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회서 MZ세대 ‘직딩’의 일상


기자 한대의

경쟁사회서 MZ세대 ‘직딩’의 일상


기자 한대의

출신은 잊어라! 앞만 보고 달려라! 대신 실력은 갖춰라! 과도기일 뿐이다!

입추가 지난지도 벌써 한 달, 가을바람이 산들산들 불어온다. 출근길에 나선 직장인들의 복장이 천차만별, 반팔과 긴팔 셔츠가 뒤섞인 모습이 다채롭다. 매일 오는 아침이지만, 지독하게 적응이 안 되는 것 또한 아침이다. 직장인들에겐 이 아침이 전쟁 그 자체이다. 


글의 시작부터 불평을 늘어놓는 건 다름 아닌 나 자신도 직장인이기 때문이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의 직업이 다양할 것이라는 가정하에 30대 초반 직장인의 하루 일과를 자세히 서술해보려 한다.


오늘도 나는 전날 회식의 후유증이 지배하고 있는 무거운 몸을 일으키며 하루를 시작했다. 개운한 것 하나 없는 텁텁한 느낌의 입안을 상긋한 향기를 내뿜는 대나무 치약으로 닦아내며 샤워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시원한 물줄기에 몸을 맡긴다. 


샤워하고 나오면 이미 아침 7시 반을 훌쩍 넘긴다. 꽃단장은 아니라도, 흰 티셔츠에 세미정장을 차려입고 직장인 스타일의 옷매무시를 완성한다. 집에서 지하철역까진 10분 남짓, 서둘러 노트북이 들어있는 백팩을 메고 출근길에 나선다.


지하철 에스컬레이터에 입성하는 순간, 서두르는 자와 그러지 않은 자의 계급이 정해진다. 사회 초년생들은 될수록이면 지각을 하지 않으려고 에스컬레이터의 왼쪽 라인으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다름 아닌 이들은 여유란 눈곱만치도 없는 MZ세대이기 때문이다.


승강장에 도착하면, 하나같이 열차의 도착시간을 확인한다. 그리곤 열차가 도착하면, 빼곡한 콩나물시루를 채우듯이 칸칸마다 구겨져 들어간다. 앞, 뒤, 옆 모두 핸드폰에 두 눈을 틀어박고, 각자의 만족을 찾아 떠나는 이들뿐이다. 나도 이들의 머릿수를 채우듯 핸드폰을 꺼내들고 한몫 거든다.

그렇게 치이고 이겨진 몸을 이끌고 9시 전까지 회사에 도착하면, 상사의 눈치부터 살피고 자리에 앉는다. 혹시나 늦지 않을까 조마조마했던 마음이 비로소 평안을 찾는 시기라 할 수 있다. 내 자리엔 두 대의 모니터가 놓여있고, 밤새 편안히 쉬었을 그 녀석의 전원 버튼을 누른다. 그리곤 여유를 부리며 탕비실로 향한다. 고소한 커피를 내리며 동료들과 아침 인사를 주고받는다.


부장들이 조회를 하는 10시 전까지 전날 실적을 보고해야 한다. 회사 내부망을 통해 보고서를 제출하고는 부장들이 조회에 들어갈 시간만을 기다린다. ‘땡!’하고 10시가 되면 너도나도 온 부서가 소란스러워진다. 전날 회식에서 누군가가 필름이 끊겼더라는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숙취에 힘들어하는 동료들의 어깨를 주물러 주는 등, 전쟁의 서막이 오르기 전 달콤한 휴전을 만끽한다.

‘흡연족’이라고, 애연가 대부분은 무리지어 옥상으로 모여든다. 모이를 먹는 비둘기 떼와 같이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에 뭉게구름을 그려 넣는다. 대부분의 회사 사정은 이곳에서 정보로 오고간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입사 시기가 같은 동료라고 하더라도, 직속상관과 가까운 사람이 있는 반면, 그렇지 못한 사람들도 많다. 또 상관이라 할지라도 정보의 접근성이 용이한 상관과 그렇지 못한 상관이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에선 많이 모여 있는 무리에 끼는 것이 유리하다.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고가고, 거기에서 필요한 이야기들은 정보로 치환된다. 사회생활에서 남보다 한발 앞서 조금 더 아는 것이 모든 상황에서 유리하다. 모두가 아는 것은 정보가 아닌, 소문일 뿐이다. 그래서 붙임성이 좋은 사람이 승진도 빠르다. 하지만 그렇지 못하더라도 정직하고, 성실하면 반은 간다.


