한 주민의 2배, 절대 빈곤선 50% 미만 가구의 비율은 남한 비교층의 8배에 달하고 있어 사회적 통합과 적응이 잘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남기고 있다. 그러나 이주과정에서의 경제적 적응도 이주 초기 하락하다가 일정 기간이 지났을 때 이주 전의 수준으로 회복되는 적응형태를 가진다고 볼 때 보다 장기적인 연구가 필요함을 알 수 있다. 따라서 결과로서의 경제적 자립 정도만을 지표로 보기보다는 진정한 자립과 자활은 심리적 자활(psychological self sufficiency) 상태를 경험하면서 고용에 대한 희망을 품고, 고용에 대한 장벽을 인식하고 대처할 수 있는 힘을 지니는 것을 포함한다고 이해할 수 있겠다.
본 글을 통해 북한이탈주민의 사회통합 모형, 문화적응 과정, 그리고 자립 및 자활에 대한 기본 개념과 이론을 간단히 살펴보았다. 이러한 틀은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현상을 이해하기 위한 것이며 실제로 이러한 렌즈로 들여다볼 때 우리사회가 어떠한가 하는 점에는 다양한 논의가 지속과제로 남아있다고 볼 수 있겠다.
참고문헌
최현숙, 임세영. (2019). 2000년 이후 학술논문에 나타난 북한이탈주민 사회통합 연구동향 분석, 인문사회 21, 10(5), 987-1002.
한국자활센터협회. (2022). http://www.jahwal.or.kr/
허준영. (2012). 북한이탈주민 사회통합정책 방안 모색: 서독의 갈등관리에 대한 비판적 검토, 통일정책연구, 21(1). 271-300.
Berry, J. W. (1997). Immigration, acculturation and adaption. Applied Psychology, 46(1), 5-34.
Berray, M. (2019). A Critical Literary Review of the Melting Pot and Salad Bowl Assimilation and Integration Theories, Journal of Ethnic and Cultural Studies, 6(1), 142-151.
Castles, S. & Miller, M. J. (2003). The Age of Migration: International Population. Movement in the Modern World, 3rd Edition. New York; Guilford, 2003. 236-238.
Thornton, B. (2012). Melting pots and salad bowls. Hoover Digest, 2012(4). https://www.hoover.org/research/melting-pots-and-salad-bowls
동화주의는 차별적 배제 유형처럼 단일문화주의의 한 형태이지만, 동화대상 집단이나 개인들이 주류집단의 문화와 가치관에 동일하게 변해갈 것이라고 기대하고 시행하는 흡수통합방식을 취하는 것이다. 이민자와 소수집단의 구성원들은 동화과정을 거치면서 그들이 가진 특성이나 관습, 문화 등을 융합 또는 융해하고 주류집단의 특성, 관습, 문화 등을 일방적으로 습득하는 과정을 통해 다수집단과 유사한 정체성을 가지게 된다. 이러한 의미에서 초기 북한이탈주민 적응・정착지원은 ‘민족의 동질성’에 의존한 동화주의 정책을 초점으로 진행되었다. 지난 10여 년간의 탈북이주민 정착정책은 ‘정착지원’에 너무 매몰된 나머지 탈북민 정착 자체가 정책의 중심이 되면서 ‘주는 자’와 ‘받는 자’의 이분화된 구도를 이루었으며, 1997년에 제정된 「북한이탈주민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이 ‘인종적 정체성’ 모델에 의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65년 분단으로 인해 발생한 양쪽 주민들 간의 정치・경제・사회・문화적 이질화를 과소평가했고, 민간참여 방식이 쌍방향적이라기보다 일방적인 문화 전수에 따르는 형태라는 점이 지적되었다(서유경, 2013). 한국 사회의 이러한 배타적이고 동화적인 다문화 정책은 비단 북한이탈주민과 관련된 정책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다문화 이주민 정책에서도 초기에는 동화주의 정책을 선호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공은숙, 2009).
