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동기와 이모저모
기자 김은경
대학교 동기와 이모저모
기자 김은경
대학교에서 합격통지서를 받은 그 때부터 유리는 미래의 학교생활에 대한 기대가 충만했다. 학교에 가면 어떤 동기들을 만나게 될까? 수업은 어떻게 진행될까? MT는 어느 곳으로 갈까? 어떤 동아리 활동을 할까? 연애 상대는 누구일까? 등 수많은 기대를 안고 그녀는 대학교 입학식에 참여했다.
입학식은 체육관에서 진행됐다. 수 많은 학생들과 학부모들로 체육관은 꽤 북적거렸다. 아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는 유리는 구경만 했다. 그 때 유리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유리는 먼저 너무 감사하고 행복했다고 한다. 행복한 시간도 잠시… 대강당 2층에서 1층에 모여 있는 자녀들에게 보내는 학부모들의 환호가 그녀에게 들려왔다. “우리 아들 사랑해!”, “너무 고생 많았어. 우리 딸 정말 대단해”
그녀는 2층에서 들려오는 학부모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자식들이 대견한 듯 무한한 사랑과 지지를 보내는 부모들의 모습이었다. 그런 사랑과 지지를 받는 동기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녀는 많은 생각에 빠졌다. 그녀가 느낀 그때의 소감은 무엇일까?
유리가 그토록 기다렸던 동기들과 마주하는 날이 왔다. 선배들의 안내를 받으며 한 강의실로 들어간 그녀는 분위기를 봐가며 맨 앞 줄에 한 동기 바로 옆에 앉았다. 미리 말하지만 이 동기가 현재까지도 유리의 절친 중 한 명이다. 이날 유리는 동기들과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했다. 이어 선배들이 학교생활에 필요한 노하우들을 알려주었다. 그런 뒤 학과 동기들과 뒷풀이하러 학교 앞에 있는 식당으로 갔다. 그녀의 학교생활은 이렇게 시작됐다.
동기들의 주량은 엄청났다. 술을 한 모금도 하지 못하는 유리에게는 정말 힘든 시간이었다. 그래도 어쩔텐가? 친해지려면 끝까지 남아있어야 했다. 술을 강권하는 선배도 없었고, 못 마신다고 하면 다 이해해주는 분위기여서 그녀는 나름 고맙게 생각했다. 그런데 이런 그녀에게 위기가 닥쳐왔다. 바로 교외로 전교가 MT를 간 것이다. 벌써 예상이 될 것이다. 그렇다. 이 날은 그녀가 술로 죽어야 하는 날이었다. 한국에 온 지 2년 정도, 혼자서 학원과 집을 전전긍긍하며 공부했던 그녀는 전혀 알지 못하는 술 문화였다.
MT가 무엇인지도 모르던 유리는 축제 분위기를 마음껏 즐겼다. 그런 후 드디어 대망의 밤이 찾아왔다. 게임에 앞서 먼저 학과 선배, 동기들과 인사하는 시간을 가졌다. 사투리가 그대로 남아있던 그녀는 자기소개를 하면서 북한에서 왔다는 것을 공개했다. 그런 후 반응은 덤덤했다. 그녀는 “제가 생각했던 것은 신기해 할 줄 알았는데 언제 그랬냐는 듯 아무도 다른 기색이 없었다. 의아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술 게임에 연이어 7번 지면서 술 7잔을 마셨다. 결국 화장실로 가게 됐고, 바로 쓰러졌다. 다음 날 아침 일어 나 보니 주변은 정말 처참했다. 술을 얼마나 마셨는지…밤새 게임하고, 술 마셨다고 한다. 심지어 동기들은 그녀가 깨어나기 바로 전에 잠들었다. 유리는 일상대로 아침을 먹으려고 밖으로 나갔다. 그런데 이게 무슨 상황인가? 그녀가 속한 섹션에서 아침 밥을 먹으러 나온 사람이 그녀뿐이다.