그렇게 잠깐의 휴전이 끝나면, 각 부서마다 지시사항이 떨어진다. 참고로 나는 유통회사에 다니기 때문에 매일 출고해야할 제품군과 입고해야 할 제품군을 항상 대조해야 한다. 만일 출고해야 할 제품이 없을 경우 그 책임은 오로지 나에게로 돌아온다. ‘부메랑’이 따로 없다. 따라서 항상 퇴근하기 전, 남은 수량이 얼마인지 재고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문제가 생기면 지체 없이 보고하는 것이 원칙이다. 특히 내가 처리하지 못할 영역은 선배나 상사의 도움을 받는 것이 천만번 맞는 일이다. 오지랖을 떨며 혼자 하다 틀어지면 회사 전체가 낭패를 보기 때문이다. 


어떻든 그렇게 부서마다 소회의가 끝나면, 바로 출고 물량과 입고 물량을 주문서에 넣는다. 그리곤 팩스와 이메일로 해당 부서에 보내곤, 철저히 이중으로 확인 전화를 돌린다. 이 또한 중요한 절차이다. 확인 없이 넘어가면, 문제가 생겼을 시 괜한 욕을 먹을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이렇게 잠깐의 아침 업무가 시작된 후 12시가 되어온다. 정신없이 바쁠 땐 시간이 잘 흘러간다. 오히려 일이 없을 때 흘러가지 않는 것이 시간인 것 같다. 우리는 바로 점심을 먹으러 팀별로 무리지어 회사를 빠져 나온다. 우리 회사도 중소기업 수준에 들어가는 회사라 코로나 팬데믹 전까진 구내식당이 있었다. 하지만 2년이 넘는 장기간의 거리두기 방역과 재택근무 등으로 구내식당들이 문을 닫는 등 많은 변화가 있었다.


점심이 끝나면 회사 근처 커시숍에 모인다. 대부분 직장인들은 가격이 저렴한 커피를 선호한다. 물가가 오른 요즘, 소비를 줄이려는 직장인들이 늘어났다. 가성비 좋은 커피숍은 항상 문전성시를 이룬다. 커피를 한 모금 들이키고는 다시 회사로 복귀한다. 그렇게 짧은 점심시간은 지나고 벌써 시간은 오후 한시 반을 가리킨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업무에 들어간다. 각 부서마다 오가는 서류들이 즐비하다. 나는 출하하는 제품들을 확인하기 위해 회사 자재창고로 향한다. 본사는 서울 종로에 위치해 있지만, 자재창고는 일산에 있다. 일단 회사 차를 타고 목적지에 도착하면, 납품된 품목들을 체크하고, 미리 주문이 들어올 제품들을 예상해서 보고서에 기록한다.


제품이 모자라면, 그 제품을 생산하는 회사들에 주문을 넣는다. 퇴근시간 전까지 배달을 부탁하곤 바로 본사로 향한다. 그리곤 현장에서 체크한 수치들을 보고서에 기입하고, 또다시 내부 전산망을 통해 부장에게 보고한다. 이렇게 일과는 매일 쳇바퀴 돌리는 햄스터마냥 반복된다. 


오후 6시가 되면, 퇴근을 준비한다. 과거 부장급 선배들은 상사의 눈치를 보느라 제시간에 퇴근한 적이 없다며 ‘라떼’를 읊는다. 하지만, MZ세대는 퇴근시간은 칼같이 지킨다. 부장들도 변화를 받아들이고 있다. “퇴근하겠습니다!”라고 당당히 외치며 회사를 빠져나온다. 그리곤 동료들과 시원한 맥주를 마시며 회사에서 있었던 ‘에피소드’를 웃음으로 주고받는다. 


요즘 가장 관심을 받는 주식시장과 가상화폐 흐름, 부동산 시장의 변화에 대해 너도나도 각자의 분석을 내놓는다. 미국 연준 금리가 오른다느니 뭐니 하며, ‘재태크’ 방법이 오고 간다. 그러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연애 이야기와 결혼 이야기로 넘어간다. 소개를 받았는데 재력부터 물어보더라느니 하며, 각박한 현실에 실소한다. 


가끔 여자 동료들과 이야기하면, 에미상을 받은 ‘오징어게임’ 넷플릭스 시리즈영화부터 시작해서 다이어트나 피트니스, 골프 정보를 주고 받는다. 대부분 남녀 동료들이 모이면, 또 다시 연애 이야기가 나오고, 소개팅을 해달라는 부탁이 난무해진다. 하지만 가장 쫄깃한 퇴근 후 대화는 못된 상사를 씹는 일인 것 같다.