다인종 국가인 미국에서도 문화통합에 있어서 이른바 하나의 용광로에 모두 섞이게 되는 동화주의적 멜팅 팟 이론을 받아들였었다. ‘멜팅 팟(Melting Pot)’ 이론은 1782년 프랑스에서 미국으로 이민 온 존 드 크레브코어가 미국의 인구학적 동질성을 "모든 국가의 개인들이… 그들의 노동과 후대가 언젠가 세계에 큰 변화를 일으킬 새로운 인종으로 녹아든다"라고 묘사한데서 시작하여, 1908년 장 윌의 브로드웨이 연극《멜팅 팟》에 의해 더욱 대중화되었다. 극중 인물인 데이비드는 "미국은 신의 도가니이며, 유럽의 모든 인종이 녹아들고 개혁하고 있는 위대한 용광로(melting pot)"라고 표현하므로 미국문화를 이해하는 하나의 이론으로 자리잡고 쓰여왔다(Berray, 2019: 142-143). 그 후 1960년대부터 ‘샐러드 볼(Salad Bowl)’ 이론이 등장했는데, 미국 다원주의의 새로운 비전이 샐러드 그릇이라는 은유적 표현으로 나타났다(Thornton, 2012). ‘멜팅 팟’에 비해 ‘샐러드 볼’ 이론은 각각의 동화에 의해 상실될 수 있는 개인의 고유한 정체성을 유지하며, 다문화 사회의 이산적인 정체성과 문화적 차이를 인정한다는 것이다. 즉, 미국사회는 다양한 민족과 인종으로 구성되면서 샐러드 볼(Salad Bowl) 혹은 모자이크 이론에 의한 다문화주의로 점차 전환되었다.
다문화주의 모형(multi-cultural model)은 광의의 의미에서 인간의 삶을 관찰하는 방식 내지는 전망으로, 특정 사회의 지배적인 문화의 억압으로 인하여 실현되지 못한 다양한 문화적 차이를 인식하고 인정하는 태도라고 볼 수 있다. 북한이탈주민을 향한 정책의 기조 또한 초기에는 정부 정책은 ‘조속한 자립·자활’을 목표로 하여왔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자립’의 개념을 북한이탈주민들의 ‘경제적 독립’에 두고 북한이탈주민들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회경제적으로 독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에 목적을 두었다고 볼 수 있다(이민영, 2015). 그러나, 북한이탈주민이 사회통합이 된다는 개념은 단지 경제적으로 자립하여 이 사회에 적응을 원만하게 하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북한이탈주민의 사회통합을 위한 정착지원 접근을 어떻게 보여주고 있는가?’라는 주제로 2004년부터 2014년 8월 22일까지의 학문적인 문헌들을 통합분석한 이민영(2015)의 연구에서 사회통합의 주요한 키워드는 ‘소속감’, ‘배제되지 않음’, ‘통일준비’ 세 가지였다. 즉, 조속한 적응을 위한 지원도 필요하지만 문화적으로 사회적으로 소속감을 누리고, 차별과 편견을 경험하지 않으며, 개별화된 삶을 영위해 가면서도 통일준비라는 공동의 목표에 뜻을 같이하는 모습을 통합된 상태로 볼 수 있겠다.
종합하여 볼 때, 2000년 이후 사회통합 연구들을 분석하여 북한이탈주민 사회통합도를 그림으로 제시해본다면 다음과 같다(최현숙과 임세영, 2019). 즉, 보호 정착에서 소통 및 인식개선으로, 민족 담론(동질성에 바탕을 둔)에서 시민 담론(이질성을 인정하는)으로의 이향, 그리고 동화모형에서 다문화모형으로의 전환이 뚜렷이 보여지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정책적 기조의 변화가 사회 현상으로 충분히 반영되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우리의 과제라 볼 수 있다.
<그림 1> 북한이탈주민 사회통합 개념도
한편, 북한이탈주민들이 사회통합과 자립의 과정으로 나아갈 때 경험하는 문화적응 과정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사회통합이 주류사회가 가지고 있는 ‘통합에 대한 입장’을 보여주는 것이라면, 이주민으로서의 한 개인이 거쳐 가는 과정으로서의 문화적응은 ‘통합으로 나아가는 길’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Berry(1997)는 ‘이민자들이 자신의 민족적, 문화적 정체성이나 특성을 지키는 것을 중요시하는가?’와 ‘이들이 주류사회와의 관계를 유지하는 것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가?’라는 두 가지 질문을 제기하고 동화(assimilation), 분리(separation), 주변화(marginalization) 및 통합(integration)의 4가지 문화적응 유형을 제시하였다.