그녀의 학교에서 섹션은 여러 개 학과를 한 섹션으로 부른다. 그녀가 속한 섹션은 B섹션이다. 항상 아침을 챙겨 먹던 그녀는 혼자서 다른 섹션에 몇 안 되는 동기들을 따라 가서 아침을 먹었다. 당시의 상황이 참 신기했다고 유리는 말했다. 다시 숙소로 돌아와서 보니 동기들은 아침을 먹는 유리를 대단하다고 했다. 그녀는 그렇게 동기들과 한 걸음 가까워졌다. 그렇게 1학기가 시작됐다.
그녀에게 1학년 1학기 초 모든 대학생들이 필수로 거치는 소개팅이 들어왔다. 타 대학교 남학생 세 명과 동기 세 명이 미팅을 잡았다. 유리도 그 중 한 명이었다. 동기들보다 5살 혹은 6살 이상이었던 그는 무슨 용기로 소개팅에 나가겠다고 생각했는지 궁금하다. 유리는 “소개팅에 나간 이유는 한 가지뿐이에요. 궁금해서요. 동기들의 소개팅 문화가 어떤지 알고 싶었어요. 나이가 많지만 그래도 지금 아니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도전했습니다. 정말 큰 맘 먹고요.” 라고 전했다.
그렇다. 대부분 학생들은 동기들보다 3~4살 정도 더 많은 동기와 서로 어색해 한다. 또한 굳이 그런 어색한 사이를 만들고 싶지 않아서 그냥 아는 사이로만 지낸다. 그런데 5살이나 이상인 유리가 소개팅에 나가겠다고 했을 때 동기들은 과연 어떤 생각을 했을까?
유리는 당시 소개팅은 평생의 추억이라고 말한다. 그녀는 “저는 소개팅이라고 해서 그냥 학생 차림으로 공부하다가 나갔어요. 소개팅 장소에 동기들과 같이 약속 잡고 갔었죠. 근데 동기들을 보는 순간 아…뭔가 내가 잘 못 생각하고 나왔구나라고 생각했어요. 왜일까요? 동기들은 스타킹, 구두, 치마, 화장 등 최대한 예쁘게 꾸미고 나왔어요. 근데 저는 운동화에 검은 색 바지, 니트를 입고 갔어요. 화장을 했다고 했지만 썬크림을 바른 것이 다였거든요.”
그렇게 소개팅자리에 간 유리. 유리는 그 날 겪은 상황에 대해 “정말 좁은 방에 테이블과 6명이 앉을 수 있는 의자가 있었어요. 그렇게 들어가서부터 간단한 자기소개를 하고, 저는 나이까지 밝혔어요. 개인적인 사정으로 늦은 나이에 대학교에 들어왔다고 솔직하게 말했어요. 그런데 저희 학교 동기들은 아는 상황이니까 그렇다고 쳐도 다른 학교 남학생 세 명은 그 때 속으로 무슨 생각을 했을지는 아직도 모르겠어요. 다만 당시에 겉으로 아무 이상 반응이 없었어요. 참 대견한 친구들이라고 생각해요. 상대방을 배려한 것 아닐까요?”라고 반문했다. 그렇게 유리는 동기들과 공동의 추억을 쌓아갔다.
유리가 학교에서 동기들과 어울리면서 잘 지낼 수 있었던 것만은 아니다. 다툼도 있고, 오해도 있고, 서로 다른 문화차이로 문제들이 많았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문화차이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면서 동기들과 깊은 유대관계를 이어나갔다. 유리는 당시의 소개팅 경험에 대해 정말 어려서 할 수 있었던 패기였다고 웃으며 말한다.
자신의 과거를 되돌아 보며 추억할 수 있는 많은 에피소드는 어렵고 힘들 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용기가 될 수 있다. 또 동기들과 평생 갖고 갈 경험을 함께 한다는 것은 더 없이 소중한 것이다. 유리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한 가지를 알 수 있다. 대학교생활을 재미있게, 후회하지 않게 보내려면 정말 많은 것에 도전을 하고, 많은 학생들과 소통하고, 많은 학생들과 함께 하는 하루하루를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그녀가 도전했던 소개팅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