오늘도 길고 길었던 밥벌이 노동을 마무리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저녁 9시, 그렇게 또 하루 지나간다. 고단할 수 있지만, 그래도 매일 도전하는 나를 보면 뿌듯하다. 혹시 이 글을 읽는 분들이 의아해 하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 탈북민 이야기가 하나도 나오지 않은 부분을 캐치한 분들이 있을 것이다. 


글의 말미에 소개하지만, 나는 한국에 온지 14년 차이다. 20살에 정착을 시작하며 수능시험을 두 차례 보고, 대학교로 갔다. 물론 대학교 내내 어렵게 느껴지는 학문의 길을 쫓아가느라 버거웠다. 하지만 졸업하고 나니 눈물이 날 정도로 성취감이 대단했다. 그리고 취업준비생으로 또 2년을 방황했다. 이 학원, 저 학원을 다니며, 취준생의 모습으로 살아왔다. 


물론, 탈북민으로서 사투리라는 언어의 장벽이나 인간관계가 문제였던 적은 많았다. 하지만, MZ세대는 출신을 신경쓰지 않는다. 어디서 태어나든, 대학을 졸업하든, 자기 일처리만 맛깔나게 잘 하면 그런 건 방해가 되지 않는 세대이다. 이를 제일 많이 겪는 세대가 부모세대일 것이다. 분명 고향의 방언을 계속 쓰는 분들도 있을 것이고, 노력해도 변하지 않는 억양의 문제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어떤 위치에서 일하더라도, 기회의 평등이라는 하나의 목적에 초점이 맞춰진 MZ세대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그나마 오픈된 세대가 우리 세대인 것 같다. 선배 세대들을 보면, 뭔가 다르다. 사명감과 애사심, 그리고 애국심으로 무장됐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우리 세대를 보는 선배들의 속은 타들어갈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대는 변하고,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면 도태된다. 가장 나 같을 때, 그것은 개성으로 인정받는다. 요즘 유행하는 말이 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 이는 K-POP이 세계를 선도하고 K-문화가 주름잡는 이 시대의 모토이다. 바로 이 모토가 우리의 정체성을 지켜줄 것이다. 그러니 탈북민이란 걱정은 붙들어 매고, 각자 일터에서 인정받으며 살자, 그게 바로 우리를 우리답게 하는 방법일 것이란 확신이 든다.

경쟁사회서 MZ세대 

‘직딩’의 일상


기자 한대의

출신은 잊어라! 앞만 보고 달려라! 

대신 실력은 갖춰라! 과도기일 뿐이다!


입추가 지난지도 벌써 한 달, 가을바람이 산들산들 불어온다. 출근길에 나선 직장인들의 복장이 천차만별, 반팔과 긴팔 셔츠가 뒤섞인 모습이 다채롭다. 매일 오는 아침이지만, 지독하게 적응이 안 되는 것 또한 아침이다. 직장인들에겐 이 아침이 전쟁 그 자체이다. 


글의 시작부터 불평을 늘어놓는 건 다름 아닌 나 자신도 직장인이기 때문이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의 직업이 다양할 것이라는 가정하에 30대 초반 직장인의 하루 일과를 자세히 서술해보려 한다.


오늘도 나는 전날 회식의 후유증이 지배하고 있는 무거운 몸을 일으키며 하루를 시작했다. 개운한 것 하나 없는 텁텁한 느낌의 입안을 상긋한 향기를 내뿜는 대나무 치약으로 닦아내며 샤워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시원한 물줄기에 몸을 맡긴다. 


샤워하고 나오면 이미 아침 7시 반을 훌쩍 넘긴다. 꽃단장은 아니라도, 흰 티셔츠에 세미정장을 차려입고 직장인 스타일의 옷매무시를 완성한다. 집에서 지하철역까진 10분 남짓, 서둘러 노트북이 들어있는 백팩을 메고 출근길에 나선다.


지하철 에스컬레이터에 입성하는 순간, 서두르는 자와 그러지 않은 자의 계급이 정해진다. 사회 초년생들은 될수록이면 지각을 하지 않으려고 에스컬레이터의 왼쪽 라인으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다름 아닌 이들은 여유란 눈곱만치도 없는 MZ세대이기 때문이다.


승강장에 도착하면, 하나같이 열차의 도착시간을 확인한다. 그리곤 열차가 도착하면, 빼곡한 콩나물시루를 채우듯이 칸칸마다 구겨져 들어간다. 앞, 뒤, 옆 모두 핸드폰에 두 눈을 틀어박고, 각자의 만족을 찾아 떠나는 이들뿐이다. 나도 이들의 머릿수를 채우듯 핸드폰을 꺼내들고 한몫 거든다.