<그림 2 > Berry의 문화적응 단계
Berry에 의하면, 첫째, 동화란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이기 위해 본인의 원래 문화를 포기하는 것으로 주류 사회와의 관계를 중요시하는 태도로 정의된다. 분리는 주류사회와 상호작용을 하지 않고 자신의 문화나 민족 정체성을 계속 유지하고자 하는 열망이 강할 때 일어나는 태도이다. 주변화는 주류사회 구성원과의 상호작용도 하지 않고, 자문화의 정체성도 지키려고 하지 않을 때 일어나는 태도이다. 마지막으로, 통합이란 새로운 문화와 상호작용 하는 동시에 자신의 문화에 가치를 두고 주류사회와의 상호작용에도 관심을 보이며 융합하려는 태도이다.
현재까지 국내에 소개된 탈북민의 문화적응에 관한 연구 결과 탈북민 청소년의 정체성 변화 과정에 대하여 '동화’ 과정에 4개월, ‘분리’ 과정에 4개월~1년, ‘주변화’에 1년~2년, 그리고 '통합'이 되는 데에는 적어도 3년 정도 걸린다고 제시하였다. 이들은 전반적으로 U자형의 적응 정체감 변화과정을 겪게 되며 통상적으로 한국에 와서 3년 정도의 시간이 걸려야 문화적응에 있어서 통합적인 상태가 될 수 있다. 청소년들이 적응 유연성이 훨씬 높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더 고통스러운 현실 속에 처해있는 탈북민들이 문화적응을 통해 정체감을 형성하며 정착 이후의 삶을 통합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함을 알 수 있다.
<그림 3> 탈북민 청소년의 정체성 변화 과정
자립 생활(自立生活, Independent living)은 홀로 일어섬, 즉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것을 의미하며, 자활(自活)은 단어 뜻 그대로 '스스로 생활한다'는 의미로 일반적으로 사회적, 경제적 자립을 의미한다. 보편적으로 자활사업은 주민 스스로 자신의 삶을 설계하고 행동하는, 자율적인 삶을 추구하며 나아가 자율성과 책임성을 바탕으로 건강한 노동을 실현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한국자활센터협회, 2022). 남한에 입국한 지 7년이 넘는 장기 정착자들과 남한 사회의 빈곤층과의 비교 연구(김연희, 백학영, 2011)에 의하면 탈북민의 가구 소득은 남한주민의 약 70% 정도로 낮았고, 절대 빈곤선 미만은 남한 주민의 2배, 절대 빈곤선 50% 미만 가구의 비율은 남한 비교층의 8배에 달하고 있어 사회적 통합과 적응이 잘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남기고 있다. 그러나 이주과정에서의 경제적 적응도 이주 초기 하락하다가 일정 기간이 지났을 때 이주 전의 수준으로 회복되는 적응형태를 가진다고 볼 때 보다 장기적인 연구가 필요함을 알 수 있다. 따라서 결과로서의 경제적 자립 정도만을 지표로 보기보다는 진정한 자립과 자활은 심리적 자활(psychological self sufficiency) 상태를 경험하면서 고용에 대한 희망을 품고, 고용에 대한 장벽을 인식하고 대처할 수 있는 힘을 지니는 것을 포함한다고 이해할 수 있겠다.
본 글을 통해 북한이탈주민의 사회통합 모형, 문화적응 과정, 그리고 자립 및 자활에 대한 기본 개념과 이론을 간단히 살펴보았다. 이러한 틀은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현상을 이해하기 위한 것이며 실제로 이러한 렌즈로 들여다볼 때 우리사회가 어떠한가 하는 점에는 다양한 논의가 지속과제로 남아있다고 볼 수 있겠다.
참고문헌
최현숙, 임세영. (2019). 2000년 이후 학술논문에 나타난 북한이탈주민 사회통합 연구동향 분석, 인문사회 21, 10(5), 987-1002.
한국자활센터협회. (2022). http://www.jahwal.or.kr/
허준영. (2012). 북한이탈주민 사회통합정책 방안 모색: 서독의 갈등관리에 대한 비판적 검토, 통일정책연구, 21(1). 271-300.
Berry, J. W. (1997). Immigration, acculturation and adaption. Applied Psychology, 46(1), 5-34.
Berray, M. (2019). A Critical Literary Review of the Melting Pot and Salad Bowl Assimilation and Integration Theories, Journal of Ethnic and Cultural Studies, 6(1), 142-151.
Castles, S. & Miller, M. J. (2003). The Age of Migration: International Population. Movement in the Modern World, 3rd Edition. New York; Guilford, 2003. 236-238.
Thornton, B. (2012). Melting pots and salad bowls. Hoover Digest, 2012(4). https://www.hoover.org/research/melting-pots-and-salad-bow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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