그렇게 치이고 이겨진 몸을 이끌고 9시 전까지 회사에 도착하면, 상사의 눈치부터 살피고 자리에 앉는다. 혹시나 늦지 않을까 조마조마했던 마음이 비로소 평안을 찾는 시기라 할 수 있다. 내 자리엔 두 대의 모니터가 놓여있고, 밤새 편안히 쉬었을 그 녀석의 전원 버튼을 누른다. 그리곤 여유를 부리며 탕비실로 향한다. 고소한 커피를 내리며 동료들과 아침 인사를 주고받는다.


부장들이 조회를 하는 10시 전까지 전날 실적을 보고해야 한다. 회사 내부망을 통해 보고서를 제출하고는 부장들이 조회에 들어갈 시간만을 기다린다. ‘땡!’하고 10시가 되면 너도나도 온 부서가 소란스러워진다. 전날 회식에서 누군가가 필름이 끊겼더라는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숙취에 힘들어하는 동료들의 어깨를 주물러 주는 등, 전쟁의 서막이 오르기 전 달콤한 휴전을 만끽한다.


‘흡연족’이라고, 애연가 대부분은 무리지어 옥상으로 모여든다. 모이를 먹는 비둘기 떼와 같이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에 뭉게구름을 그려 넣는다. 대부분의 회사 사정은 이곳에서 정보로 오고간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입사 시기가 같은 동료라고 하더라도, 직속상관과 가까운 사람이 있는 반면, 그렇지 못한 사람들도 많다. 또 상관이라 할지라도 정보의 접근성이 용이한 상관과 그렇지 못한 상관이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에선 많이 모여 있는 무리에 끼는 것이 유리하다.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고가고, 거기에서 필요한 이야기들은 정보로 치환된다. 사회생활에서 남보다 한발 앞서 조금 더 아는 것이 모든 상황에서 유리하다. 모두가 아는 것은 정보가 아닌, 소문일 뿐이다. 그래서 붙임성이 좋은 사람이 승진도 빠르다. 하지만 그렇지 못하더라도 정직하고, 성실하면 반은 간다.


그렇게 잠깐의 휴전이 끝나면, 각 부서마다 지시사항이 떨어진다. 참고로 나는 유통회사에 다니기 때문에 매일 출고해야할 제품군과 입고해야 할 제품군을 항상 대조해야 한다. 만일 출고해야 할 제품이 없을 경우 그 책임은 오로지 나에게로 돌아온다. ‘부메랑’이 따로 없다. 따라서 항상 퇴근하기 전, 남은 수량이 얼마인지 재고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문제가 생기면 지체 없이 보고하는 것이 원칙이다. 특히 내가 처리하지 못할 영역은 선배나 상사의 도움을 받는 것이 천만번 맞는 일이다. 오지랖을 떨며 혼자 하다 틀어지면 회사 전체가 낭패를 보기 때문이다. 


어떻든 그렇게 부서마다 소회의가 끝나면, 바로 출고 물량과 입고 물량을 주문서에 넣는다. 그리곤 팩스와 이메일로 해당 부서에 보내곤, 철저히 이중으로 확인 전화를 돌린다. 이 또한 중요한 절차이다. 확인 없이 넘어가면, 문제가 생겼을 시 괜한 욕을 먹을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이렇게 잠깐의 아침 업무가 시작된 후 12시가 되어온다. 정신없이 바쁠 땐 시간이 잘 흘러간다. 오히려 일이 없을 때 흘러가지 않는 것이 시간인 것 같다. 우리는 바로 점심을 먹으러 팀별로 무리지어 회사를 빠져 나온다. 우리 회사도 중소기업 수준에 들어가는 회사라 코로나 팬데믹 전까진 구내식당이 있었다. 하지만 2년이 넘는 장기간의 거리두기 방역과 재택근무 등으로 구내식당들이 문을 닫는 등 많은 변화가 있었다.


점심이 끝나면 회사 근처 커시숍에 모인다. 대부분 직장인들은 가격이 저렴한 커피를 선호한다. 물가가 오른 요즘, 소비를 줄이려는 직장인들이 늘어났다. 가성비 좋은 커피숍은 항상 문전성시를 이룬다. 커피를 한 모금 들이키고는 다시 회사로 복귀한다. 그렇게 짧은 점심시간은 지나고 벌써 시간은 오후 한시 반을 가리킨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업무에 들어간다. 각 부서마다 오가는 서류들이 즐비하다. 나는 출하하는 제품들을 확인하기 위해 회사 자재창고로 향한다. 본사는 서울 종로에 위치해 있지만, 자재창고는 일산에 있다. 일단 회사 차를 타고 목적지에 도착하면, 납품된 품목들을 체크하고, 미리 주문이 들어올 제품들을 예상해서 보고서에 기록한다.


제품이 모자라면, 그 제품을 생산하는 회사들에 주문을 넣는다. 퇴근시간 전까지 배달을 부탁하곤 바로 본사로 향한다. 그리곤 현장에서 체크한 수치들을 보고서에 기입하고, 또다시 내부 전산망을 통해 부장에게 보고한다. 이렇게 일과는 매일 쳇바퀴 돌리는 햄스터마냥 반복된다. 


오후 6시가 되면, 퇴근을 준비한다. 과거 부장급 선배들은 상사의 눈치를 보느라 제시간에 퇴근한 적이 없다며 ‘라떼’를 읊는다. 하지만, MZ세대는 퇴근시간은 칼같이 지킨다. 부장들도 변화를 받아들이고 있다. “퇴근하겠습니다!”라고 당당히 외치며 회사를 빠져나온다. 그리곤 동료들과 시원한 맥주를 마시며 회사에서 있었던 ‘에피소드’를 웃음으로 주고받는다. 


요즘 가장 관심을 받는 주식시장과 가상화폐 흐름, 부동산 시장의 변화에 대해 너도나도 각자의 분석을 내놓는다. 미국 연준 금리가 오른다느니 뭐니 하며, ‘재태크’ 방법이 오고 간다. 그러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연애 이야기와 결혼 이야기로 넘어간다. 소개를 받았는데 재력부터 물어보더라느니 하며, 각박한 현실에 실소한다. 


가끔 여자 동료들과 이야기하면, 에미상을 받은 ‘오징어게임’ 넷플릭스 시리즈영화부터 시작해서 다이어트나 피트니스, 골프 정보를 주고 받는다. 대부분 남녀 동료들이 모이면, 또 다시 연애 이야기가 나오고, 소개팅을 해달라는 부탁이 난무해진다. 하지만 가장 쫄깃한 퇴근 후 대화는 못된 상사를 씹는 일인 것 같다.


오늘도 길고 길었던 밥벌이 노동을 마무리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저녁 9시, 그렇게 또 하루 지나간다. 고단할 수 있지만, 그래도 매일 도전하는 나를 보면 뿌듯하다. 혹시 이 글을 읽는 분들이 의아해 하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 탈북민 이야기가 하나도 나오지 않은 부분을 캐치한 분들이 있을 것이다. 


글의 말미에 소개하지만, 나는 한국에 온지 14년 차이다. 20살에 정착을 시작하며 수능시험을 두 차례 보고, 대학교로 갔다. 물론 대학교 내내 어렵게 느껴지는 학문의 길을 쫓아가느라 버거웠다. 하지만 졸업하고 나니 눈물이 날 정도로 성취감이 대단했다. 그리고 취업준비생으로 또 2년을 방황했다. 이 학원, 저 학원을 다니며, 취준생의 모습으로 살아왔다. 


물론, 탈북민으로서 사투리라는 언어의 장벽이나 인간관계가 문제였던 적은 많았다. 하지만, MZ세대는 출신을 신경쓰지 않는다. 어디서 태어나든, 대학을 졸업하든, 자기 일처리만 맛깔나게 잘 하면 그런 건 방해가 되지 않는 세대이다. 이를 제일 많이 겪는 세대가 부모세대일 것이다. 분명 고향의 방언을 계속 쓰는 분들도 있을 것이고, 노력해도 변하지 않는 억양의 문제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어떤 위치에서 일하더라도, 기회의 평등이라는 하나의 목적에 초점이 맞춰진 MZ세대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그나마 오픈된 세대가 우리 세대인 것 같다. 선배 세대들을 보면, 뭔가 다르다. 사명감과 애사심, 그리고 애국심으로 무장됐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우리 세대를 보는 선배들의 속은 타들어갈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대는 변하고,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면 도태된다. 가장 나 같을 때, 그것은 개성으로 인정받는다. 요즘 유행하는 말이 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 이는 K-POP이 세계를 선도하고 K-문화가 주름잡는 이 시대의 모토이다. 바로 이 모토가 우리의 정체성을 지켜줄 것이다. 그러니 탈북민이란 걱정은 붙들어 매고, 각자 일터에서 인정받으며 살자, 그게 바로 우리를 우리답게 하는 방법일 것이란 확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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